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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옛 영화 스민 곳 ‘강경’…세태 변화 적응 중

하루 100여 척 배 드나들었지만… 강경대흥시장 “쇠락 막고 강경 남다른 문화알리자”

입력 2019-05-06 12:49

▲ 강경대흥시장 입구.ⓒ박근주 기자

충남 논산시의 강경시장은 우리나라 3대 시장으로 꼽히던 곳이다.

‘일 평양’, ‘이 강경’, ‘삼 대구’라 할 정도로 사람과 물산의 왕래가 빈번한 곳으로 이름이 높았다. 과거 이처럼 번성했던 이유는 지리적 요인 때문이다.

논산평야를 가로지르는 금강 지류와 서해안으로 연결하는 포구는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해산물 유통에 최고의 적지였다.

서해의 풍부한 수산물이 이곳 포구로 들어와 전국 각지로 전달됐다. 깊숙한 내륙인 옛 충북 청원군 부강 면까지도 황포돛배가 새우젓을 실어 날랐다.

옛날 상선하나 뜯으면 학교 강당을 지을 정도였다고 하니 당시 100여 척의 배가 이곳에 정박했던 강경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는 이제 사라진지 오래다. 항구도시의 발전과 운송수단의 발달은 이러한 강경의 영화를 근본부터 바꿔 놓았다.

‘강경 오면 돈을 벌어간다’던 말은 자취를 감췄다. 돈을 번다는 강경시장은 인근 지역에 상권을 나눠줬고, 새우젓으로 대표되던 젓갈류도 중국산에 밀리고 있어 수입구조가 위협을 받는 형편이다.

강경으로 장을 보러오던 세도, 부여, 성동, 연무, 여산, 금마, 삼례, 용안(용동), 함열 등이 모두 자기네 지역에 상권을 형성했다.

▲ 강경대흥시장 입구에서 모자점을 하는 천상선 씨.ⓒ박근주 기자

위축된 시장은 노점상에서도 읽힌다. 한 때는 300~600명이 넘었던 노점상이 이제는 150명 수준이다.

강경대흥시장 입구에서 모자가게를 하는 천상선 씨(60)는 “15년이 넘게 모자를 팔아 왔지만 옛날이 훨씬 나았다”며 “그때는 점심시간에만 50만~60원어치를 팔아 하루 100만원을 버는 날도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 종일 팔아도 40~50만 원을 벌기 어렵다”고 했다.

노점상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 내 점포도 줄었다. 수백에 달하던 점포는 이제 상인회 소속만 86개, 젓갈시장상인연합회 14개 점포 등 100여개에 불과하다.

조선 3대 시장에 이름을 올렸던 것 치곤 줄어도 너무 줄었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시장의 위축을 더 이상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고 상인들은 말한다.

얼마 전부터 시장 상인회는 새로운 변모를 꾀하고 있다. 목표는 ‘젊은이들이 찾는 시장, 문화가 있는 강경시장’이다.

▲ 강경대흥시장상인회장 이은성 씨.ⓒ박근주 기자

‘강경대흥시장상인회’ 이은성 회장(51)은 “전통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이들 대부분이 60~70세를 넘긴 연령층으로 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려움이 있어 정기회의가 있을 때마다 이런 부분을 강조한다”며 “이제는 경쟁상대가 대형마트가 아니라 바로 우리”라고 말한다.

대를 이어 젓갈 가게를 이어가는 그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상인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조금 넘어 이제는 시장의 전반적인 것들을 제법 파악했다.

올해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의 도약을 위해는 ‘준비단계’에 들어가기로 했다. 식품가게에서 ‘흰색 가운 입기’ 등 청결한 곳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그는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던 이전 세대와 달리, 손님들에게 친절과 청결,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뢰를 위한 차원에서는 시장 내 ‘강경발효젓갈상인회’를 따로 조직해 ‘명품 회원 및 윤리 강령’도 만들었다.

오직 국산제품만을 사용하고 중국산을 쓰지 않기로 했다. 중국산 제품을 쓸 경우에는 반드시 원산지 표시를 밝히고, 회원 상호간 감시 감독을 철저히 하기로 했다.

강령을 통해 9명의 회원 업체 가운데 8곳은 중국산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고, 1곳만 중국산을 병행 판매하고 있다.

▲ 해동상회를 열어 창업에 나선 김성재 씨.ⓒ박근주 기자

젊은 창업자도 나오고 있어 희망도 있다.

해동상회를 운영하는 김성재 씨(38)는 이곳에서 제일 나이가 적다. 그는 전통시장으로 오기 전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발로 뛰며 고객을 찾으러 다니던 시절보다 창업 이후의 생활은 더 바쁘다.

김 대표는 “직장인들은 눈치를 보며 시간을 때우는 경우가 많지만 작은 사업이라도 하는 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겨야 해서 항상 바쁘다”며 “다만 윗사람 눈치를 안 봐도 되고, 내가 노력하는 만큼 성과도 있어 해 볼만 한다”고 말했다.

논산에서 물건을 사러왔다는 손님은 “사장님이 젊고 신중해서 믿음이 간다”며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이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상인회에서도 젊은 창업자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 한성농산 박수현 씨가 손님에게 고춧가루를 빻아 준 것을 보여주고 있다.ⓒ박근주 기자

강경시장을 떠받치는 힘은 역시 대를 이어 가는 가게다. ‘한성농산’은 대를 이어가면 강경시장을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고추 장사를 해 오시던 시아버지의 가게를 이어받아 아들과 며느리인 박수현 씨(53)가 방앗간 영역까지 넓혔다.

그는 “고추나 다른 곡물류를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원하시면 찧어 드리기도 한다”며 “옛날 기계와 달리 새로 도입해 사용하는 시설에서는 깨끗한 제품을 만들어 들릴 수 있어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한다.

멀리 익산에서 온 할머니는 “강경시장에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고추를 빻아갔다.

▲ 새마을젓갈상회 김수철씨가 생선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박근주 기자

‘새마을젓갈상회’ 김수철 대표(59)도 어머니가 하시던 가게를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규모는 작아도 단골손님은 끊이질 않는다. 어머님이 오랫동안 단골 고객들을 모아왔고, 믿음을 줬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김 씨는 “많은 고객들이 여전히 강경은 아름다고, 인심이 넘친다며 때가되면 찾는 손님들이 있다”며 “전통시장들이 상권 위축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이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웃 지역에 상권을 넘겨준 뒤 강경은 스스로의 발전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포구지역인 탓에 대부분이 개펄이어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찾을 수 없다. 건물과 공장이 들어서고, 사람이 몰려들어야 시가지를 형성할 수 있지만 기대할 수 없다.

고작해야 3~4층 규모의 다가구 주택이 있지만 개펄 위에 지어져 기울어진 곳도 있다. 이러한 불리한 조건이 있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 때 논산에서 정차하지 않던 새마을호가 강경에선 승객을 내려줄 정도였다는 점을 생각해 발전의 기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가을철이면 여전히 젓갈 사러오는 손님들에게 새우젓만이 아니라 강경의 남다른 문화유산을 알리고, 이를 통해 관광과 문화가 어우러진 전통시장으로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상인회 이 회장은 “지금은 전통시장의 비가림 시설 지원보다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가 하는 좌표를 알려줄 수 있는 연구용역을 해 줬으면 한다”며 “그래야 지금의 세대에서 겪고 있는 전통시장의 쇠락을 막고, 장기적인 도약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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