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 “역사의 현장 눈으로 보게 돼 감격”“직지가 구텐베르크 인쇄문화에 지대한 영향 줬다는 공식 인정하는 전시”
  • ▲ 11일 공개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직지.ⓒ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 제공
    ▲ 11일 공개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직지.ⓒ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 제공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주관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 공식행사가 11일(현지시각) 열린 가운데 초청받은이범석 청주시장과 동행한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이 “오늘은 직지의 재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문화재단 대표인 변 위원장은 “직지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직지를 본 사람은 거의 없다. 말로만 듣던 직지 원본을 공개하는 날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직지의 전격 공개는 50년 만의 일로, 제가 역사의 현장인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돼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직지가 일반인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유럽의 인쇄문화 특별전을 기획하면서 첫 번째로 직지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서 프랑스국립도서관 로랑엥겔 관장은 “청주라는 도시와 청주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번 전시는 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직지가 인류의 인쇄문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에 따른 책무를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는 심경도 숨기지 않았다.
  • ▲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과 스님들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도서관 관계자로부터 직지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 제공
    ▲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과 스님들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도서관 관계자로부터 직지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 제공
    그러면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고심하던 중 금속활자 직지의 역사적 가치와 인쇄문화의 특징, 직지라는 책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로랑엥겔 관장은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간 청주시의 노력과 헌신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직지원본의 과학적 분석과 체계적인 복원, 그리고 기록화 및 금속활자 복원 등에 청주시, 충북대, 프랑스 정부와 프랑스 자연사박물관 등이 함께했다”고 전해줬다.

    변 위원장은 “실제로 직지의 겉표지와 속 내용, 그리고 인쇄문화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직지의 복원과정을 영상으로도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놀라운 사실은 직지 원본을 펼쳐서 전시했는데, 그 지면이 주는 상징성이 크게 주목됐다. 색공불이, 선악불이 등 불교의 가르침을 소개하는 문구가 혼돈의 이 시대에 주는 메시지 같았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활자체 사이에 색으로 체크하고 손으로 쓴 글씨가 있으니 분명히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사용했던 것”이라며 “보존상태는 얼마나 완벽한지 ‘지천년견오백’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고려시대 청주가 세계 최고의 활자와 종이를 만들었던 곳”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변 위원장은 “직지가 유럽인들의 자긍심인 구텐베르크 등의 인쇄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는 것을 공식 인정하는 전시다. 직지가 구텐베르크 42행 성서와 함께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 ▲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직지.ⓒ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 제공
    ▲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직지.ⓒ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 제공
    특히 “1973년에는 이곳에서 ‘동양의 보물’이라는 주제로 직지 원본을 소개했으니 이제야 유럽인들이 직지를 인류 최고의 유산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변 위원장은 “전시회는 엄숙했고 분명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었다. 유럽의 인쇄문화를 소개하는 전시지만 그 중심에 아시아, 한국이 있다는 것을 만방에 알리는 전시였다”며 너무 감개무량하고 직지에 대한 세계인의 사랑과 관심이 싹트기를 소망했다.

    끝으로 “청주가 하면 세계가 할 것이고, 청주가 하지 못하면 세계 어디에서도 할 수 없으니 ‘청주시민이여, 생명의 모항 돛을 올려라’고 외친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이 가슴을 친다”며 “직지를 품었으니 다시 직지의 가치를 새로운 시선으로, 창조적 역량으로, 청주시민의 힘으로 더 큰 세상을 열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코로나19로 국제교류가 정체됐던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비대면 교류를 통해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꾸준히 협력 강화를 도모했으며 2021년 양 기관 협약을 통해 세계 최초로 실시된 ‘직지 과학분석’을 계기로 국제교류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에는 ‘직지 과학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직지 원본의 현재 상태를 그대로 구현한 ‘직지 복제본’과 1377년 인쇄 상태를 추정해 ‘직지 원형’을 재현하는 성과를 거둬 원본을 대체할 수 있는 완벽한 복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2022 직지문화제’ 기간 중 ‘직지 과학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하며 처음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청주시 행사에 직접 참여한 바 있다.
  • ▲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 제공
    ▲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