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公林寺를 품은 자연환경명소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괴산군 편
  • ▲ 바위산으로 이뤄진 낙영산.ⓒ진경수 山 애호가
    ▲ 바위산으로 이뤄진 낙영산.ⓒ진경수 山 애호가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에 위치한 낙영산(落影山, 해발 684m)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한 산으로 천년고찰 공림사(公林寺)를 품고 있으며, 암곡미(岩谷美)가 뛰어난 산이다.

    승용차로 37번 국도를 타고 오다가 청천면 사담리의 사담교에서 공림사 방향으로 1㎞ 정도 더 이동하면 공림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공림사 주차장으로 가는 도중에 빛바랜 등산안내도와 일주문을 지난다.

    이번 산행은 ‘공림사 주차장~안부사거리~낙영산 고스락~헬기장~전망대~공림사 주차장’의 원점회귀 코이다. 공림사 경내는 하산하면서 둘러보기로 하고 낙영산 표지석을 지나 곧바로 등산로 입구로 간다. 

    등산로 입구에는 속리산국립공원 안내도와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이정표에는 낙영산이 아니라 도명산이 2.7㎞ 떨어져 있다고 적혀 있다.
  • ▲ 등산로 옆의 평석과 나무가 만든 참선 자리.ⓒ진경수 山 애호가
    ▲ 등산로 옆의 평석과 나무가 만든 참선 자리.ⓒ진경수 山 애호가
    사찰에서 경작하는 밭을 옆에 끼고 평탄한 길을 조금 이동하면 평평하게 다듬어진 인위적인 돌길과 자연석이 깔린 길을 오른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숲속으로 돌계단과 나무계단을 한발 한발 딛으며 고도를 높여간다. 한 아름의 큰 나무도 작은 터럭부터 시작되고, 구층 누대도 한 줌의 흙을 쌓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산길 양옆으로 기암이 아닌 듯하면서도 기암인 듯한 바위들이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더불어 청량한 새소리도 가끔 들려오니 눈요기와 귀 호강에 한층 마음이 밝아지고 즐겁다.

    등산로 옆에는 평석(平石)과 참나무가 참선 자리를 만든다. 평석에 앉아 참선 중에 혹여 수마(睡魔)가 찾아들어 몸이 뒤로 쓰려지면 참나무가 든든하게 받쳐줄 것 같다.
  • ▲ 낙영산에서 쌀개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 낙영산에서 쌀개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돌계단이 끝나면 철제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안부 세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은 공림사 기점 1.3㎞ 지점이고, 우측으로 0.5㎞을 오르면 낙영산 고스락이고, 직진하여 1.4㎞를 가면 도명산이다. 좌측으로 쌀개봉(해발 652m) 등산로는 출입금지 되었다.

    또 이곳은 괴산미륵산성의 남문이 있던 곳이다. 이 산성은 낙영산과 도명산의 고스락을 남북으로 하여 능선을 따라 성벽을 쌓고 두 산의 정상 부분에는 자연암벽을 이용하였다. 고려시대 전형적인 방어용 산성으로 전체 둘레가 5.1㎞에 달하고, 석축 부분만도 3.7㎞가 넘는 대규모 산성이다.

    낙영산을 향해 계단 및 야자 매트가 깔린 구간을 오르고, 이어서 소나무 뿌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산길을 오른다. 얼마간 오르다 보면 조망 바위를 만나 그곳에서 쌀개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조망한다. 

    조망 바위 아래의 낭떠러지 바위 위에는 누군가 위험천만하게 쌓은 돌탑이 아슬하다. 조망 바위 틈새에 뿌리를 박고 멋진 풍채를 자랑하는 명품송을 뒤로 하고 다시 산을 오른다.
  • ▲ 형제 바위와 그 옆을 지키는 명품송.ⓒ진경수 山 애호가
    ▲ 형제 바위와 그 옆을 지키는 명품송.ⓒ진경수 山 애호가
    조망 바위에서 얼마 오르지 않아 커다란 암반을 지나면, 너른 공간에 잔돌이 널려 있는 낙영산 고스락(해발 684m)에 도착한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은 없다.

    고스락에서 가령산 방향으로 암반 위를 걷는다. 얼마간 내려오자 좌측으로 가령산이 조망되고, 형제 바위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명품송을 만난다. 형제 바위에서 공림사와 그 뒤로 남산과 묘봉 산등성이가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암릉 구간을 지나면서 알이 부화하는 모습을 한 깨진 바위을 만나고, 무영봉과 멀리 속리산 천왕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감상한다. 이어 잠시 숲길을 지나면 낙영산의 대표적인 기암인 토끼 바위와 거북 바위를 만난다. 이 두 명품 바위들은 서로 가깝게 위치한다.

    거북 바위 뒤편 바위 틈새를 밟고 올라서면 수줍은 듯 소나무 숲에 숨어 있는 바위들을 발견한다. 그것들이 마치 마루에 엎드려 문지방 너머로 얼굴을 살짝 들어 보이는 순진한 아이 모습 같다.
  • ▲ 낙영산의 명품 바위인 토끼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낙영산의 명품 바위인 토끼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이처럼 낙영산은 곳곳에 기묘한 바위들로 채워져 있다. 누군가 예술품을 창작하여 일부러 전시하는 것 같다. 그러한 바위틈 사이로 자생하는 소나무와 풀꽃들의 뛰어난 생명력이 낙영산의 경치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

    자연이 빚어내는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맘껏 즐기고 다시 숲길을 걷다 보면 일명 ‘도명산성’이나 ‘남매산성’이라 불리는 ‘괴산미륵산성’의 흔적을 따라 걷는다.

    낙영산 고스락을 출발해 가령산 방향으로 0.3㎞ 거리의 암릉 산행을 하면서 기암괴석과 기목이 뽑아내는 자연의 내음, 그리고 산성길에서 역사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헬기장에 도착하여 우측으로 등산 리본이 붙어 있는 공림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등산로는 마사토여서 상당히 미끄럽다. 조금 더 내려가면 전망대를 만나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고 있는 무영봉을 비롯해 남산 뒤로 너울대는 묘봉과 속리산 산등성이의 풍광을 감상한다.
  • ▲ 낙영산의 명품 바위인 거북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낙영산의 명품 바위인 거북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전망대에 앉아 있노라니, 바람이 땀에 젖은 몸을 말려주고 데워진 몸을 식혀주며 가쁜 숨을 진정시킨다. 어디서 시작된 바람인지 알 수 없지만, 그로 인해 들리는 소리가 진정 바람 소리인가? 나뭇잎 부대끼는 소리인가?

    나뭇잎들과 나뭇가지들이 바람을 만나 흐느적거리며 소리를 내니 바람이 없으면 바람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고, 나무들이 없으면 또한 그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둘은 인연이 있는 한 소리를 낼 것이고, 인연이 다하면 소리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인연인가에 따라 그 소리는 힐링의 소리가 되기도 하고, 악몽의 소리가 되기도 할 것이다.

    잠시 명상에서 깨어나 산길을 내려가는데, 등산로가 많이 훼손되어 움푹 파여있고 앙상한 소나무 뿌리들이 빗질하지 않은 머리털처럼 뒤엉켜 있다.
  • ▲ 전망대에서 바라본 무영봉 산자락.ⓒ진경수 山 애호가
    ▲ 전망대에서 바라본 무영봉 산자락.ⓒ진경수 山 애호가
    이어서 바위 슬랩을 지난다. 풀이 자라고 있는 바위 중간 틈새를 밟으며 조심해서 가로질러 넘는다. 이 순간이 마치 깊은 강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기분이다. 다시 만나는 대슬랩 곁을 지나는데, 그 바위를 휘감고 오르는 돌단풍이 싱그럽게 다가온다.

    바위들 사이를 마치 풀숲을 헤집고 지나가듯 발을 내딛는데, 눈길 닿는 곳이 모두 절경이 아닌 곳이 없다. 산 아래로 공림사 전각들이 빼꼼하게 보인다.

    하행하는 산길 좌우로 펼쳐진 대슬랩의 풍광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공림사 입구에서 낙영산을 바라보았을 때 마치 대머리처럼 보이는 것이 이 대슬랩 때문이다.
  • ▲ 하산하면서 조망되는 낙영산 대슬랩.ⓒ진경수 山 애호가
    ▲ 하산하면서 조망되는 낙영산 대슬랩.ⓒ진경수 山 애호가
    한동안 정신 나간 듯 그야말로 ‘바위멍’ 때리는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자연과 동화되어 하나가 되어 가면서 겉치레와 허영을 멀리하고 진정한 무소유의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살고자 한다.

    이어서 이러한 황홀감 뒤에 찾아오는 또 다른 긴장감을 맛보게 된다. 곧 만나는 바위 슬랩을 횡단하여 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릿지화를 착용하지 않으면 이 구간을 지나기 어렵다.

    무사히 바위 슬랩을 건너면 온통 바위로 이뤄진 계곡을 내려간다. 자칫 방향 감각을 잃을 수 있어 발길의 흔적을 찾아 하행한다. 암반으로 이뤄진 계곡을 내려가면서 한층 더 공림사가 가깝게 보인다.

    다시 또 비탈진 바위를 횡단한다. 짧은 구간이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편안한 하행은 바위 틈새에서 자라는 강한 생명력의 소나무가 시야에 들어오게 하는 여유를 만든다.
  • ▲ 바위 슬랩을 횡단하여 하행하는 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 바위 슬랩을 횡단하여 하행하는 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계곡을 따라 한동안 하산하면 송림(松林) 구간을 지난다. 솔향과 더불어 송림사의 향 내음이 코가 아닌 마음으로 냄새를 맡는다. 이 송림이 수목장(樹木葬)으로 활용되는 듯하다.

    공림사 경내로 들어서면 공덕비와 진공당 탄성대종사 사리를 모신 부도탑이 보이고, 그 옆으로 탄성대종사를 모신 조사각이 있다.

    탄성스님은 평소 ‘삼일수심 천재보 백년탑물 일조진(三日修心 千載寶 百年貪物 一朝塵), 즉 삼일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의 탐물은 하루아침 이슬과 같다네’라는 법문을 남기셨다.

    공림사는 신라 경문왕 때 자정국사(慈淨國師)가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해 관음전, 삼성각, 범종루, 선원, 일주문, 요사채 등이 있다.
  • ▲ 적광탑과 대웅전이 조화로운 천년고찰 공림사.ⓒ진경수 山 애호가
    ▲ 적광탑과 대웅전이 조화로운 천년고찰 공림사.ⓒ진경수 山 애호가
    한 계단 내려오니 자연석과 함께 석가탑, 관음전, 대웅전이 보인다. 석가탑 뒤편으로 칠성, 산신, 독성을 모신 삼성각이 있다.

    공림사 경내를 경건한 마음으로 두루 돌아보고 합장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선원과 요사채는 출입이 금해져 멀리서 바라본다.

    적광탑과 대웅전이 건축학적으로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범종루 옆의 계단을 통해 주차장으로 향한다. 주차장에서 낙영산을 배경으로 위치한 공림사를 바라보니 울창한 느티나무에 꼭꼭 숨어 있다.

    낙영산은 산 전체가 청정하고 기묘한 바위로 이뤄져 있다. 웅장한 대슬랩과 골은 부드럽고 경관이 뛰어나다. 산행 구간은 4.58㎞로 짧은 구간이지만 산행의 긴장감은 한 치도 물러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