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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충청‧경상‧전라 사투리로 영동전통시장 ‘들썩’

곶감‧의류‧야채류‧먹거리 풍성…바다없는 내륙서 새우젓 숙성
200개 점포‧노점 운영…와인카페에 상인밴드 동아리까지

입력 2019-02-25 13:20 | 수정 2019-03-01 13:36

▲ 김종복 영동산속새우젓 대표가 영동읍 매천리 일제시대 당시 무기고로 사용됐던 토굴에서 숙성되고 있는 새우젓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김정원 기자

‘영동전통시장은 농산물‧의류·곶감‧와인 등 있을 것은 다 있고 바다가 없는 내륙에서 새우젓까지 숙성시켜 판매한다.’

‘감 고을’이자 ‘와인 고장’인 충북 영동군 영동읍 영동시장 2길 영동전통시장은 부지 1만 3567m² 면적에 220 개의 점포(점포수 150‧노점상 70여)가 옹기종기 모여 장사를 하고 있으며 경상도와 전라도의 접경지로써 인심이 후덕하다. 

4‧9‧14‧19‧24‧29일에 장이 열리면 충청도 사람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경상도, 전라도 사람들이 모여들어 충청도 사투리와 버무려지면서 시장을 한바탕 들썩인다. 

특히 이 전통시장은 김천보다는 무주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 대진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무주사람들은 영동시장에서 생필품을 주로 구입해 갔다.

영동전통시장은 규모가 비교적 크고 시장 내에 의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중앙시장(50여 개 점포)이 별도로 운영된다.

품목은 여느 전통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감고을 영동은 곶감시장이 별도로 서지 않고 있다. 여느 전통시장에서 볼 수 없는 것은 시장 안에 와인카페가 이채롭게 들어서 있다는 점이다.

영동전통시장은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판다. 시장에는 의류와 농‧특산물, 야채류, 산채류, 버섯류, 음식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일반 카페와 다른 와인카페 ‘와인애푸드’는 영동 41개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50가지의 와인을 전시장에 진열해 놓고 농장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고객들은 와인 무료 시음과 구입은 물론 음악, 식사, 커피까지 즐길 수 있다. 

▲ 영동전통시장의 유일한 청년상인 이효중 로또축산 대표가 점포에서 고기 선별 작업을 하다가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와인카페 운영은 와인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진 영동에 살고 있는 여성 5명이 2017년 7월 협동조합을 설립, 영동군의 시설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 카페는 전혀 시골스럽지 않도록 화려하게 인테리어를 꾸며 놓아 재미있고 이색적인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이 곳에서는 매월 두 차례의 오카리나 연주도 무대에 올려진다. 

영동전통시장의 특별음식은 인근 강에서 잡은 올갱이(다슬기)를 팔고 있고 삼겹살과 한방오리가 유명하다. 한방오리는 오리주물럭에 와인을 넣어 숙성시킨 한방백숙오리가 유명세를 떨치고 있고, 어락생선구이 전문점도 꽤 알려져 있다. 

한방오리집 주재숙 대표는 2011년 향토 부문 동상을 받았다. 한방오리는 와인을 넣어 2시간 동안 숙성시킨 뒤 인삼과 버섯, 호박, 고구마, 떡, 새송이를 넣어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8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주 대표는 시행착오를 거쳐 5년째 와인을 이용한 한방오리 주물럭을 개발해 냈다. 가격은 4만 5000원에 4명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영동종합시장에서 ‘곳감 호떡’을 시식할 날이 머지 않았다. 시장에 곧 입주할 계획이다. 또한 유원대가 개발한 김치 맛을 한결 돋워주는 ‘홍시 김치’도 상품화해 곧 선보이게 돼 대도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한 껏 높여주고 있다. 

시장에서는 여성가족부 세일센터의 프리마켓이 월 한차례 연다. 시장활성화 차원에서 접목한 계획이며 농산물가공품과 수제 인형, 스카프, 베개 등도 판매할 계획이다.

▲ 한방오리에 와인을 넣어 숙성시킨 뒤 인삼과 버섯, 호박 등을 넣어 맛있게 만든 한방오리주물럭을 주재숙 한방오리집 대표가 선보이고 있다.ⓒ김정원 기자

영동전통시장에서 유일한 청년상인 이효중 로또축산 대표(39)는 소고기와 돼지고기‧수입육을 얼리지 않고 판매한다. 돼지고기는 장날에 맞춰 생고기만을 최대한 판매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소고기는 이틀 전 도축해서 하루 숙성한 뒤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북 익산이 고향으로 영동전통시장에서 정육점을 10여 년 전부터 문을 열었으며 지금은 결혼을 하지 않은 여동생(25)과 함께 점포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한때 ‘와인 숙성육’을 연구‧개발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에 나이 많은 상인들이 대부분이며 청년 상인은 내가 유일하다. 인구가 줄면서 시장 침체도 가속화되며 요즘엔 장사가 안 된다. 침체의 원인은 인근 여러 곳의 중소형 마트의 영향도 크다. 시장 상인은 물론 청년 상인에 대한 도움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바다 없는 내륙지역에서 이색적으로 새우젓이 토굴에서 익어(숙성) 가고 있다.

토굴은 영동시장에서 5분 거리인 영동읍 매천리에 깊이가 30m, 폭은 3m, 높이도 3m. 일제시대 당시 강제징용 당한 사람들이 맨 손으로 토굴을 파내 무기고로 썼던 뼈아픈 상흔이 있는 곳이다. 이 토굴은 새우젓 숙성고가 됐다. 

영동 새우젓은 김종복 영동산속새우젓 대표(53‧상인회 총무)의 아이디어 상품이다. 김 대표는 “새우젓 하면 충남 논산 강경이나 홍성 광천을 떠오리기 마련이지만, 내륙이라고 못할 것이 없다”며 행동으로 옮겨 성공한 케이스다. 

▲ 영동전통시장의 와인카페 ‘와인애푸드’는 영동 41개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50가지의 와인을 전시장에 진열해 놓고 농장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우상희 와인애푸드 매니저가 영동에서 생산된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원 기자

김 대표는 “오랜 연구 끝에 전남 신안에서 새우젓을 경매로 가져와 숙성시키고 있다. 숙성기간은 5년 된 새우젓이 있고 숙성이 오래될수록 가격도 비싸다. 그가 새우젓을 영동에서 숙성시키기 시작한 것은 6년 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새우젓이 안 팔려서 애물단지였으나 지금은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고 관광차를 이용해 토굴을 관람한 뒤 시장에서 새우젓과 오징어젓 등 각종 젓갈을 구입해가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전에서 18년 간 커튼 사업을 하다가 2013년 3월 영동으로 귀농한 김 대표는 늦둥이 아들을 자연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욕심에서 이 곳에 정착했다.

포도농사를 했지만 실패한 뒤 영동을 떠나려고 했던 김 대표는 우연한 계기에 새우젓 사업을 시작한 것이 적중했다. 부업으로 시작한 새우젓 사업은 숙성고로 적합한 ‘토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대표는 박세복 영동군수에게 토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해 군청으로부터 저렴하게 임대를 받아 새우젓을 숙성시키고 있다. 토굴 온도 11~13도, 습도 80~90%는 새우젓을 숙성시키기에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새우젓과 젓갈 등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송각헌 영동전통시장 상인회장(60)은 “부친이 25년 간 운영한 세탁소를 25년째 가업을 잇고 있다”면서 “아버지는 58세의 나이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영동군 학산면 학산버스터미널을 운영하다가 가업을 물려받게 됐다. 어릴 때부터 세탁소 일을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운 것이 직업이 됐다”고 밝혔다.

시장 상인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면 어김없이 밴드 동아리로 몰려든다. 음악을 연주하면 피로가 싹 가시기 때문이다.

4년째 밴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들은 시장 공연은 물론 영동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무대에 오른다. 상인들이 조직한 밴드는 지금까지 10회 이상 공연을 했다.

8인조 밴드로 조직된 밴드 동아리는 송 회장이 싱어 겸 기타(세컨드)를 연주하고 있다. 밴드 동아리 매니저 김종복 씨는 “밴드 동아리는 시장활성화에 힘을 북돋우고 상인들의 화합과 친목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송 회장은 “영동전통시장 상인들은 사물놀이팀과 서예동아리 활동을 하며 장사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악의 고장답게 저녁에 모여 피로도 풀고 음악을 연주하는 등 취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차도 편리하다. 시장 주변에 1, 2주차장은 100면, 30m의 거리에는 하상주차장(500면) 등 주차공간이 비교적 충분하고 시장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상인들은 올해 사업으로 3층 규모의 제2주차장(250면) 타워를 건립할 계획이다. 영동전통시장은 타 전통시장처럼 시장 주변에 중소마트가 에워싸고 있다.

▲ 영동전통시장 상인들이 시장밴드 동아리를 결성해 정기적인 공연을 열고 있다. 싱어와 기타 연주를 맡은 송각헌 영동전통시장 상인회장이 기타연주 시범을 보이고 있다.ⓒ김정원 기자

하지만 영동전통시장은 농촌의 전통시장으로서 상권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송 회장은 “중‧소도시 군 단위에는 하나로마트와 중소형 마트가 입점하면서 상인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상인을 위해 만들어진 온누리상품권이 마트에서 취급하는 것이 문제”라며 “전통시장을 위해 만들어 놓고 전통시장 경쟁자인 중소마트가 받고 있는 것은 불법이고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더욱더 큰 문제”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상인들은 “도시에는 대형마트가 골칫거리지만 농협에 하나로마트가 생기면서 골목상권이 침몰하고 생업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농민들도 피해를 본다. 농협 직원들은 농민과 직거래를 하면 고가 점수가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물건을 반입한다”면서 “상품을 중앙회에서 일괄 매입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역농협이 지역의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오히려 농촌에서 생산된 물건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동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새마을‧적십자‧부녀회까지 좋은 일을 한다며 바자회 등을 명분으로 장사를 한다. 일부는 변질이 돼 김‧다시마 등 안 파는 것이 없으니 농촌의 전통시장이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것은 영동군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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