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예비엔날레, 문의지역 벌랏한지마을·마동창작마을 등 작가들 참여 기대
  • ▲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벌랏한지마을 전경.ⓒ청주문화재단·(주)케이에이치
    ▲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벌랏한지마을 전경.ⓒ청주문화재단·(주)케이에이치

    오랜 역사를 지닌 마을에는 그만큼 깊은 아픔을 하나씩 품고 있다.

    400년 전 임진왜란 때 피난 온 화전민들이 정착했다고 전해지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벌랏마을’의 지명은 ‘숨어서 안 보이는 골짜기’라는 뜻으로 ‘볼앗’ ‘벌앗’으로 불리다가 ‘벌랏’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왜란을 피해 깊은 산속으로 숨어든 만큼 6·25동란도 모르고 지날 정도로 깊고 깊은 산골마을에서는 예전부터 마을 뒷산에 자생하는 닥나무를 이용해 한지를 만들어 팔아 식량을 마련했다고 전한다.

    지금은 지역을 대표하는 한지공예촌으로 자리 잡은 문의 ‘벌랏 한지마을’의 아픈 역사다.

    그 옛날 화전민들은 생계를 위해 가을에 닥나무를 베어 삶고 껍질을 벗겨 다시 물에 불린 후 말리고 껍질을 한 번 더 벗겨내는 과정을 거쳐 한지를 만들어내고 쌀과 교환했다.

    어떻게 그 오랜 세월동안 한지의 맥이 이어졌을까. 막연한 생계 수단으로서의 수공품인 한지만으로는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테다.

    그 이유는 벌랏마을이 워낙 오지이기에 가능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첩첩산중의 마을에는 지금도 시내버스가 하루에 서너 차례 밖에 운행하지 않는 오지다. 전에는 나룻배가 드나들던 나루터가 있지만 대청호 물이 차야 마을까지 찰랑인다.

    완전히 갇히고 단절돼야 만 옛 것의 가치가 오래 보존될 수 있는 이치와 닮았다. 마치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어느 날 아파트 공사장 터에서 오래 잠들었다가 깨어나듯 말이다.

    벌랏마을 한지는 1975년 대청댐이 들어서면서 많은 주민들이 수몰된 땅을 버리고 떠나며 자칫 맥이 끊길 뻔 했다.

    그러나 2005년 화가 이종국 씨가 전통 한지에 관심을 갖고 벌랏마을에 정착하면서 400년 된 전통의 맥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종국 화가는 한지 장인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전통 한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이후 농촌체험마을 사업이 붐이 일 때 벌랏마을도 닥나무를 심고 한지체험관을 개관했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공동으로 체험장에서 한지를 뜨고 말리고, 그림까지 그려 넣는 등 다양한 한지체험을 시도했다.

    덕분에 마을이름도 ‘벌랏 한지마을’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살고 싶고 가보고 싶은 농촌마을 100선’에도 뽑혔다.

  • ▲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벌랏한지마을 안내판.ⓒ청주문화재단·(주)케이에이치
    ▲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벌랏한지마을 안내판.ⓒ청주문화재단·(주)케이에이치

    그러나 ‘벌랏 한지마을’은 아직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수수함이 가득하다.

    마을회관 앞에는 여름에도 가물지 않는 공동우물이 있고 옹기종기 둘러앉은 집집마다 나지막한 담벼락이 정겹고 마당에는 야생화가 예쁜 꽃밭을 따라 각종 농기구가 즐비한 전형적인 시골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지를 만들어온 사람들도 한지처럼 순하고 담백해 보인다.

    벌랏 한지마을에서 한지체험을 하려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1인당 1만원 안팎으로 체험을 할 수 있고 마을 민박도 가능하다.

    수몰의 아픔을 지닌 문의 대청호 지역에는 벌락한지마을 외에도 인근 마동창작마을에서 아름다운 미술기행을 즐길 수 있다.

    아울러 마블갤러리에서는 산초나무(분디나무)로 젓가락 체험도 할 수 있는 등 대청호 골짜기 마다 많은 예인들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문의지역에는 전통과 역사, 독특한 개성을 지닌 많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또한 문의를 비롯해 진천, 내수, 증평 등 청주지역에 골고루 스며들어 있는 예술혼이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이끌어가고 있는 힘이다. 

    다음달 13일부터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 일원에서 열리는 ‘2017청주공예비엔날레’도 문의지역의 많은 작가들이 참여해 수준 높은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