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실·교육청·공무노조 자기주장만 내세워, 학무모들 조식 배달
  • ▲ 지난 9월 28일 충북 청주 J고 학생들에게 제공된 급식 모습이다. 식판에는 밥과 콩나물국, 소시지 하나 등 부실한 급식을 보여주고 있다.ⓒJ고 학부모 제공
    ▲ 지난 9월 28일 충북 청주 J고 학생들에게 제공된 급식 모습이다. 식판에는 밥과 콩나물국, 소시지 하나 등 부실한 급식을 보여주고 있다.ⓒJ고 학부모 제공

    충북 청주시 J고등학교가 지난달 23일부터 아침급식이 중단됐지만 아직까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수능을 앞둔 3학년생을 비롯해 수십여명의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조식 부분파업’ 당사자인 학교 급식실, 학교, 충북교육청, 영양사 등이 소속된 교육공무노조 등 4개 단체가 제각각 자기주장만 강하게 펼치며 가장 중요한 학생들의 ‘밥’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J고 1학년 28명, 2학년 28명, 3학년 14명 등 70명의 학생들이 조식 대상이지만 부분파업으로 인해 급식을 먹지 못하고 학부모들이 김밥 등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2일 J고 급식실 관계자는 “우리는 임금을 올려달라는 게 아니고 정당한 근무에 대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조식 근무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학교는 예산이 없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급식실의 주장은 ‘조식 급식지도비’, 초과근무수당 등 지급과 합리적인 ‘조리원 배치’다.

    이에 대해 J고 관계자는 “급식에 관한 결정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되는데 초과근무수당 지급 건은 지난 9월12일 운영위에서 부결됐고 조식 급식지도비도 10월 10일 급식소위원회에서 부결됐다”며 “급식실에서 주장하는 임금체불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운영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강행해 학교에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급식실 관계자들이 학생들에게 본인들의 주장을 담은 ‘급식실에서 드리는 편지’라는 전단을 학생들에게 배포하자 학교는 학생들을 강당에 불러모아 ‘그게 아니다’며 해명하는 소동을 벌이는 등 어린학생들을 사이에 두고 못난 어른들의 행태를 드러내기도 했다.

    학교와 급식실이 이처럼 자기주장 만 내세우며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충북교육을 총괄하는 도교육청 학교급식 담당자를 찾아가 사태에 대한 문제점을 들어봤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고등학교 급식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학교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학부모들이 밥차를 요구했지만 학교급식법에 따라 불가한 상황”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거듭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조식을 운영하는 도내 60여개의 공립학교 중 26개교 만 ‘조식 급식지도비’ 명목의 수당이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J고를 비롯한 절반가량의 학교는 아직까지 ‘조식 급식지도비’ 지급을 규정화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며 J고 사태를 계기로 다른 학교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급식실 영양사와 조리원 등이 가입돼 있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관계자는 급식 중단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4자 간 협상을 제안했다.

    노조의 A국장은 “지난달 31일 급식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2명, 노조 2명, 운영위 2명, 급식실 2명 등 4개 단체가 참여하는 협상을 학교 측에 제안하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제안에 대해 J고 관계자는 “현재 교장선생님이 출장 중이어서 다음 주 초 이에 대한 확답을 해줄 것’이라고 답했다.

  • ▲ 2일 충북 청주시 J고등학교 급식 조리실 모습.ⓒ김종혁 기자
    ▲ 2일 충북 청주시 J고등학교 급식 조리실 모습.ⓒ김종혁 기자

    답답한 쪽은 매일 아침 학생들의 아침을 준비해야 하는 학부모들이다.

    전날 김병우 교육감과의 면담을 다녀온 학부모들은 “조식 파업 이전부터 학교 급식이 형편없다는 얘기를 아이들로부터 들어 왔다”며 “다른 학교에 비해 더 많은 급식비를 내고 있는데 급식 질은 형편없다”며 급식 식판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유로든 아이들의 밥을 볼모로 파업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수능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 학교 분위기가 이 지경이어서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오는 16일 수능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고3 학생을 둔 집은 발뒤꿈치도 들고 다닐 정도로 온 가족의 신경이 날카로운 시기인데 J고는 밥걱정을 해야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학교도 교육청도 이 사태를 책임지지 않는다면 교육부, 국회, 그 상부 기관에라도 청원을 넣겠다”고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