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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방사성물질 ‘세슘 유출’…대전시 ‘뒷북’

“그동안 대전시 뭐했나” 우한폐렴 겹치면서 ‘시민불안감’ 증폭
세슘 유출 2주 후 통보…市, 정보력 한계‧권한 탓만 반복
원자력硏 “원인 못 찾아 통보 늦어…2월 시‧시민참여 소통안전센터 설치”

입력 2020-01-28 17:24 | 수정 2020-01-29 14:14

▲ 대전시 공무원들이 28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주변 하천에서 방사능 물질 유출과 관련해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시

최근 대전지역에 방사능 물질인 세슘 유출에 이어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까지 겹치면서 대전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28일 대전시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이 세슘유출사고를 확인한 뒤 지난 6일 원안위에 구두 보고에 이어 지난 10일 서면보고 했지만, 대전시에는 세슘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2주 후인 지난 20일에서야 구도 통보했다.  

◇ 원자력硏 정문 앞 하천서 ‘세슘 137 농도’ 25.5bq/㎏ 측정

시에 따르면 세슘 유출은 지난해 12월 30일 원자력연구원의 정문 앞 하천 흙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 137의 농도가 25.5bq/㎏로 측정됐다. 이는 최근 3년 평균치에 비해 60배 가까이 높은 수치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138bq/㎏까지 검출된 것이다.

연구원이 정문 앞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추적한 결과 내부의 자연증발시설 바로 옆 맨홀에서 기준치의 10배 넘는 세슘이 검출돼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2주간 원자력연구원이 대전시에 구두 통보할 때까지 시는 까맣게 몰랐다. 

문제는 원자력연구원 안에 세슘 유출이 59배, 연구원 밖에는 평균치 이하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유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시는 원자력연의 방사능유출 때마다 원자력연구원에 방지대책을 촉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시가 방사능물질과 관련한 조사가 권한 밖에 있다는 탓만 반복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들은 “이번 세슘 유출 사고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2주 후에 구두 통보 받은 것은 시민들의 안전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라며 “잦은 방사성 물질 유출사고로 그동안 불안 불안했다. 대전시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 원자력연구원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거대 조직인 대전시의 정보 부족에다 집권당 소속의 시장과 정치권 접근이 어려우면 제도를 고쳐서라도 시민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시의 뒷북 대응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대전시 한 시민은 “세슘 유출량이 60배 정도 나왔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양이 나왔는지 이해를 못한다. 시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고 향후 대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답답하다. 일단 관련기관에 촉구공문부터 내고 중앙부처와 원자력연구원에 대책보고, 시민안전에 대한 대안 마련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정말 큰 유출사고가 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세슘은 없어지는 기간이 상당히 길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한 로드맵이 없다. 세슘은 인공방사능인데, 자연방사능은 어디까지 볼 것이냐. 라듐 침대 등 생활방사능에 대한 기중치도 명확치 않다”고 지적하며 “국가사무를 묶어서 하는 것은 좋으나 기준치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문제는 있으나 기준이 없다고 하는데 시가 국가차원에서 인공방사능에 대한 심각한 관심을 갖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스템 자체가 지방에서 할 수 없다고 계속 방치할 것이냐”고 힐난했다. 

◇ 원자력연구원 “세슘 유출원인 확인 중”

원자력연구원은 일단 세슘유출 원인을 찾기 위해 원안위 주관 하에 원인을 분석중이다. 

원자력연구원의 세슘유출 사고는 분기별 방사성 환경 조사를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연구원 정문 앞 배수구에서 하천토 시료를 채취한 뒤 지난 6일 세슘이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검출된 세슘은 평소보다는 많았지만 기준치 이하로 안전한 상황이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28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대전시에 늦게 통보를 한 것은 지난 6일 세슘이 나왔지만 자연현상인 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서 조사를 넓게 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지난 20일 연구원에서 유출된 것으로 확인돼 원안위와 대전시에 각각 통보했다”고 늦장 통보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방사능물질 유출은 없었고 예전에 방사성 폐기물을 무단으로 반출한 적은 있다. 원자력 시설이다 보니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있다는 것은 십분 이해한다. 잠정적인 상태에서 무조건 통보만 하면 시민들이 더욱 혼란해 질 수 있다”면서 “그 대안으로 2월에 시와 시민 등이 참여하는 ‘원자력시설시민안전소통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 대전시의 정보력 한계…후속대책도 ‘뒷북’

시 관계자는 “2017년 원자력연구원과 원자력안전협약은 신의성실 원칙에 의해 방사능물질 유출시 사실통보를 하기로 약속했지만 늦장 통보하는 등 약속을 어겼다. 그동안 원자력연구원은 폐기물 무단배출, 하나로 정지사고, 백색비상(2011년) 등은 있었지만 이번 대량의 세슘 유출사고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세슘 유출사고와 관련해 원안위의 특별조사반이 꾸려졌다”는 이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 조사를 계속할 것이며 환경방사성 용역도 당겨서 발주했다. 인‧허가권과 지도감독의 권한이 국가에 있다 보니 최소한 제도적으로 알려주고 통보하는 장치확보를 위한 법 개정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방사능 유출사고 때마다 이 같은 건의를 수차례 했지만 회신조차 오지 않는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원자력연구원에 협조할 수가 없다”며 “시는 28일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23일에 이어 원자력연구원 주변 하천에 대한 조사 및 채취한 시료를 정밀 분석 중이다. 설 연휴 기간에도 연구원 내 3개 지점에 추가로 하천토양 유출방지 시설을 설치하도록 조치하는 한편 매일 연구원 주변 하천토양의 세슘농도 변화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날 주간업무회의에서 “원자력연구원이 유사한 사고를 반복하는 데다 늦장 정보제공으로 시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시가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정보공유 등 체계를 관리해야 한다”며 시 간부들에게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한편 대전시는 시민안전검증단을 구성, 1년 간 활동을 하며 일부 성과도 거뒀지만 현재 원자력연구원에는 방폐물 약 2만 드럼을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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