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가업 잇는 대승철물상회 100년 된 나무 ‘돈 통’ 보물 대장장 50년 ‘홍성대장간’ 모무회씨 ‘쇠의 마술사’
  • ▲ 홍성시장에서 70년 간 철물점(대승철물상회)을 운영한 이영춘 할머니가 아버지가 물려준 100년 넘은 나무 돈통을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김정원 기자
    ▲ 홍성시장에서 70년 간 철물점(대승철물상회)을 운영한 이영춘 할머니가 아버지가 물려준 100년 넘은 나무 돈통을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김정원 기자
    70년 역사의 충남 홍성전통시장(홍성군 홍성읍 아문길 60). 여느 전통시장과는 달리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춤듯 했다. 

    대장간과 현대화되지 않은 철물점, 뻥튀기 기계, 소머리 국밥집 등이 눈에 들어왔다. 홍성전통시장은 마치 변화의 트렌드를 잊은 듯 과거를 보는 듯했다. 또한 보부상은 홍성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반면 면 지역에서는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다.

    홍성전통시장은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은 물론 생선과 의류, 그릇 등 여느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다 있다. 고등어와 갈치는 수입산이고 국내산으로 새조개, 대하는 서해안에서 잡은 것을 판매한다.  

    홍성 5일장(1, 6일)이 열리면 시장에는 노점상들의 좌판이 펼쳐진다. 장날에는 수천 명이 장을 보는 등 큰 장이 선다.

    홍성시장의 경기는 예전 같지 않는 등 불경기의 한파에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그나마 봄이 되면 봄나물인 고사리와 옻순 등 각종 나무순, 두릅 등의 장이 제대로 선다. 여기에 호박과 고구마, 수박, 참외, 오이 등 모종 장도 볼만하다.

    홍성시장의 음식은 소머리국밥이 가장 유명하다. 전통시장 남쪽 건너편에 30년 전통의 ‘뚱땡이 아줌마’, ‘원조 할머니 장터국밥’ ‘홍동집’, ‘홍성집’, ‘덕이네 진한 소머리국밥집’, ‘윤희네집’, ‘70년 소머리국밥집’ 등 소머리국밥집 10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장날이면 소머리국밥집은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국밥집 목로까지 고객들이 발 디딜틈 없이 자리가 차면 문 밖에 설치된 파라솔 아래서 국밥 한 그릇을 금세 비우고 떠난다. 
  • ▲ 홍성시장에서 대장간을 50년 간 운영한 모두회 씨.ⓒ김정원 기자
    ▲ 홍성시장에서 대장간을 50년 간 운영한 모두회 씨.ⓒ김정원 기자
    또한 만두와 호떡을 기름 없이 구워 내는 ‘홍성빵집(대표 김은섭)’은 호떡의 달인이다.  KBS ‘생생정보통신’, ‘6시 내 고향’ 등에 방송이 나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 인사가 됐다.

    홍성시장에는 ‘젊은 피 수혈’이 어느 전통시장보다도 시급하다. 그렇지만 이 시장에는 청년상인 5명이 활동을 하고 있다. 업종은 건어물 등 해산물 취급이 가장 많고 한우, 야채 등을 주로 판매한다.

    ‘홍주제과점’ 박세철 대표(46)는 10년째 빵 종류를 만들어 부부가 함께 판매한다. 서울이 고향으로 10년째 홍성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박 대표는 “앞으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빵을 만들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내비쳤다. 박 대표는 빵 집을 열기 전에 제빵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청년상인 ‘서해돌김’ 박병수 씨(43)는 부친 박경섭 씨(69)에 이어 가업을 잇고 있다. 박 씨가 판매하는 제품은 서해 돌김, 건어물, 미역, 멸치 등을 취급하고 있다. 

    그는 “30년 된 서해돌김을 맡아 가업을 잇게 된 것은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부친을 돕다가 30대부터는 아예 장사를 하게됐다”고 했다. 

    박 씨는 “우리 가게는 단골이 많고 도·소매를 하고 있으며 서울 등 외지에는 온라인 판매를 한다”면서 “사업을 키우기보다는 현 상태만 유지했으면 좋겠다. 경영은 나쁘지는 않지만 시장을 찾는 분들이 나이가 든 반면, 젊은 사람이 없는 것이 고민”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 ▲ 홍성시장에서 소머리국밥 등을 팔고 있는 음식점들.ⓒ김정원 기자
    ▲ 홍성시장에서 소머리국밥 등을 팔고 있는 음식점들.ⓒ김정원 기자
    부친에 이어 2대째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홍성대장간 모무회 대표(73)는 ‘대장장 기능보유자’로서 쇠의 마술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장간을 하던 고모부와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해 50여 년간 대장간 일을 했다. 

    그는 “대장간에서 1500도 화덕에서 벌겋게 단 쇠를 꺼내 망치로 두드려 칼과 호미, 괭이, 곡괭이, 삽, 낫 등을 만든다. 그의 손에 망치만 들면 못 만드는 것이 없다. 한 여름에는 무더워서 두 달간 일을 쉰다”면서 “요즘에는 대장간 일이 힘들고 어려워 젊은 사람들이 일을 안 하려고 한다”며 세월의 격세지감을 토로했다.

    모 대표는 “서울에서 통신사업을 했던 아들 영서 씨(48)가 손재주가 있어 설득 끝에 내려와 대장간 일을 돕고 있다. 지금은 장날만 일을 돕고 그 외의 날은 다른 일을 한다. 대장간 일은 첨단화된 농기계와 값싼 중국산 농기구 등에 밀려 아이 두 명을 키우기 힘들 정도로 벌이가 시원찮다”고 한숨이 깊다. 

    홍성시장에서 ‘왕언니’로 통하는 대승철물상회 대표 이영춘 씨(82)는 2대째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다. 

    친정아버지(이학선, 작고)가 9세 때부터 철물점을 했다는 이 대표는 경북의 한 철물점집 아들과 결혼하는 바람에 홍성을 떠났다가 부친이 철물점을 물려주는 바람에 홍성으로 되돌아와 70년째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가 학교 가라면 가지 않고 망치질만 했는데, 결국 아버지의 철물점을 물려 받았다. 지금은 작은 아들 박성전 씨(54)가 3대째 대를 잇고 있다”면서 “철물점에 수천 가지의 물건이 쌓여 있지만 고객이 물건을 찾으면 어디 있는지 족집게처럼 찾아낸다. 전기용품 등 다른 곳에서 구하지 못하는 물건은 우리 집에서 구입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 ▲ 홍성시장에서 볼 수 있는 뻥튀기 기계와 옥수수 등 뻥튀기 과자가 진열돼 있다. ⓒ김정원 기자
    ▲ 홍성시장에서 볼 수 있는 뻥튀기 기계와 옥수수 등 뻥튀기 과자가 진열돼 있다. ⓒ김정원 기자
    그는 “아버지가 물려 준 100년 넘은 ‘나무 돈 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면서 “곧 작은 아들 부부에게 가게를 넘겨줄 때 이 돈 통도 넘겨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성전통시장 박경규 상인회장(75‧대동집 대표)은 “홍성시장 상인 대부분이 60~70대의 고령자다. 주변에는 농협 하나로 마트와 이마트 슈퍼, 롯데마트 등 시장을 둘러쌓고 있어 이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모두가 홍성시장의 경쟁자들이어서 시장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시장 환경을 소개했다.

    그는 그렇다고 환경 탓만 할 수도 없고 해서 부족한 주차시설 확보에 나섰다.

    박 회장은 “홍성시장은 주차 가능대수가 50여 대에 불과하다. 국비와 지방비 등 14억 원을 지원받아 150대 주차가 가능한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그러면 고객들의 주차불편은 어느 정도 덜 수 있고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5월 24일부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10월까지 10차례의 ‘금요 야시장’을 개설하는 등 고객 유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 ▲ 홍주제빵 대표 박세철씨. 박씨는 부인과 함께 10년 간 홍성시장에서 빵을 만들어 왔다.ⓒ김정원 기자
    ▲ 홍주제빵 대표 박세철씨. 박씨는 부인과 함께 10년 간 홍성시장에서 빵을 만들어 왔다.ⓒ김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