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톨릭 메리놀 선교회, 1968년 “농민생계 돕자” 괴산에 30만평 매입22명 농‧축·임업 종사…귀농·귀촌인에 유기농업 기술 전수조희부 유기농 선구자, 48년간 괴산에 정착 뉴유기농 실천·농민운동
  • ▲ 충북 괴산군 소수면 눈비산마을 유기농업 재배현장.ⓒ김정원 기자
    ▲ 충북 괴산군 소수면 눈비산마을 유기농업 재배현장.ⓒ김정원 기자
    ‘무농약‧유기농업’으로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의 꿈 공동체’인 충북 괴산군  괴산군 소수면 소수로3길 52-13 ‘눈비산마을’(이사장 조희부). 

    유기농업은 인공 합성 농약, 비료, 항생제, 유전자 변형 유기체(GMO) 등을 사용하지 않고, 환경과 사람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자연적인 방법을 사용해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방식이다. 

    유기농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세기 초 독일·영국·스위스 등 유럽이 초기 중심지로 알려졌고, 환경보호·생물다양성·건강한 식품·지속 가능성, 농촌 공동체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눈비산마을은 이웃들과 자연생태계에 어울리는 유기농업을 실천하며 도시와 농촌의 공동체적 나눔으로 바른 농업과 살기 좋은 농촌을 건설하는 것이 모토로 한다.

    눈비산마을은 30만평 중 대부분은 산으로 농‧축‧임업을 영위하며 농약 없이 농사(유기농)를 짓고 양계농장을 운영한다. 산에서는 매실‧호두‧밤‧표고버섯 등을 거두고 들나물, 산나물을 뜯거나 캐 판매하고, 삼‧모시‧누에고치 등으로 옷을 만들며, 가을에는 장‧김치 담그기‧술 빚기, 명상 수련 등을 한다.   
  • ▲ 조희부 눈비산마을 이사장이 플라스틱 물병을 이용해 매실나무에 매달아 벌 등 해충 제거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조희부 눈비산마을 이사장이 플라스틱 물병을 이용해 매실나무에 매달아 벌 등 해충 제거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여기서 생산된 달걀은 구운 달걀로 만들어 한산림에 납품하고 달걀을 이용해 ‘우리밀전병’, ‘계란과자’도 만든다. 또한, 귀농연수원에서는 귀농·귀촌인에게 현장 실습을 하며 유기농업을 가르친다.

    ◇눈비산마을은 美 메리놀선교회 신부들이 설립

    눈비마을은 1968년 카롤릭 미국 메리놀 선교회가 축산을 통해 농민의 생계를 돕기 위해 미국의 원조를 받아 9만909㎡(30만 평, 천주교 소유)의 농지와 산을 사 협동조합을 통해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조성됐다. 신부들은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어 싼 이자로 현금과 현물을 빌려주고 수확하면 갚는 협동조합 체제를 구축했다. 

    이곳에서 평생을 농민운동을 하며 눈비마을을 일군 조희부 이사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경남 합천이 고향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조 이사장은 전도유망한 인재였다. 대학 2학년 때 박정희 대통령 3선 반대 운동하다 경찰에 붙잡혀 한 달간 감옥생활을 한 그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인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1976년 괴산에 정착해 가톨릭농민회에서 농민권익운동을 한 조 이사장은 괴산에서 지금의 부인인 정남숙 눈비마을농산영농법인 대표와 만나 결혼을 했다. 그런 조 이사장은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농민운동에 앞장섰고 농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유기농 선구자’가 됐고, 우리 농촌을 위해 농사짓는 방법을 배우겠다는 귀농·귀촌인 등 젊은이들에게 유기농을 전수하고 있다.
  • ▲ 눈비산마을의 계사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으며, 닭을 사육하는데 최적화된 시설(동물복지)을 갖추고 있다. ⓒ김정원 기자
    ▲ 눈비산마을의 계사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으며, 닭을 사육하는데 최적화된 시설(동물복지)을 갖추고 있다. ⓒ김정원 기자
    조 이사장이 유기농에 눈을 뜬 것은 유기농이 발전한 일본 ‘대지를 지키는 모임(후지타 가즈요시 회장)’과 교류 및 일본에서 유기농현장을 방문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조 이사장은 “과거 유기농업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크게 발전했지만, 지금은 거의 대등해졌다”며 “국내 유기농발전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고 귀띔했다.

    ◇조희부 이사장 “일본과 한국 ‘유기농 기술’ 대등한 수준”

    일본 후지타 가즈요시 회장은 2023년 3월 눈비마을을 방문했던 일본 시민운동 1세대로 1975년 NGO ‘대지를 지키는 시민의 모임과 1977년 유기농업 유통㈜을 설립, 유기농업운동과 식량·환경·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시민운동을 하며, 한산림과 정보를 교류하면서 깊은 유대를 이어간다. 

    조 이사장은 1993년 후지타 회장이 아시아 농민건강대학 이사장을 맡았을 당시 이사장과 학생으로 만난 인연도 있지만, 두 사람은 학생운동과 한국과 일본에서 유기농업의 선구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눈비마을에는 22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공동체 생활방식은 눈비산마을 사택에 일부 거주하고 조 이사장 부부는 눈비산마을에 거주하다가 지금은 괴산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눈비산마을은 생산은 이스라엘 키부츠식 공동농장이 아니라 일한 만큼 개인 분배와 개인 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이며, 공동체 일원이 되면 무료로 주택을 제공한다.
  • ▲ 괴산 눈비산마을 기업에서 생산된 달걀.ⓒ김정원 기자
    ▲ 괴산 눈비산마을 기업에서 생산된 달걀.ⓒ김정원 기자
    이후 농민 교육과 함께 협력‧지원을 하고 눈비마을 농민교육원에서는 텃밭에 채소와 벼, 감자‧마늘, 완두콩, 옥수수, 호박, 양파, 고구마, 유기 인삼, 매실나무 등 여러 작물을 심어 한산림에 납품한다. 눈비마을은 농민과 귀농인 등을 대상으로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치는 등 교육에 활용한다. 특히 농사실습은 귀농·귄촌인들이 한 달에 한 번 하룻밤을 자며 한다.

    눈비마을은 유기농 농사는 병해충에 취약하다. 그래서 매실나무에 플라스틱 용기(물병)에 막걸리와 설탕을 넣어 벌이 한 번 들어오면 나가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매달아 놓았다. 벌은 매화나무에 씨가 생길 때 씨 안에 ‘좀벌(작은 벌)’이 알을 낳는데 그러면 매실을 못 쓰게 된다. 무농약의 대체 방법으로 벌과 ‘해충의 유인장치’를 달아 놓은 것이다.  

    조 이사장은 “농산물은 여러 가지 가짓수가 많고 주로 우리가 먹을 것, 작업자 위주로 하고, 한산림에 팔기도 한다. 그다음에는 팥 등 가공 원료 농사를 짓고, 산에는 호두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가을에 호두를 따 호두과자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천국’ 계사서 하루 ‘유정란 1만개 달걀 생산’

    마을기업 눈비산농산영농조합법인(대표 정남숙)은 축사 여러 곳에서 닭을 길러 하루 1만2000마리의 닭이 유정란 1만 개의 달걀을 생산하지만,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축사 바닥은 자급자족한 건초를 닭에게 모이로 주고 있고, 바닥은 물기 없이 뽀송뽀송하다. 계사 천장은 개폐식으로, 천정을 열면 햇볕이 바닥 깊이까지 들고, 환기 시설이 잘돼 있다. 닭이 마른 흙을 파고들어 맘껏 모래 목욕을 즐기도록 설치돼 있다. 기존 상업적 닭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자라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 ▲ 괴산 눈비산마을에서 생산된 달걀은 48시간 동안 구운다. 사진은 대형 오븐에 차곡차곡 쌓인 달걀.ⓒ김정원 기자
    ▲ 괴산 눈비산마을에서 생산된 달걀은 48시간 동안 구운다. 사진은 대형 오븐에 차곡차곡 쌓인 달걀.ⓒ김정원 기자
    양계장은 사람이 먹는 달걀을 생산하는 만큼 야간에는 불을 일찍 끄고, 겨울에는 바닥이 따뜻한 시설과 닭이 놀라지 않도록 사람과 고라니‧돼지 등을 통제하는 등 ‘동물복지’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달걀을 부화해 병아리 5천500마리는 부화해 키우고, 4개월 넘으면 달걀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하루 닭이 낳는 1만 개 달걀은 세척과정을 거쳐 ‘눈비산 구운 유정란(30% 달걀 공급)’, 달걀을 활용한 과자를 만들어 전량 한산림에 공급한다. 

    달걀은 48시간 오븐에 구워내는 등 정성을 쏟는다. 대형 오븐에 넣은 달걀은 처음에 낮은 온도로 시작해 서서히 온도를 높여간다. 갑자기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달걀이 터지는 등 상품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열을 서서히 가열하도록 맞춰져 있다. 옥수수빵과 호두과자도 만든다. 눈비산마을은 생산된 농‧축‧임산물은 가공하지 않고 판매하지만 1차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 ▲ 눈비산마을에서 생산된 달걀을 구운 뒤 전국 한산림 매장으로 가기 위해 트럭에 싣고 있다.ⓒ김정원 기자
    ▲ 눈비산마을에서 생산된 달걀을 구운 뒤 전국 한산림 매장으로 가기 위해 트럭에 싣고 있다.ⓒ김정원 기자
    ◇소수면에 4층 규모 ‘친환경 무항생제 축산물’ 판매장 운영 

    눈비산농산영농조합은 한산림축산식품이 운영하는 소수면 친환경 무항생제 축산물인 고기살림의 한우 판매장과 ‘사골 공장’ 을 지원하는 등 상생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눈비산마을이 속한 한산림운동을 한지 40주년을 맞는다. 한산림은 조합원 100만 명, 반복이용 조합원 15만 5000명, 활동 참여 조합원 16만 명, 핵심활동 조합원 3500명을 두고 있다. 생명농업농지 1021만 명(2023년 농지면적 유지 기준)이며 공급액의 올해 1%, 내년 1.5%, 2026년 2%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