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 2km 반경 3만8000명 거주…허태정 유성구청장, 정부 대책마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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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뒤 버려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이 대전 소재 원자력연구원에 30년간 반입되고도 이를 숨겨온 사실이 최근 국정감사 등을 통해 밝혀지면서 대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연구 등을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반입된 사용후핵연료는 2가지로 원자로에서 연료로 쓴뒤 배출되는 방사성 폐기물인 폐연료봉 1390개와 손상핵연료 309개 등 1699개(3.3t)다.

    발전소 내 이동조차 금지될 정도로 위험한 손상 핵연료의 반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원자력연구원이 소재한 대전 유성구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어 이 지역주민은 정부의 철저한 안전 대책을 촉구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그동안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3만 드럼을 보관하면서 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까지 구성해 안전성을 강조해 왔지만 사용후핵연료 반입 사실은 숨겨 온 것으로 드러나 경주 지진으로 민감해진 상황에서 불거져 그 파문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손상핵연료는 한국수력원자력 내부규정인 ‘발전소운영절차’ 상의 규정을 어기고 지난 1988~2010년까지 7차례에 걸쳐 고리·영광·울진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대전 원자력연구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저준위 방폐물 보유량 전국 2위 도시인 대전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승희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대전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보유량은 2만9728 드럼으로 중·저준위 방폐장(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들어선 경주(6000여 드럼)보다 5배 가까이 많으며 중·저준위 폐기물 보관지인 고리 원전(4만1398 드럼)에 이어 전국 두 번째 규모다.

    대전은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전원자력연료 등 원자력시설 밀집지역으로 정부가 투명 관리 및 안전성 확보 등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원자력연구원은 반경 2㎞ 내에 민간인 3만800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초·중·고 재학생도 7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도심에서 하나로원자로를 비롯한 사용후핵연료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고 이번에 원자력연구원에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이 반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에서의 잦은 사고도 문제다. 2004년 중수 누출, 2005년 요오드 누출, 2006년 하나로원자로 부속시설의 화재로 인한 방사성 물질 외부 누출, 200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사찰 대상 물질인 농축 우라늄 0.2g 분실 등 원자력연구원이 많은 사고의 이력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전지역의 방폐물 저장시설은 원전이나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처럼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기에 대전도 원자력 유치지역 수준에 준하는 정부의 정책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용후 핵연료인 폐연료봉과 손상핵연료를 보관하면서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쉬쉬한 것은 주민의 안전과 신뢰를 저버리는 명백한 기만행위”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종합적인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