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의 부단한 노력으로 일반인에게 선봬[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충주시 편
  • ▲ 전망대에서 바라본 충주호 악어섬.ⓒ진경수 山 애호가
    ▲ 전망대에서 바라본 충주호 악어섬.ⓒ진경수 山 애호가
    악어봉은 충북 충주시 살미면 신당리에 위치하며,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악어봉은 작은 악어봉(448m)과 큰 악어봉(559m)이 있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충주호 경관이 일품이다. 

    악어봉은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비법정 탐방로였으나, 충주시가 지난 10여 년간 환경청과 월악산국립공원과의 꾸준한 협의를 통해 지난 2024년 9월에 작은 악어봉을 개방하게 되었다. 

    작은 악어봉 전망대에서 충주호를 내려다보면 산자락이 마치 악어떼가 물속으로 기어가는 모습이어서 ‘악어섬’이라 부른다. 악어봉 탐방로는 왕복 1.8㎞로 짧은 구간이지만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 ▲ 악어봉탐방로입구에 세워진 악어 모양의 보도 육교.ⓒ진경수 山 애호가
    ▲ 악어봉탐방로입구에 세워진 악어 모양의 보도 육교.ⓒ진경수 山 애호가
    오전 11시경 악어봉탐방로입구(충북 충주시 신당리 산 4-6)에 도착하니 탐방객들로 북적거린다. 악어를 형상화한 조형물들이 악어봉을 찾는 탐방객의 기대감을 한층 북돋는다. 하늘에 닿을 듯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악어 입속으로 들어간다.

    보도 육교를 지나 데크계단을 오른다. 날씨가 좀 풀린 탓인지 탐방객도 많고, 미세먼지도 어김없이 극성을 부린다. 우리네가 이러한 이상 기후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종종 기후위기에 대해 둔감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

    데크계단에 이어 가파른 경사의 탐방로는 질퍽질퍽해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다. 조심해서 내딛는 발걸음이 어느덧 능선에 닿는다. 울퉁불퉁하고 비탈진 암반과 힘줄이 불끈 솟은 것처럼 뒤엉킨 앙상한 나무뿌리 사이를 밟으며 오른다.
  • ▲ 포근한 모습의 소나무길.ⓒ진경수 山 애호가
    ▲ 포근한 모습의 소나무길.ⓒ진경수 山 애호가
    서서히 고도를 높이자 얼어붙은 탐방로는 한여름 땀 흘리듯 녹아내리면서 탐방객이 설설 기게 만든다.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발걸음을 멈추고 지참한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니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아직 녹지 않은 채 하얀 피부를 드러낸 북향의 비탈진 탐방로를 지난다. 겨울 산행은 불시에 위험이 닥쳐오기 때문에 산행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우리네 삶도 그와 같아서 준비된 자에게는 늘 기회가 오고, 위기가 닥쳐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지혜가 생기기 마련이다.

    다시 이어진 데크계단을 지나 중간전망대에 이르지만, 전망은 그리 시원치 않다. 능선을 따라 툭툭 튀어나오는 바윗길을 오른다. 능선 길은 마치 늘 곁에서 지켜봐 주시던 부모님 같은 포근한 모습의 소나무가 고즈넉하게 다가온다. 
  • ▲ 중간전망대에서 바라본 악어섬.ⓒ진경수 山 애호가>
    ▲ 중간전망대에서 바라본 악어섬.ⓒ진경수 山 애호가>
    가파른 길옆으로 낭떠러지가 이어진다. 위험에 대비해 난간이 설치돼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난간 구간 끝자락에 이르자 조망이 터지면서 충주호의 악어섬이 예고편처럼 나타난다.

    호수 건너 황학산과 부대산이 희뿌연 미세먼지와 낮게 드리운 구름 속으로 사라져 간다. 발아래로 몇 마리의 악어들이 서서히 꿈틀거리며 호수 속으로 헤엄쳐 나간다. 청명한 날씨였다면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었겠다 싶다.

    비록 조금은 아쉬움은 남지만, 악어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또 다른 내일엔 선명한 풍경을 만날 수 있으리라.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불안할 필요가 없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질 테니깐 말이다.
  • ▲ 월악산 영봉.ⓒ진경수 山 애호가
    ▲ 월악산 영봉.ⓒ진경수 山 애호가
    잠시 멈춘 발걸음을 재촉하니 녹기 시작한 질퍽한 눈길이 이어진다. 온화한 날씨에 얼었던 땅도 이제 서서히 봄을 만나는가 싶다. 겨우내 얼었던 우리네 마음도 자연의 위대한 섭리에 접어들어 하찮은 미물임을 깨달아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면 어떨까 싶다.

    육십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 국가기술자격증 건축기사시험에 응시해 1차 합격을 했다. 비전공인 분야에 도전하는 건 어쩜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르지만,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유익한 학습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쓸데없고 잡스럽고 허튼 거짓 정보에 마음을 사로잡히지 말고, 나 자신의 계발과 지혜를 넓히는 유익한 정보를 취사선택한다면 늙어도 늙지 않고 죽어도 죽지 않을 것이리라. 거짓에 마음을 주면 그것이 진실의 눈을 가리게 되니 보아도 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 ▲ 악어봉전망대를 앞둔 눈길.ⓒ진경수 山 애호가
    ▲ 악어봉전망대를 앞둔 눈길.ⓒ진경수 山 애호가
    몇 걸음 나아가자 좌측으로 기골이 장대한 월악산 능선의 모습을 만난다. 하봉과 중봉, 그리고 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오르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감회가 새롭다. 새봄엔 다시 그곳을 찾으리라. 

    산은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을 찾으면 언제든 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상상만으로 만날 수 있는 막연한 것이라 아니라 직접 몸과 마음으로 교감하는 그런 이야기이다. 그러하기에 그 이야기는 우리네 삶을 윤택하게 하는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

    힘들고 외로웠고 도저히 세상을 살아갈 용기와 자신감이 없을 때가 있었다. 그때 괴산 박달산 순환형 임도 35㎞를 하루 9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부르튼 발바닥과 경련이 일어난 허벅지를 달래며 걸으면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 ▲ 악어봉전망대.ⓒ진경수 山 애호가
    ▲ 악어봉전망대.ⓒ진경수 山 애호가
    ‘내려올 산을 왜 오르는가?’라고 말하는 이들은 산이라고 하는 형상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산이 있기에 오른다고 한다면 그것 역시 다르지 않다. 자연의 일부인 산은 헤아리거나 형용할 수 없는 진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산을 찾는다는 것은 그 진리의 품속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거친 숨소리와 퀴퀴한 땀 냄새에서, 발바닥에 와닿는 산길 바닥의 촉감에서, 수목에서 풍기는 냄새와 모양, 그들의 흔들림 속에서, 어느 하나도 섣불리 하찮게 치부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산행은 늘 배움이 있고 도전의 힘을 얻는 곳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살아서 숨 쉬는 한 찾아가서 한마음 나누고 싶은 곳이다. 이런 마음으로 오르니 어느덧 악어봉전망대를 눈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던 막바지 눈길을 오른다.
  • ▲ 악어전망대에서 바라본 악어떼 산자락.ⓒ진경수 山 애호가
    ▲ 악어전망대에서 바라본 악어떼 산자락.ⓒ진경수 山 애호가
    가파른 경사의 눈길을 오르자 오늘의 목적지 악어봉전망대에 이른다. 솟아오른 바위 둘레로 데크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충주호의 명물, 악어섬을 마음껏 조망할 수 있다. 호수에 맞닿아 있는 산자락들의 모습이 마치 악어떼가 물속으로 기어들어 가는 형상이다.

    저 멀리 희미하게 사라지는 계명산을 잡아보고, 악어떼를 낳은 산자락을 올려다보니 켜켜이 이어진 산너울 너머로 박달산이 보일 듯 말 듯 하다. 잠시 월악산국립공원의 막내로 선보인 악어봉전망대에서 산수의 어울림에 마음을 빼앗긴다.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정상에서 자라고 있는 이지송(二枝松)의 어깨가 반질반질하다는 것이다. 그 모양을 보니 얼마나 많은 탐방객이 올라서고 앉았었는지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겠다. 앞으로 이곳을 찾는 탐방객은 이지송을 눈으로만 보고, 마음으로 간직해주길 바랄 뿐이다.
  • ▲ 충주호 악어떼를 낳은 월악산국립공원의 산자락.ⓒ진경수 山 애호가
    ▲ 충주호 악어떼를 낳은 월악산국립공원의 산자락.ⓒ진경수 山 애호가
    오늘 산행은 짧은 거리로 어찌 보면 산책코스에 가깝다. 그러나 동행자의 건강을 고려하고, 시험준비로 미뤘던 간만의 산행이라는 점과 더욱이 최근에 개방된 월악산국립공원의 명소를 찾았다는 점에서 뜻깊은 산행이었다.

    짧지만 굵은 풍경을 준 악어봉의 산행으로부터 짧은 인생에서 ‘나답게 사는 행복’을 찾아 떠나는 굵직한 여행을 멈추지 않기로 한다. 내일은 또 어떤 행복을 만들고, 행복의 열매를 나누고, 또 다른 행복의 씨앗을 심을지가 기대된다.

    산행을 마무리하면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한 구절이 생각난다. “自是者不彰(자시자부창)”이라,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사람은 옳고 그름이 명백하지 못하다.” 그래서 난 늘 옳지 않을 수 있다고 여기고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