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대표·최고위원 등에 출마의원 전무…정치력 뒤져 지역현안 놓치는 원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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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25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을 선출,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지만 충북 여권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되고 있다.   

    27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26일 1차 컷 오프에서 이해찬(세종시), 송영길(인천 계양을), 김진표(경기 수원무) 등 3명의 후보가 결선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영동 출신의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 등 5명의 후보는 컷 오프에서 밀려났고, 최고위원 경선에서 충주 출신 이인영 의원(서울 구로갑)만이 선전하고 있다.

    1차 예선을 통과한 이들 3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은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돼 2020년 4월 총선까지 민주당을 이끌게 된다.

    당대표는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에 대해 정치적 결정을 해야 하는 때, 국가 미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주요 법안, 외국과의 조약 체결 등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청와대와 국회 내 여당의 가교가 될 수도 있다. 차기 당대표는 총선에 앞서 개헌 프로그램을 짜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고 한미, 남북 문제와 관련한 중요 정책결정에 참여해야 하는 중책을 수행해야 한다.

    그야말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에 오르는 것이다.

    고향만 충북 출신인 정치인을 빼면 현재 충북의 정치권은 정권의 중심부에서 밀려나 있다. 대표나 최고위원을 맡는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지만 ‘집안 호랑이’ 신세다.

    중앙에서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지방의원 공천권만 주물럭거린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충북 국회의원

    충북은 여야가 동수를 차지하는 지형이 됐다. 국회의원 의석수 8곳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이 4석이고 자유한국당 역시 4석이다. 민주당은 오제세(청주 서원구), 도종환(청주 흥덕구), 변재일(청주 청원구), 이후삼 의원(제천·단양) 등이다.

    이 의원은 지난 6·13 지방선거와 같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국회에 입성해 초선이고, 도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올라 있다. 4선의 오·변 의원은 현 정권의 중심부에 서지 못하고 주변인 신세다.

    국회에서 부의장이나 의장을 하기에는 힘이 부치고, 당에서 대표나 원내대표에 도전하기에는  외톨이 신세다.

    한국당은 정우택(청주 상당구), 이종배(충주),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경대수 의원(증평·진천·음성)이 있다.

    정 의원이 원내대표로 있었지만 당이 궤멸상태에 있었고,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이양되면서 야당 원내대표의 한계에 봉착,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밀리는 지역현안

    이들 지역 정치인들은 중앙에서의 활약이 미미해 지역 현안이 뒷걸음질 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충북의 최대 현안인 ‘X축 국가 고속철도망 완성’, ‘충북선 고속화’, ‘오송역 활성화’, ‘청주공항 활성화’ 등과 함께 ‘세종역 신설’이 지역의 최대 화두가 됐지만 이렇다 할 역할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역 신설’은 당 대표에 출마한 이 지역 이해찬 의원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다. 이제 막 시작한 KTX오송역 활성화에 찬 물을 끼얹을 수 있고 ‘X축 고속철도망’ 사업이나 ‘충북선 고속화’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세종시 관문역이라는 KTX오송역의 위상을 반쪽으로 전락시키는 의도라며 지역사회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들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지역홀대론

    7선의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지역 홀대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세종역 신설을 위해 충북의 SOC사업 예산 흥정 등이다.

    ‘X축 고속철도망’이나 ‘충청내륙고속화도로’ 등의 사업비에 손을 댈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아직까지 제대로 역량을 펼쳐 보이지 못했던 지역의 여당 의원들이 응집력이 강한 대전·충남·세종 지역의 공세를 받아낼 수 있겠냐는 우려에서다.

    ◇집안 호랑이

    충북의 현안을 두고 이 같은 우려가 높아가고 있지만 이를 보는 시각이 크게 다른 것도 도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오 의원은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이시종 지사가 SOC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각을 세운바 있어 국회에서 관련사업을 돕겠다고 팔을 걷을 수 있을까가 의문이고, 변 의원은 ‘공천 헌금’과 관련한 논란으로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는 분위기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지역 정치권이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자칫 경찰의 수사가 변 의원까지로 이어질 경우 충북의 정치적 동력은 더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에서 역할 해야 할 정치인들이 ‘집안 호랑이’로 전락한 셈이어서 민주당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마음은 답답함을 더하고 있다.

    ◇돌려막기식 도당위원장

    충북 민주당 내 4명 가운데 선수가 높은 국회의원만 고르다 보니 오·변 의원이 돌아가면서 충북도당위원장을 맞는 형국이 돼 지방의원들의 불만도 높다.

    변 의원이 6·13지방선거 운동 기간 동안 도당위원장을 맡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 즈음해서는 새로운 도당위원장으로 교체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전임인 오 의원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돌려막기식’이라는 비판과 ‘돌아가며 해먹는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한 지방의원은 “도당위원장을 국회의원만 하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현실적으로 지방의원에게도 당연히 문호를 개방한다는 차원에서 이들의 불출마 선언이 있어야 한다”며 “지방의회 공천권을 쥐고 흔들려는 입장에서는 이를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충북과 세종시와의 갈등이 다시 점화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지역의 여권이 어떤 상생 방안을 제시할 지에 관심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