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산물 판로 걱정 없어…작년 14억원 매출 ‘껑충’회원 400명 급성장·판매대금 매주 금요일 통장 ‘입금’농민들 “돈 벌어 손주 용돈·며느리에 생활비 보태줘 보람”
  • ▲ 도정선 충북 청주 낭성로컬푸드 운영위원장이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한 회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김정원 기자
    ▲ 도정선 충북 청주 낭성로컬푸드 운영위원장이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한 회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김정원 기자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산성로1357 ‘낭성로컬푸드(운영위원장 도정선)’가 새로운 농촌 복지모델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창립 당시 연간 3000만 원으로 시작한 낭성로컬푸드는 △2020년 9억원 △2021년 12억원 △2022년 14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낭성로컬푸드는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성공적으로 끌어낸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로컬푸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낭성로컬푸드는 농민들 스스로 조직해 만들어 농산물을 생산, 판매, 안정적인 농촌생활, 즉 농촌복지를 농민 스스로 달성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모범적인 ‘농촌복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눈 여겨볼 대목이다.

    ◇농민 스스로 농촌복지 달성…새 농촌 프로그램 ‘부각’

    낭성로컬푸드는 2015년 6월 27일 도정선 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농민 4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들은 무엇보다도 농‧특산물을 생산하더라도 판로 걱정이 없다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30평 규모의 판매장을 보유한 낭성로컬푸드는 낭성과 미원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을 판매한다. 과채류, 엽채류, 반찬류(김치, 장아찌) 등 식품류는 물론 참기름, 들기름, 한약재료, 발효식품 등 농촌에서 생산되는 것은 총망라해 갖추고 있다.

    낭성로컬푸드는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은 스스로 가격을 매기고 판매대에 진열한다. 재배 농가는 소비자에게 판매된 농‧특산품은 품질을 끝까지 책임지고 반품까지 처리한다. 다만, 농민들은 낭성로컬푸드에 수수료(일반 농산물은 10%, 가공품은 15%)를 낸다. 이 수수료는 낭성로컬푸드 직원(2명)의 인건비와 운영비로 사용한다.

    도정선 낭성로컬푸드 운영위원장(63)은 “400여 명의 회원이 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최소한 수수료만 가지고 인건비, 운영비, 경조사비를 해결한다”며 “낭성로컬푸드는 수익을 내는 단체가 아니라 농민들을 위한 판매장이자 새로운 농촌복지모델”이라고 밝혔다.

    ◇농‧특산물 생산 농민이 가격 매기고 진열…반품처리까지 ‘책임’

    도 위원장은 “낭성로컬푸드의 성공 요인은 농‧특산물을 생산한 농민이 판매장에 스스로 가격을 매기고 진열을 한다. 또, 판매된 물건에 대한 반품 등도 본인들이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라며 “농민은 농산물이 얼마나 팔렸는지 휴대전화로 확인하고 부족하면 매대에 추가로 채워 넣으면 된다. 농‧특산물 판매대금은 매주 금요일 통장에 입금된다”고 말했다. 

    낭성로컬푸드는 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 만 판매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 모두 판매되면 더는 판매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농약 잔류검사까지 철저히 하니 소비자들로부터 더욱 신뢰도가 높지 않을 수가 없다.
  • ▲ 도정선 낭성로컬푸드 운영위원장이 판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정원 기자
    ▲ 도정선 낭성로컬푸드 운영위원장이 판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정원 기자
    낭성로컬푸드는 초창기 어려움도 있었다. 처음에는 즉석식품(두부‧떡 등), 가공류(참기름, 들기름 등)를 만들어 판매했다가 경쟁업체가 ‘무허가’라며 구청에 신고하는 바람에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지금은 허가를 받아 즉석식품 등을 판매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매장이 비좁아 회원가입은 물론 더 이상 물건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정한 소득 발생 당당해진 농민…전국서 ‘벤치마킹 쇄도’

    낭성로컬푸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판로 걱정이 없고 일정한 소득이 발생하면서 농민들은 더욱 당당해졌다는 점이다. 회원들은 나이 60세 이상으로 노령연금에다 농산물을 판매해 매월 적어도 몇 십만 원씩 들어오니 부자가 됐다. 무엇보다도 통장에 돈이 채워져 좋고 농촌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니 건강해졌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물론 봄이면 고사리를 꺾고 쑥을 뜯고 돌미나리, 다슬기 등 계절마다 농촌에는 신선한 친환경의 로컬푸드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회원들은 쑥‧미나리까지 돈이 되니 재미가 쏠쏠하다. 회원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니 근육을 많이 사용해 더욱 건강해졌다. 그야말로 돈도 벌고 건강도 얻는 1석2조가 아닐 수 없다.

    도 위원장은 “로컬푸드 회원들을 교육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좋은 농‧특산물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이 입금되는 금요일에는 반드시 목욕할 것을 권장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목욕하면 몸이 첫째 깨끗해진다. 두 번째는 손자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매달리고 며느리가 옆에 와도 냄새가 안 난다. 그래야 손주들과 더욱 친근감이 생기고 도망을 안한다. 특히 돈을 통장에만 쌓아두면 뭐하냐. 농협에서 새 돈으로 봉투에 담아 손주에게 용돈을 주고 며느리에게 생활비에 보태 쓰라고 돈을 주면 얼마나 좋아하겠느냐. 나이를 먹을수록 자주 보고 싶은 것이 자식과 손주인데, 바로 이것이 자주 보고 대접을 받는 길이라고 매번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원들은 지금 며느리와 손자들이 오면 용돈 주는 재미가 쏠쏠하고 대우도 잘 받는다고 한다. 이제까지 며느리에게 대우를 잘 받지 못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회원들이 돈을 벌려는 의욕이 더욱 강해졌다”고 귀띔했다.

    특히 “낭성로컬푸드가 농협로컬푸드와 다른 점은 일반 공산품이 없고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특산품 만 판매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진짜 농민이 만들어낸 농산물과 음식류를 판매하니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낭성로컬푸드”라며 “최근에는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로컬푸드로 급성장하면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교육 요청까지 쇄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로컬푸드 판매장으로 부각된 충북 청주시 낭성면 낭성로커푸드 판매장. ⓒ김정원 기자
    ▲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로컬푸드 판매장으로 부각된 충북 청주시 낭성면 낭성로커푸드 판매장. ⓒ김정원 기자
    낭성로컬푸드 회원들은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 중 잘 판매할 수 있는 감각도 키웠고, 지금은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은 둘 셋이 뭉쳐서 해내 가고 있다. 이것이 낭성로컬푸드 만의 큰 힘이 되고 있다.  

    ◇“도‧소매상 절반 가격에 판매…판로 걱정 없으니 좋아”

    오효식 회원(73·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화창리)은 “낭성로컬푸드 매장에 고추와 쌀을 판매하고 있다. 초창기 회원으로서 판로에 걱정이 없어서 가장 좋다. 여기서 판매되는 농산물이 시장에 나갈때면 농사를 짓다 말고 쫓아가서 판매해야 했고, 도매상에게 생산품을 넘기면 절반의 가격도 못 받는 것이 당시 현실이었다”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오 회원은 “낭성로컬푸드는 유통과정이 없는 데다 소매가격으로 판매하니까 도매상들이 가져가는 중간차액이 없다”며 “낭성로컬푸드는 모범적인 농산물 판매장이다. 무엇보다도 손주와 며느리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당당하게 용돈을 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김홍국 씨는 “미원에서 생산된 쌀과 밀로 빵 10종류를 만들어 1년 전부터 낭성로컬푸드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판매장은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오전 낭성로컬푸드 매장을 찾은 황 모씨(62·청주시 흥덕구 봉명동)는 “이 판매장은 이 지역에서 재배된 농‧특산물 만 판매하니까 신뢰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낭성로컬푸드는 36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인근에 ‘문화복지로컬푸드’ 건립을 추진하는 등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