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배석철 교수팀, 암세포 자살 회피 원리 제시
  • ▲ 충북대학교 배석철 연구팀이 암세포가 자실을 결정하지 않고 생존을 이어가는 핵심원리를 밝혀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배석철 교수, 이정원  교수, 김다미 박사.ⓒ한국연구재단
    ▲ 충북대학교 배석철 연구팀이 암세포가 자실을 결정하지 않고 생존을 이어가는 핵심원리를 밝혀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배석철 교수, 이정원 교수, 김다미 박사.ⓒ한국연구재단

    기존 항암제가 해결하지 못한 암 재발 문제를 극복해 줄 새로운 원리가 제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30일 충북대학교 배석철 교수 연구팀이 ‘RUNX3는 R포인트의 핵심인자로서 염색체 구조를 조절한다’(RUNX3 regulates cell cycle-dependent chromatin dynamics by functioning as a pioneer factor of the restriction-point)는 연구논문을 통해 암세포가 자살을 결정하지 않고 생존을 이어가는 핵심 원리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암세포가 스스로 결정해 사멸하도록 하는 원리를 만들어 암 발생의 자체를 막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 번 암이 발병했던 환자는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을 제거하더라도 다른 유전자가 변이되면서 새로운 종류의 암으로 재발해 치료가 불가능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표적치료를 비롯해 과거보다 우수한 항암제가 다수 개발됐지만 암의 재발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암 연구논문들은 암 억제 유전자인 ‘p53'의 기능이 파괴되기 때문에 암이 재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p53의 기능이 복구돼도 이미 발병한 암은 치료되지 않음이 밝혀졌다.

    학자들로서는 절망에 이르렀고, 재발 과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이 필요해졌다.

  • ▲ 알-포인트에서 세포분열과 세포사멸을 결정하는 분자적 기전
세포가 분열 자극을 받으면 Rpa-RX3-AC 단백질 복합체를 형성하며 약 3시간 후 알-포인트 결정이 내려진다. 정상세포에서는 Rpa-RX3-AC 복합체가 Rpa-RX3-RE 복합체로 전환되고 세포분열 또는 세포분화를 시작하거나, Rpa-RX3-AC 복합체가 그대로 유지되어 세포사멸되어야 한다. 암세포에서는 RUNX3(그림의 RX3)가 없어서 적절한 알-포인트 결정을 할 수 없게 되고, 분열해서는 안 될 세포가 분열하고 죽지 않음으로써 암이 발생한다.ⓒ한국연구재단
    ▲ 알-포인트에서 세포분열과 세포사멸을 결정하는 분자적 기전 세포가 분열 자극을 받으면 Rpa-RX3-AC 단백질 복합체를 형성하며 약 3시간 후 알-포인트 결정이 내려진다. 정상세포에서는 Rpa-RX3-AC 복합체가 Rpa-RX3-RE 복합체로 전환되고 세포분열 또는 세포분화를 시작하거나, Rpa-RX3-AC 복합체가 그대로 유지되어 세포사멸되어야 한다. 암세포에서는 RUNX3(그림의 RX3)가 없어서 적절한 알-포인트 결정을 할 수 없게 되고, 분열해서는 안 될 세포가 분열하고 죽지 않음으로써 암이 발생한다.ⓒ한국연구재단

    이와 관련, 배 교수팀은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세포분열 과정에 주목했다.

    세포가 생명을 지속하거나 사멸하도록 스스로 결정하는 절차인 ‘R-포인트(Restriction point)'의 진행과정을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해 암의 재발을 막을 방법을 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세포분열 과정의 한 단계인 알-포인트는 세포 자신의 삶과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단계이다.

    정상세포는 삶의 결정을 내려 (성장)분열과정으로 진행하지만 위험한 돌연변이 등의 이유로 비정상 세포가 되면 스스로 죽음 결정을 내려 자살 과정으로 진행하게 된다.

    암은 분열해서는 안 될 세포가 분열하고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음으로 인해 생성되는 세포 덩어리인 셈이다.

    연구팀은 암세포 진행 과정에서 R-포인트가 붕괴되는 주요 원인은 ‘Runx3’이라는 유전자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암세포에 Runx3를 도입하면 암세포의 자살 결정과정을 원상 복구시킴으로써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 일어났다면 이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다.

    정상세포가 변이돼 자살 과정이 일어나도록 해 주면 암세포 덩어리는 만들어 질 수 없는 것이다.

    이 연구에 대해 외국 학자들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배 교수의 논문을 심사한 이 분야 최고 권위자들은 지금까지 암 극복을 위한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했다.

    성급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항암제와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이용한 차세대 암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이 연구 연리는 암세포 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의 유발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도 응용이 가능해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배 교수는 “R-포인트는 암세포 자살을 유도하므로, 이론적으로 암세포의 효과적 제거 뿐 아니라 다른 암유전자의 2차적 활성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이 원리를 적용해 재발없는 항암제 개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후속 연구계획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4월 23일자에 게재됐다.

    배 교수와 함께 제1공동저자에는 충북대 종양연구소 이정원 교수, 김다미 박사가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