산행 중 안내도의 명소 알 수 있는 표시판 필요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보은군 편
  • ▲ 속리산 천왕봉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속리산 천왕봉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속리산국립공원은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그리고 경북 상주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한국팔경 중의 하나이다. 화강암의 기봉(奇峰)과 산 전체를 뒤덮은 울창한 산림의 아름다운 조화가 멋진 풍광을 연출하는 명산이다.

    이번 산행은 ‘법주사 소형주차장~세조길~천왕봉삼거리~상환암~천왕봉~비로봉~입석대~신선대삼거리~경업대~목욕소~법주사 소형주차장’으로 원점회귀 코스이다.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에 위치한 법주사 소형주차장에서 출발해 속리산자연관찰로의 숲속을 걷는다. 짙은 신록을 뚫고 나오는 아침 햇살이 싱그럽다. 호서제일가람(湖西第一伽藍) 속리산대법주사(俗離山大法住寺) 일주문을 통과하면서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경계를 넘어선다.

    이어 숲을 가르는 세조길로 들어선다. 수변데크길을 걸으면서 아침 햇살을 받은 상수도수원지가 환상적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는 모습에 발길이 멈춘다. 제방 너머로 거북바위가 있는 수정봉을 조망하고 천왕봉으로 가는 세조길로 접어든다.
  • ▲ 세심정 계곡.ⓒ진경수 山 애호가
    ▲ 세심정 계곡.ⓒ진경수 山 애호가
    계곡을 따라 야자매트길과 데크길을 걷는다. 계곡으로 바짝 다가선 데크길을 걷자니 깨끗하고 영롱한 물소리에 속세의 시름이 남김없이 다 씻게 나가는 듯하다. 길을 불쑥 막아서는 커다란 바위들을 만나면 옆으로 비켜 지나간다.

    물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면서 세조의 종기를 깨끗이 낫게 한 목욕소(沐浴沼)를 지난다. 세심정 삼거리에서 천왕봉 방향인 우측으로 계곡 물소리에 이끌려 발길을 잡는다. 오랜 세월 동안 계곡과 함께한 고목의 몸은 조금씩 흙으로 돌아가면서도 연한 초록빛을 쏟아내는 모습에 자신을 투영해 본다.

    티 없이 맑은 계곡 물소리를 반주로 산새의 노래가 산중에 울려 퍼진다. 천왕봉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돌계단을 오르니 이정표에 태실이 우측으로 0.3㎞ 위치에 있다고 알리지만 누구의 태실인지는 정보가 없다. 무성의한 건가? 무관심인 건가? 지도를 보니 순조대왕태실이라 한다.

    다시 돌계단과 데크계단이 반복되는 가파른 길을 오른다. 지루함을 달래듯 오색찬란한 연등이 걸려있고, 계단마다 108배 참회문이 붙어 있는 급경사의 데크계단을 오르니, 곧추선 암벽과 암벽 사이에 간신히 자립 잡은 상환암(上歡庵)에 도착한다. 이 절에서 세조가 기도 후 환희심을 냈다고 전한다.
  • ▲ 곧추선 암벽 사이에 자리 잡은 상환암.ⓒ진경수 山 애호가
    ▲ 곧추선 암벽 사이에 자리 잡은 상환암.ⓒ진경수 山 애호가
    상환암은 원통보전(圓通寶殿)과 그 옆에 종무소가 있고, 그 둘 사이로 오르면 커다란 암벽에 용화보운전(龍華寶雲殿)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아찔하게 가파른 좁은 돌계단을 오르면 절벽에 걸터앉은 독성각(獨聖閣)과 산신각(山神閣)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과히 절경이 아닐 수 없다.

    지도에는 상환암 부근에 은포동(隱瀑洞)폭포가 표시되어 있는데 안내표시가 없어 찾을 길이 없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상환암을 출발해 다시 계단을 오르면 비행접시 바위를 지나서 해발 703m의 상환석문 안전쉼터에 도착한다. 상고암에서 0.5㎞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집채만 한 바위 밑으로 내려가는데 이곳이 상환석문이다. 이후 잠시 편안한 조릿대 흙길을 걷다가 다시 계단을 오르고 탐방로 옆으로 고목과 선 바위를 지난다. 화강암 바위를 파서 계단을 만든 구간을 오르면 해발 840m에 위치한 배석대(拜石臺)를 만난다. 상환석문에서 0.7㎞ 떨어진 지점이다. 이곳 역시 안내표시가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탐방로에서 우측으로 흔적을 따라 바위에 올라서면 러시아 인형 마트로시카를 닮은 바위가 입에 소나무를 물고 있는 형상이다. 이 바위 뒤로 돌아가면 널찍한 반석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인형 바위를 바라보면 마치 합장 인사를 하는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고, 그 앞에 암반 틈새로 작은 고목이 세월을 같이 하고 있다.
  • ▲ 소나무를 키우는 바위가 있는 배석대.ⓒ진경수 山 애호가
    ▲ 소나무를 키우는 바위가 있는 배석대.ⓒ진경수 山 애호가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을 감상할 수 있는데, 유일하게 비로봉(毗盧峯, 해발 1032m)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봉우리의 이름은 보통 사람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광명(光明)의 부처이며 법신불(法身佛)인 비로자나불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반석 아래에서 반듯하게 자란 명품송이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그 푸르름을 자랑하니, 그 모습이 마치 한시도 멈추지 않고 변해가는 자연 속에서 본성(本性)을 꿋꿋하게 지키려는 것 같다.

    속세를 떠나 깊은 산중에서 자연과 하나로 동화되어 가는 시간을 보낸 후, 다시 길을 오른다. 상고암 삼거리를 지나면서 천왕봉이 1.3㎞ 남았다고 알린다. 우측으로 조망점이 보이는 듯하여 들어가 보니 마치 카펫을 들춘 듯이 암반 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가 송두리째 뽑혀 있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자성어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떠오른다. 우리 삶도 이와 같아 본성을 굳건하게 지키지 못하면 온갖 욕심에 현혹되어 부질없는 사소한 일에 휘둘려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과 같다.
  • ▲ 배석대에서 바라본 비로봉(해발 1032m).ⓒ진경수 山 애호가
    ▲ 배석대에서 바라본 비로봉(해발 1032m).ⓒ진경수 山 애호가
    흙길에는 야자매트를 깔아 놓고 계단을 만들어서 등산로 훼손을 방지하고 있다. 고도가 점점 높아질수록 조릿대의 군락이 깊어지고, 헐떡이는 숨소리도 점점 커진다. 계단 오름의 지루함을 위로라도 하듯 길 가운데에 자리 잡은 고목들이 자신을 보라 한다.

    산비탈을 오르면서 끝이 없이 이어질 듯한 계단도 천왕봉 갈림길의 능선을 만나면서 시들해진다. 천왕봉을 향해 키보다 훨씬 높게 자란 조릿대 숲을 지나가는데 마치 미로 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짙은 녹음 속의 어두컴컴한 숲길을 무심하게 걷다가 문득 눈길이 가는 것이 있으니, 좁쌀만큼 작게 만발한 조릿대 꽃이다. 미처 알아보지 못해 서운했을 법하다. 이제 이 길의 조릿대도 꽃이 지고 열매를 맺으면 푸석푸석한 짙은 갈색 숲으로 변할 것이다.

    천왕봉헬기장에 도착하여 녹색의 물결 위로 삐죽하게 얼굴을 내민 바위 군락과 밋밋한 봉우리 형상을 한 천왕봉을 조망한다. 탐방로는 흙길에서 돌길로 바뀌면서 서서히 속리산의 속살을 내보이기 시작한다.
  • ▲ 끝없이 이어질 듯한 계단 길.ⓒ진경수 山 애호가
    ▲ 끝없이 이어질 듯한 계단 길.ⓒ진경수 山 애호가
    드디어 속리산 최고봉 천왕봉(天王峯, 해발 1058m)에 도착한다. 완만한 산봉우리 형상의 천왕봉 꼭대기는 바위들로 이뤄져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등산객들이 점점 몰려들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비로봉을 비롯해 신선대(神仙臺, 해발 1029m), 문장대(文藏臺, 해발 1054m), 관음봉(觀音峯, 해발 883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엄한 산줄기를 조망한다. 그 끝은 다시 묘봉과 상학봉으로 이어진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領)이란 말이 있다. 즉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른다는 말이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으니 물줄기를 보고 산줄기를 파악할 수 있으며 또한 산줄기를 보아 물줄기도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속리산 천왕봉에서 내린 빗줄기는 동쪽으로 흘러 낙동강, 남쪽으로는 금강, 서쪽으로는 흐르는 물은 한강을 이루는 삼파수(三派水)의 시작점인 곳이다. 온 중생이 사는 세상에 생명수를 내려주는 천왕(天王)인 셈이니 그 물을 마시는 모든 중생은 하나다.
  • ▲ 천왕봉에서 관음봉까지 활처럼 이어진 속리산 산등성이.ⓒ진경수 山 애호가
    ▲ 천왕봉에서 관음봉까지 활처럼 이어진 속리산 산등성이.ⓒ진경수 山 애호가
    천왕봉에서 사방팔방을 조망한다. 녹색의 물결이 하얀 물보라가 일으켜 창공에 뭉게구름을 만들고, 겹겹이 층을 이룬 산자락이 너울대며 춤을 춘다.

    머물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천왕봉 고스락에서 내려와 헬기장을 거쳐 천왕봉 갈림길로 되돌아간다. 천왕봉에서 0.9㎞를 내려오면 석문(石門)을 지난다. 커다란 두 바위 사이에 거대한 바위가 얹혀서 이룬 문이다.

    석문을 통과하여 0.2㎞를 더 이동하면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잔잔하게 깔린 너른 조릿대 숲이 밭을 이루고 탐방로 앙 옆으로 기암들이 호위한다. 이곳에서 지나온 길과 천왕봉을 조망한다.

    이어 고도를 높이며 이동해 천왕봉 기점 1.2㎞ 지난다. 이후 가파른 돌길을 오르고 나면 ‘속리 04-08(해발 1047m)’이라 적힌 말뚝을 만난다. 이 부근이 비로봉이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데, 안내판이 없어 확실히 알 수 없어 아쉽다.
  • ▲ 석문을 지나 조릿대밭에서 조망한 천왕봉(해발 1058m).ⓒ진경수 山 애호가
    ▲ 석문을 지나 조릿대밭에서 조망한 천왕봉(해발 1058m).ⓒ진경수 山 애호가
    내리막길을 0.2㎞ 이동하면 비로봉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고릴라 바위를 만난다. 이 바위를 지나자마자 가파른 계단이 지그재그로 이어져 하행을 돕는다.

    계단을 내려온 후에 바위협곡을 지나는데 협곡을 오르는 길은 화강암의 풍화작용으로 생겨난 마사토이어서 미끄럽다. 기차처럼 길게 늘어서 바위 옆길을 따라 이동한다.

    천왕봉에서 문장대로 이어지는 탐방로 구간은 암릉 구간이 많아 산비탈로 이동하는 구간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조망점을 발견하지 못하면 자칫 지루한 산행이 될 수 있다.

    고릴라 바위에서 0.1㎞를 문장대 방향으로 이동하면 좌측으로 둥근 바위 위로 길 흔적이 보이는데, 그곳이 첫 번째 숲은 조망점이다.
  • ▲ 속리산 산등성이를 지키고 있는 고릴라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속리산 산등성이를 지키고 있는 고릴라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네발로 바위를 기어오르고 숲을 헤치고 나가니 너른 반석이 펼쳐진다. 산 아래에서 힘차게 차오르는 바람이 금방 땀을 식혀준다.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바람을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휘어서 자라고 있다.

    바위에는 두더지가 굴을 파놓은 것처럼 듬성듬성 구멍이 생겼고, 바위 위의 초목의 퇴적물 위에는 들풀들이 자리를 잡았다.

    너른 반석 한가운데 앉아 좌우로 펼쳐진 울창한 숲과 기암이 쏟아내는 속리산 산등성의 아름다운 풍경과 정면으로 산과 산들이 겹겹이 펼쳐놓은 절경으로 들어가니 속세의 어떤 아름다움도 부러울 것이 없다.

    시공간이 부질없다고 느끼면서, 받기만 하면 나누는 데 인색하고, 젠체하면 남의 비판을 수용할 줄 모르고, 승리만 하면 패배를 쉽게 인정할 줄 모르고, 강하기만 하면 유연한 것이 낫다는 것을 모를 것이라 알게 된다.
  • ▲ 숨겨진 첫 번째 조망점에서 바라본 신선대와 문장대.ⓒ진경수 山 애호가
    ▲ 숨겨진 첫 번째 조망점에서 바라본 신선대와 문장대.ⓒ진경수 山 애호가
    첫 번째 숨은 조망점에서 다시 문장대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입석대(立石臺, 해발 1016m)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

    속리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지도나 등산안내판에 표기한 명소들을 비록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도 그 부근에 안내판이라도 세워 등산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자연상태를 유지하려는 안일한 마음보다 등산객들의 휴양을 위해 자연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비로봉과 입석대 접근 등산로 개설도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등산로 개설이 오히려 자연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민의 휴양서비스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바이다.
  • ▲ 경업대.ⓒ진경수 山 애호가
    ▲ 경업대.ⓒ진경수 山 애호가
    첫 번째 숨은 조망점에서 1.0㎞를 더 이동하면 좌측으로 두 번째 조망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슬랩 바위로 이뤄져 추락의 위험이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일부 등산객들의 과감한 행동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조망점의 바위틈새를 조심해서 내려온 후 계단을 통해 하행을 계속한다. 신선대 삼거리 도착 0,1㎞ 전에 만나는 바위군락지에서 지나온 산등성이를 감상한다.

    이곳에서 신선대가 지척이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경업대(慶業臺)로 하산한다. 법주사까지는 5.1㎞ 떨어져 있다.

    가파른 돌길을 세월아 네월아 내려가는데, 급하게 하산하는 등산객들의 스틱이 바위에 부딪히는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산중의 정적과 마음의 고요를 깨트린다.
  • ▲ 경업대에서 바라본 입석대(사진 가운데 선 돌).ⓒ진경수 山 애호가
    ▲ 경업대에서 바라본 입석대(사진 가운데 선 돌).ⓒ진경수 山 애호가
    신선대 삼거리에서 0.4㎞를 내려오면 집채만 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넓은 폭의 데크 계단이 이어지면서 조망이 터지기 시작한다. 이곳이 조선 인조(1594~1646)때 임경업(林慶嶪) 장군이 독보대사(獨步大師)를 모시고 심신을 단련한 장소이다.

    이곳에서 열린 돌 위에 비석처럼 우뚝 선 입석대를 조망한다. 이 돌은 임경업 장군이 7년 수도 끝에 세운 것이라 전해오고 있다. 

    좌측으로 우뚝 솟은 신선대를 조망하고 0.1㎞를 내려와 장군수(將軍水)가 있는 관음암을 둘러보고, 해발 697m에 위치한 금강골 안전쉼터에서 잠시 쉬어 간다.

    이후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계곡을 따라 하산한다. 흔들바위와 비로산장을 지날 때는 귓가를 스쳐 가는 물소리가 점점 커진다. 이후 세조길을 거쳐 법주사 소형주차장에 도착하여 약 17.0㎞의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