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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트레킹] 음성 쑥부쟁이길, “해가 들고 달이 품어 날 비추네”

청년 그리워하다 죽은 처녀… 죽어서 동생들 위해 쑥부쟁이 ‘환생’
용산저수지~무장애 나눔길~산림욕장 등 아담한 산책 코스

입력 2020-03-14 09:39 | 수정 2020-04-21 16:38

▲ 충북 음성군 읍성읍 쑥부쟁이길. 데크길이 용산저수지와 어우러져 무척 아름답다.ⓒ김정원 기자

충북 음성읍 용산리 용산저수지에 조성된 ‘쑥부쟁이길’은 음성군청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쑥부쟁이길이라는 이름에서 토속적인 내음이 나고 스토리 또한 범상치 않아 보인다. 

고추·인삼의 고장인 음성은 농공병진 지역으로 수해가 없는 복 받은 지역이다. 지리적으로 산이 높지 않고 구릉지가 많아 공장이 많이 들어섰다. 높은 산이 없고 큰 강이 없다보니 놀 거리와 먹거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가볼 만한 계곡이 선뜻 떠올려지지 않는 곳이 바로 음성이다.

쑥부쟁이길은 용산저수지 제방에 오르자마자 제방 둑을 따라 가섭산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만난 것은 큰 소나무와 함께 데크길이 시간 반대방향으로 펼쳐져 있는 곳이었다. 저수지는 작고 아담하지만 데크길은 잘 만들어 놓았다. 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니 저수지 한 바퀴만 돌면 끝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가섭산 쪽으로 봉학골 ‘무장애 나눔의 길’이 또 하나 보였다. 

이 길 따라 쭉 올라가다보면 피크닉장과 ‘맨발 숲길’이 나오고 백호‧거북이 등 동물‧신발 등의 조각공원과 돌탑에 이어 봉학의 집 자연학습관이 나타난다. 이어 물놀이장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산림욕장에 이어 길마재를 거쳐 우측으로 가면 가섭산 정상이다.

물놀이장에서 길마재~수리봉~두호2봉~두호1봉~봉학골산림욕장으로 등산을 할 수 있고 그 반대로도 등산이 가능하다. 이 등산코스는 4.1㎞정도 되고 다시 아래로 내려오면 쑥부쟁이 길과 다시 만난다.

▲ 쑥부쟁이 길 위 무장애 나눔길.ⓒ음성군

가섭산 산자락을 따라 가다보니 쭉쭉 하늘로 뻗은 낙엽송이 데크길 왼쪽을 끼고 숲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봉학골학습장은 위험한 곳이 없어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기에 딱 좋다. 

여름엔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수영을 즐길 수 있고 맑은 계곡물은 넉넉지는 않지만 시원한 그늘과 함께 음성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바로 쑥부쟁이길과 봉학골산림욕장이다.

30분만 걸으면 쑥부쟁이길이 끝날 줄 알았지만 쉬엄쉬엄 걷다보니 1시간 넘게 걸렸다. 쑥부쟁이길은 아기자기하고 높낮이가 없다. 성이 차지 않은 사람들은 한 바퀴 더 돌아도 될 정도로 걷기 편안하다. 

무장애 나눔 길을 내려와 다시 이어지는 쑥부쟁이길에 들어서니 호수의 물과 데크길 바로 아래 잔잔한 호수는 호사스럽지는 않치만 운치가 있다. 이 호숫가는 멋진 낭만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예쁜 호수길이다. 

이어 가섭산 산자락을 넘어 역 ‘ㄷ’ 자 코너가 나오는데 쑥부쟁이길 중 가장 아름답고 습지 같은 호수의 가장자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아주 멋진 풍경사진을 연출할 수가 있다.

▲ 무장애 나눔의 길 중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김정원 기자

용산저수지에 쑥부쟁이길 조성을 기념해서 증재록 시인이 쓴 예찬론이다.

‘굽이쳐 휘도는 나의 맘결에 
꿈틀대 몰리는 너의 숨결이 얹힌다.

들녘의 들머리에 학이 깃을 치고
산 녘의 날머리에 용이 승천하는 물결

오늘을 둘레둘레 돌면서
어제를 밟고 내일을 세운다

수면은 거울 되어 나를 비춘다
해가 들어서고
달이 품어 들고
별이 떠오르는 용산저수지 둘레길

발자국마다 스며드는 풍년 이야기에
잎과 열매
둥근 그리움은 사랑풍이다.’

▲ 쑥부쟁이길 중 가장 아름다운 데크길과 수변 숲.ⓒ김정원 기자

음성의 농산물은 청결고추와 인삼·화훼·햇사레복숭아‧수박 등이 유명하다. 햇사레 복숭아는 감곡을 중심을 생산되는데, 당도가 높아 수확철에는 가격이 국내에서 가장 비싸게 팔려나간다.  

음성은 전국 유일의 ‘품바추제’가 유명하다. 품바축제는 음성군이 오웅진 신부가 꽃동네를 설립 배경이 됐던 최귀동 할아버지의 나눔과 희생, 그리고 헌신적인 이웃사랑을 모티브로 재구성한 것이다. 매년 축제때는 전국에서 거지 옷을 입은 품바들이 떼거지로 몰려든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40여 년 동안 금왕 다리 밑 등의 움막에 지내면서 주변에 있는 걸인들을 먹이고 병간호까지 했던 꽃동네의 ‘작은 예수’. ‘거지 성자’로 불린다. 꽃동네 입구에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는 표지석이 많은 이들에게 지금도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인근 원남면 행치마을에는 제8대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기념관과 생가가 있다. 반 총장은 행치리에서 태어났다. 반 전 총장의 일대기를 아이들과 함께 관람한다면 아이들의 시야가 글로벌하게 확장되고 미래 ‘제2의 반기문 꿈’을 키우기 좋은 여행이 되고 남을 것이다.

▲ 음성군 원남면 행치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생가와 기념관.ⓒ김정원 기자

◇ 쑥부쟁이 전설

음성 봉학골에 대장장이의 큰딸이 살았는데 병든 어머니와 굶주린 동생을 위해 쑥을 캐러 다녔기에 그녀를 쑥부쟁이라고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쑥부쟁이는 상처를 입고 쫓기는 노루를 살려줬고 함정에 빠진 사냥꾼 청년까지 구해준 것이 인연이 돼 그 청년과 결혼을 약속했다. 그러나 다음해 가을에 오겠다던 청년은 끝내 오지 않았고 그리움에 지쳐가던 쑥부쟁이는 산신령께 치성을 드렸다. 그랬더니 목숨을 구해준 노루가 나타나 보랏빛 주머니에 담긴 노란 구술 세 개를 주며 “구슬을 입에 물고 소원을 한 가지씩 말하세요”라고 했다.

그녀는 구슬을 입에 물고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말했더니 병이 씻은 듯이 나았고, 사냥꾼 청년을 나타나게 해달라고 했더니 눈앞에 청년이 나타났으나 이미 그는 결혼해 가족이 있었다. 어쩔 수 없어 쑥부쟁이는 청년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세 가지 소원을 모두 써버렸다. 쑥부쟁이는 끝내 청년을 잊지 못하다가 그만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죽고 말았다. 그녀가 죽은 자리에는 아름다운 보랏빛 꽃을 피웠는데, 죽어서도 배고픈 동생들을 위해 나물로 다시 태어난 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 꽃을 쑥부쟁이라고 불렀다는 가슴 저린 전설이다. 

지금도 해마다 쑥부쟁이는 그 청년이 돌아온다고 약속한 가을이 되면 들녘을 온통 아름다운 보랏빛 꽃으로 뒤덮는다.

쑥부쟁이의 꽃잎이 연보랏빛이고 술이 노란 것은 연보랏빛 주머니 속 노란구술로도 끝내 이루지 못한 쑥부쟁이의 안타까운 사랑 때문이라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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