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성면 현암~갈산 간 도로…주민 보상진행 중 설계변경 종중산 ‘침해’ 위기
  • ▲ 충북 청주시 낭성면의 못자리뱅크가 지난 7월 수해를 입은 모습.ⓒ김종혁 기자
    ▲ 충북 청주시 낭성면의 못자리뱅크가 지난 7월 수해를 입은 모습.ⓒ김종혁 기자

    충북 청주시 낭성면의 한 마을에서 도로 확장공사 중 주민과의 보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아무런 예고 없이 설계를 변경해 주민들에게  크게 원성을 사고 있다.

    낭성면 현암~갈산 간 도로확포장공사에서 당초 선형의 보상 대상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설계를 변경해 맞은편 종중산이 파헤쳐질 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도로공사를 진행하는 청주시는 원 보상대상자와 변경된 설계로 인한 종중산 소유자에게 변경 내용에 대한 아무런 통보도 없이 사업을 진행해 양측 모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낭성면의 최 모씨는 2008년 청원군 보조사업으로 갈산리 일원에 6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2동을 짓고 ‘못자리 뱅크’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청원군에서 보조금 1억원이 지원됐고 자비 5000여만원을 들여 연간 2만 판 규모의 못자리를 생산해 냈으며 이 같은 규모는 낭성면 대부분의 논에 못자리를 공급할 만큼의 양이었다.

    그러나 2011년 ‘현암~갈산 간 도로확포장공사’가 시작되면서 최 씨의 못자리뱅크도 도로부지에 포함돼 자리를 옮겨야 할 상황에 처했다.

    당시 도로공사를 주관하던 청원군 관계자는 최 씨에게 6868만5000원의 보상을 제시했으나 1억5000만원이 투입된 못자리뱅크의 일부를 도로에 편입해주고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최 씨는 건물 전체의 이전을 요구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 씨는 “못자리뱅크의 일부분 만 보상을 받으면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느냐. 그러면 다른 토지를 구할테니 못자리뱅크 시설을 옮겨 달라고 의견을 제시했으나 이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2013년 못자리뱅크 맞은편 산주인(고령 박 씨 종중산)으로부터 도로의 설계가 변경된 사실을 확인했다.

    최 씨는 “설계 변경 사실을 확인하고 청원군에 물어봤더니 ‘못자리뱅크는 도로확장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어의가 없었다”며 당시 군으로부터 등기우편으로 받은 보상관련 공문을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었다.

    보상액이 정확히 명시된 공문을 발송했으면서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자 ‘대상이 아니다’고 답변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최 씨의 고통은 2015년 못자리뱅크 앞에 다리가 놓이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도로 옆 하천 너머에 있는 못자리뱅크는 그동안 못자리 사업을 위해 25톤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다리가 있었으나 새롭게 건설된 다리로는 1톤 차량의 출입도 겨우 할 만큼 방향이 틀어져 건설됐다.

    이에 대해 청주시에 항의했지만 “설계대로 했다”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 ▲ 못자리뱅크가 지난 7월 수해를 입고 하천으로 내려앉은 모습.ⓒ김종혁 기자
    ▲ 못자리뱅크가 지난 7월 수해를 입고 하천으로 내려앉은 모습.ⓒ김종혁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지난 7월 청주지역에 폭우가 내리면서 하천의 물이 못자리뱅크로 밀려 들어와 모든 시설이 부서진 점이다.

    28일 뉴데일리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새로 난 다리에서 밀려든 물이 못자리뱅크를 덮친 수해 현장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다리에서 못자리뱅크로 진입하는 길목은 절반 넘게 패였고 하천의 옹벽은 파헤쳐 있었으며 대형 비닐하우스의 문은 모두 뜯겨져 나간 상태였다.

    또한 시설 내부도 절반가량 물이 찼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으며 못자리판 등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모두 부서져 있었다.

    하천을 따라 길게 지어진 비닐하우스는 절반정도가 이미 하천으로 무너져 내린 상태로 전체 건물의 붕괴 위험이 심각해 보였다.

    최 씨는 “지난 수해 때 그나마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줘서 치운 상태가 이렇다”며 “새로 축조한 다리의 방향이 못자리뱅크의 절반을 집어삼키는 형태라서 피해가 너무 컸다”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더군다나 못자리뱅크는 수해 복구비 등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 씨는 “도로 확장 때와 같은 상태다. 하우스가 주저 앉아버렸는데 쥐꼬리 만한 피해보상비로는 쓰레기도 다 못치운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시청이 왜 아무런 통보도 없이 보상을 멈추고 설계를 변경했는지 아무도 해명해주지 않고 있다”며 “못자리뱅크를 운영하려면 전체 시설이전 이외엔 대안이 없다. 당장 내년에 낭성면 대부분 지역에 공급하던 못자리판 농사도 못 지을 판”이라고 분개했다.

    도로 공사를 주관하는 청주시 도시개발과 담당자는 “그 지역은 도로 확장공사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2013년 설계변경 당시 제척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최 씨가 2011년 보상 관련 공문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말하자 “그 부분은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해 당시 입은 피해는 보상해주기로 했다”고 말을 이었다. 청주시의 이 같은 행정은 맞은편 종중산으로 확대됐다.

    종중산 관계자는 “이건 마치 우리 산을 강제로 빼앗는 짓과 다름없다. 처음 도로공사가 시작될 때는 대상지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2014년에 갑자기 찾아와 도로공사에 협조해 달라고 했다”며 어의가 없어했다.

    그러면서 “왜 바뀌었느냐고 물으니 ‘처음부터 포함됐었다’고 말해 우편 대장을 확인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에는 못자리뱅크 최 사장의 땅이 포함됐다가 나중에 우리 산으로 변경된 것”이라고 억울해 했다.

    이어 “그러더니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수차례 협조 공문을 보내왔다. 공탁을 걸기위한 수순으로 보인다”며 “30년 전에도 부친께서 마을사람들을 위해 무상으로 도로부지를 제공했었는데 이제는 아주 빼앗으려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못자리뱅크를 운영하는 최 씨와 고령 박씨 종중산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청주시가 임의로 설계를 변경해 놓고 주민과의 협의과정 없이 사업을 추진한 현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청주시 관계자는 예전 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현재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 만 고수하고 있어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는게 사실이다.

    자신의 지역구인 남일현 청주시의원은 “지난 수해 때 현장을 방문해 상황 설명을 듣고 시 관계자로부터 못자리뱅크 일대를 수용한 뒤 공사를 진행한다고 들었다”며 “현재 상황을 다시 파악해 보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