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맥락 파악 않고 편집…구차하게 변명하고 싶지 않다”“우드볼 아시아 경기대회 日 대표단장으로부터 들은 내용 전달한 것”
  • ▲ 정상혁 보은군수가 5일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이 편집돼 전달됬다며 당시 강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박근주 기자
    ▲ 정상혁 보은군수가 5일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이 편집돼 전달됬다며 당시 강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박근주 기자

    ‘친일’ 발언으로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가 5일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편집돼 전달돼 억울하다”고 밝혔다.

    정 군수는 “구차하게 변명하고 싶지 않다”며 “그동안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일해 온 점 등을 폄훼하고, 일방적인 기사 편집으로 사실을 잘못 전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잘못 전달된 것은?

    “언론에 보도된 발언 내용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보은을 방문한 ‘우드볼 아시아 경기대회 일본인 대표단장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가감 없이 전달한 것이다. 이는 일본내에도 아베와 같은 정치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국을 좋아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아베와 같이 반 평화적이고 반역사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우리가 경계하고, 대응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까지 몰아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죄했나. 

    “정치인으로서 지역과 지역 주민들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주민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앞으로 보은 대추 축제와 각종 특산품을 내놓게 된다. 이분들의 노력의 결과가 이유를 막론하고, 손해를 입는다면 너무 죄송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 이런 피해를 입기 전에 용서를 구하고, 사실을 밝히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대추농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는데.

    “그렇게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을 알게 되면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90만 명 가까운 방문객들이 보은 대추 축제를 찾았다. 많은 분들이 보은의 대추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대추에 관심이 많은 만큼 아베와 같은 인물을 비난하는 마음을 알아 줄 것으로 믿는다.”

    -발언 논란으로 그동안의 ‘위안부 기림비’ 제막 등에 대해 위선적 행동이라고 꼬집는 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 부분은 너무 억울해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2012년 7월 30일 미국 글렌데일시(市) 킨테루 사장으로부터 세계 유일하게 ‘위안부의 날’을 지정하도록 공헌했다. 글렌데일 시의회 의원 7명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일본인으로부터 목숨을 건지는 은혜를 입었다면 이 조례안에 반대하는 1명의 의원을 제외하고, 6명을 설득해 6대1의 표결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2013년 7월 30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본 위안부 결의안’ 통과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공로로 세계자유총연맹 미주등록 후원재단으로부터 2016년  ‘자랑스런 한국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 상은 국내 한국인으로는 2010년 김연아 선수와, 2011년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 3명 뿐이다.”

    -보은에도 위안부 기림비가 있나.

    “2017년 10월 13일 제막식을 했다. 미국의 마이크 혼다 전 의원이 참석했다. 정부에는 ‘위안부 추모 공원 조성 사업을 위해 50억 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됐다. 속리산 말티재 부근에 조성해 지나는 사람이 추모 묵념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지나치게 보여주기 위한 느낌이다. 다른 지자체가 너도나도 나선다면 정부입장에서는 곤란한데 그런 점은 고려하지 않았나.

    “과거 보은은 동학혁명의 중짐지였다. 동학혁명 사료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떤 자료에는 관군과 일본군에 의해 2700여 명이 무참히 학살됐다는 기록이 있다. 보은에서 일어난 동학은 전봉준이 이끄는 전북의 동학과 다른 면이 있다. 전북 동학군이 탐관오리 숙청 등을 요구하는데 그쳤다면 보은의 동학은 노비문서 소각 등 민주주의 운동이었다. 미국 링컨의 노예제도 폐지 요구와 맞먹는 근대 민주주의 운동이었다. 동학은 3·1운동에 영향을 줬고, 우리 독립 운동의 기반이 됐다. 보은은 이러한 근대 민주주의 운동의 성지이다. 다른 지자체보다 보은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

    “지금까지 군민과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특별히 포장하거나 하려고 하지 않겠다. 다만 있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줬으면 좋겠다.”

    한편, 정 군수의 발언과 관련 보은지역 시민사회단체는 4일 ‘정상혁 보은군수 퇴진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오는 9일 보은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들 시민사회단체가 정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이뤄지도록 하려면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7조 및 동법 시행령 제2조에 의거 19세 이상 인구의 15%로부터 찬성 서명을 받아야 하고, 서명기간은 선관위의 청구인대표자 공표일로부터 60일이다.

    보은군수가 관련 법률에 의거 지난 1월 9일 공표한 지난 해 12월말 기준 보은지역 19세 이상 인구는 2만9534명이며, 15%는 4431명이다.

    서명이 통과되고 본격 투표에 들어가서는 유권자의 3분의 1이상의 투표가 이뤄져야 하고, 이들 중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정 군수는 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에 앞서, 정 군수는 지난 달 26일 울산에서 열린 ‘보은군 이장단 워크숍’에서 “가난한 시절 일본으로부터 5억 달러의 돈을 받아 산업단지를 만들어 발전을 했다. 중국, 필리핀에서도 위안부로 끌려갔지만 우리만 보상을 받았다. ‘대통령이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고 일본인들이 말한다. 일본 불매운동하면 우리가 손해다” 등의 발언을 해 전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정 군수는 3선의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농촌진흥청 공무원, 충북도의원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