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 “대통령길 명칭 폐지…동상 눕히는 시민단체 요구는 수용 어려워”
  • ▲ 충북도가 존치하기로 가닥을 잡은 청주시 문의면 청남대 에 설치돼 있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충북도
    ▲ 충북도가 존치하기로 가닥을 잡은 청주시 문의면 청남대 에 설치돼 있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충북도

    충북도가 6개월여 논란을 벌인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세워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을 존치하기로 3일 결정했다.

    다만 ‘사법적 과오를 적시’’하고 ‘대통령길’ 명칭은 폐지된다.

    과오 문구와 대통령길 명칭 폐지 및 그에 따른 동상 위치 등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자문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날 대도민 입장문을 내 “동상 철거와 존치의 중간점인 ‘사법적 과오를 적시하여 존치’하고 ‘대통령길 명칭은 폐지’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하였음을 보고 드린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도민이나 존치를 주장하는 도민 모두 애국·애향 충정에서 비롯됐다”며 “이러한 논란을 조기 매듭짓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아픈 역사를 지우기보다는 아프게 기록하는 것도 한편의 역사라는 인식에서 내려진 고육지책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이해를 구했다.

    그동안 동상철거를 둘러싼 고충도 토로했다.

    이 지사는 먼저 “동상 철거의 법적근거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검토했으나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중앙의 유권해석을 받았고, 도 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남대 전직대통령 동상은 관광활성화 목적에서 건립된 조형물로, 청남대 관광에 생계를 의존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동상 존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현 동상을 눕히거나 15° 앞으로 숙여 설치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대해서는 “저작권 문제,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 ▲ 충북 청주시 문의면 청남대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이 50대 남성에 의해 3분의 2 정도가 잘려 나갔다.ⓒ충북도 청남대시설관리사무소
    ▲ 충북 청주시 문의면 청남대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이 50대 남성에 의해 3분의 2 정도가 잘려 나갔다.ⓒ충북도 청남대시설관리사무소

    이 지사는 “(충북도의 결정이) 5·18민주화운동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역사인 5·18민주화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오롯이 기리고, 희생자들의 아픔을 나누는데 영원히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동상 논란이 수면아래 내려갈지는 미지수다.

    논쟁의 발단은 충북도가 2015년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는 9명의 대통령 동상을 청남대에 세우면서부터 불거졌다.

    이에 대해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5월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의 동상을 두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는 물론 대통령길 폐지를 요구했다.

    충북도는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막상 동상을 뜯어낼 근거를 찾지 못했다.

    이상식 충북도의원이 도의 요청으로 지난 6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의 동상 건립, 기록화 제작·전시 등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의 ‘충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이 마저도 불발됐다.

    지난 달에는 경기지역 5·18 관련 단체 회원인 50대가 전씨 동상의 목 부위를 쇠톱으로 자르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