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맑은 제천·단양 약초 자생 조건 ‘최고’‘노니 청’ 제조 특허·노니 키즈 판매… 주스·분말·환 가공소비자 체험·교육 프로그램 운영…대한민국 신지식경영 ‘대상’
  • ▲ 지난해 자신이 관리하는 산에서 두충나무 껍질을 채취하고 산에서 내려오고 있는 정진호씨.ⓒ정진호 제공
    ▲ 지난해 자신이 관리하는 산에서 두충나무 껍질을 채취하고 산에서 내려오고 있는 정진호씨.ⓒ정진호 제공

    “제천과 인근 단양은 산 좋고 계곡이 깊어 물이 맑기로 유명하며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 산약초가 자생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선택 받은 곳이다”

    약초의 고장 ‘대한민국 웰빙특구’ 충북 제천시 화산동 약초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제천산삼전시판매장’ 정진호 대표(52)는 산에서 행복을 찾는 약초꾼이다.

    경북 예천군 지보면이 고향인 그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산이 좋아 쉬는 날, 틈만 나면 전국의 산을 찾았다.

    점차 산에 대한 상식과 등반 실력이 익숙해지자 남들이 다니지 않는 오지 산들을 찾기 시작하면서 산에서 만나는 버섯에 빠졌다.

    그는 2001년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깊은 산을 찾아 자생하는 ‘버섯채취꾼’으로 생업을 바꿨다.

    5년 정도 버섯을 채취하던 정 대표는 깊은 산에 지천으로 깔린 약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막상 약초를 캐고 싶어도 비슷한 식물들이 많아 의욕만 컸지 이 또한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전문적인 약초 공부에 들어갔다.

    각종 한의학 서적과 문헌·자료 등을 찾아보고 일명 전문약초 채취꾼들과 함께 산에 올라 올바른 약초를 구분하고 배우고 캐기 시작했다.

    ‘약초 박사’가 다된 그는 어느 날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30년이 넘은 산삼 세 뿌리를 발견하면서 욕심이 생겼다.

    그날 이후 그는 주요 약초와 산삼을 캐면서 일명 ‘삼마니’가 됐다.

    자연을 직업삼아 약초를 캐기 시작한지 올해로 18년.

    정 대표는 “언제나 산을 찾기 며칠 전부터는 마음과 몸가짐을 정결하게 하고 형식은 갖추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산신령에게 안전한 산행이 될 수 있도록 기도를 했다”면서 “그런 맘가짐 때문인지 산에 오르면 귀한 약재와 운이 좋은 날이면 산삼을 발견해 소득도 얻었다”고 털어놨다.

    5년 전까지는 단양구경시장에서 ‘소백산자연약초’ 가게를 운영했다.

    그는 2017년 단양보다 시장성이 좋고 넓은 지금의 제천약초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약초전시와 판매, 소비자를 대상으로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 제천약초시장 내 제천산삼전시판매장 2층에서 국내산 한약재로 공진단을 만들고 있는 주민과 관광객들 모습.ⓒ목성균 기자
    ▲ 제천약초시장 내 제천산삼전시판매장 2층에서 국내산 한약재로 공진단을 만들고 있는 주민과 관광객들 모습.ⓒ목성균 기자

    가게 2층은 건강교육과 약초 홍보, 체질에 따라 자신의 몸에 알맞은 약초 찾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비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그의 가게 제천산삼전시판매장 2층 체험관에서는 약초상인회 주도로 방문객들이 국내산 약재를 확인하고 맛보며, 공진단·총명탕 등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 행사를 가져 방문객들의 호응과 함께 약초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제천약재 등을 구입해 직접 공진단을 만들어 간다.

    이들 대부분은 서울·경기지역에서 한 달에 한 두 번 씩 내려오는 단골 방문객이 주를 이룬다.

    그는 “산에 오르면 행복해진다”면서 “산을 만나 건강하고 산을 통해 돈이 되고 건강을 전해주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산에 자생하는 우수한 약재들을 활용한 건강식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제산 식품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다양한 국산 한약재를 활용한 건강식품은 물론 최근 호주에서 치즈과일(cheese fruit)이라고 불리는 ‘노니’를 활용한 주스와 청을 가공·판매하고 있다.  

    특히 ‘노니 청’ 제조방법은 특허를 받아 제품개발에 들어갔다.

    노니는 베트남, 동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 하와이가 주산지로 중국, 인도, 호주 등에서 재배되고 있다.

    1년 내내 작고 하얀 꽃을 번갈아 피우고 울퉁불퉁한 감자 모양의 열매를 맺는 노니는 열매가 익으면 초록색에서 하얀색으로 변하는데 역한 냄새가 나고 쓴맛이 난다.

    이 같은 이유로 열매의 경우 날것보다는 주스, 분말, 환 등으로 가공해 섭취한다.

    노니는 열매뿐만 아니라 뿌리, 꽃, 잎, 줄기까지 모두 약재로 이용돼 버릴게 없는 식물로 파이토케미컬 등을 비롯해 200여 종의 영양성분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000년 전, 타히티 원주민들은 노니를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해 왔으며 미국에서는 11년 연속 건강식품 판매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니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만성염증을 잡는 ‘천연 항염제’ 성분인 파이토케이컬(phytochemical, 식물성 화학물질) 때문이다.

    그는 최근 아이들이 섭취하기 좋은 ‘노니 키즈’를 제조해 판매에 나섰다.

  • ▲ 정진호 대표가 개발·출시한 어린이들이 먹기 쉬운 ‘키즈 노니’.ⓒ목성균 기자
    ▲ 정진호 대표가 개발·출시한 어린이들이 먹기 쉬운 ‘키즈 노니’.ⓒ목성균 기자

    정 대표는 “한국에서 출시되고 있는 노니는 열매가 숙성되기 전, 수입해 가공한 주스가 대부분”이라며 “캄보디아에서 잘 익은 노니를 현지에서 숙성시켜 발효된 원액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약초들이 가진 기능성을 극대화 시킨 가공제품 연구개발에 몰두해 ‘산양삼 차’와 ‘대추과자’도 출시·판매하고 있다.
            
    그는 “산 좋고, 물 맑은 제천과 단양은 최적의 약초산지 조건을 갖췄다”며 “풍부한 일조량, 큰 일교차, 석회암 사질의 토양(배수) 등도 약초 품질과 저장성을 향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정 대표는 약초에 대한 효능과 활용가치가 크지만 일상에서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한 번 고객이 평생 고객이 될 수 있도록 신뢰와 정성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소외계층의 건강을 위해 무언가를 돕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정 대표와 제천약초시장상인들은 약초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한쪽 골목에 매주 금∼일요일 먹거리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약초시장은 물론 모든 시장들이 활성화되려면 세대교체가 시급히 요구 된다”면서 “먼 미래를 보고 한번 다녀간 사람이 다시 찾는 건강한 시장이 될 수 있도록 상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27년 형성된 제천약초시장은 인근 지역에 약초 산지가 많아 생산자와 소비자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며 9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제천약초시장은 전국 3대 약령시장인 서울 경동시장과 대구 약령시장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 왔다.

    경동시장과 대구 약령시장은 소매시장인 반면 제천약초시장은 산지시장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자연산 약초 채취와 가공, 국내 약초의 중요성, 건강기능성 먹거리 제공 등 농림업의 6차산업화와 고부가가치 창출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18 대한민국 신지식경영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