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6월 10여일 간 화장실서 세척…농관원 ‘친환경 취급자 인정’ 자격검토
  • ▲ 충북 청주의 한 급식납품업체에 근무했던 직원들이 지난 16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환경 농산물을 화장실 등에서 세척해 납품했다고 양심선언을 하고 있다.ⓒ김종혁 기자
    ▲ 충북 청주의 한 급식납품업체에 근무했던 직원들이 지난 16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환경 농산물을 화장실 등에서 세척해 납품했다고 양심선언을 하고 있다.ⓒ김종혁 기자

    충북 청주시내 60여개 학교에 급식용으로 납품되는 농산물을 화장실에서 세척 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주시가 ‘납품중지’ 등 안전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학무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8일 시 친환경급식 관계자는 “이 업체의 납품을 중단할 수 있는 현행 규정이 없다”며 “다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주1회 업체를 방문해 위생·환경 등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친환경 학교 급식 납품업체인 A사가 당근 등을 화장실에서 세척했다는 ‘양심선언’이 발표되자 청주시교육지원청은 청주시에 이 업체의 ‘납품중지’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시는 ‘관련 규정’을 앞세워 “당장 납품을 중지하기는 어렵지만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하루 만에 돌아온 답은 ‘현장 확인 점검’에 그쳤다.

    시는 A사가 지난 6월 10여일 간 화장실에서 급식 농산물을 세척한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조치’를 내렸으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친환경 취급자 인정’ 유지 여부에 대한 질의를 한 상태다.

    문제는 ‘화장실 세척’ 사실이 확인된 후에도 A사는 계속해서 납품을 해 왔으며 지난달 언론보도가 시작된 후 지난 16일 A사 근무자들의 ‘양심선언’까지 이어지는 등 논란이 계속됐지만 별다른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언론 보도 만으로 갑자기 납품을 중단하면 급식재료 공급에 혼선을 야기할 수가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A사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여부 등을 조사 했으나 이상이 없었으며 품질관리법에 해당하는 ‘친환경 취급자 인증’ 여부는 농관원에 질의 중이며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원론적인 말만 언급했다.

    한마디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개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너무나 미흡한 대처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청주시교육지원청 급식 관계자는 “다음 주면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이라 학부모들의 걱정이 클 것으로 본다”며 “청주시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에서도 요즈음 매일 급식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는 안 그래도 입이 짧아 학교 급식을 잘 먹지 않았었는데 ‘화장실 세척’ 소식을 듣고 보니 도시락이라도 싸야 할 판”이라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살충제 계란 사태가 벌어졌을 때 아무 이상이 없다고 아무리 홍보해도 주부들은 구매를 꺼린다. 화장실에서 씻은 농산물로 한 급식을 누가 편하게 먹겠느냐”며 “시나 교육청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한편 A사는 2015년 9월부터 친환경 학교 급식 공급자로 선정돼 청주시내 60개교에 매월 40톤 가량의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으며 연 매출은 2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