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학교, ‘방 구하기 전쟁’ 해결책 시급…학생들도 ‘권리’ 찾아야
  • ▲ 충북 괴산소재 중원대학교 전경.ⓒ중원대학교
    ▲ 충북 괴산소재 중원대학교 전경.ⓒ중원대학교

    충북 괴산 중원대학교가 무단 증축한 기숙사 등 학교의 일부 건물을 다시 사용하려다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결국 철거 위기를 맞은 가운데 열악한 주거 환경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학습 보장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원대가 괴산에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주민들의 기대는 컸다. 대학은 그 지역의 학문적 위상과 문화, 경제를 이끌어가는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괴산군이 지난해 ‘세계유기농엑스포’를 거뜬히 치러낸 배경에는 중원대가 가진 영향력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동반성장하고 있는 괴산군과 중원대의 핵심 동력은 ‘학생’이다. 젊은 층의 유입으로 이들이 필요로하는 패스트푸드, 커피숍 등이 속속 들어서며 조용하던 괴산읍에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숙사를 포함한 대학 건물 증축 과정에서 ‘불법’이 드러나며 괴산군과 대립하고 있는 중원대는 그들이 저지른 불벚성은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못한채 애꿋은 학생들만 비좁은 기숙사에서 고생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거주할 방을 구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교육기본법 27조에는 ‘국가와 자치단체는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 및 복지증진을 위한 필요한 시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규정과 함께 ‘기숙사 시설 부족으로 주거비용과 열악한 주거환경에 학생들이 고통받지 않게 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기본적인 학습 여건을 반드시 마련해 학생의 ‘학습 보장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불법 건축’에만 시선이 집중되면서 학교측과 괴산군과의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동안 정작 학생들은 헌법이 정한 ‘학습 보장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청주지법 행정부(양태경 부장판사)는 중원대 학교법인인 대진교육재단이 괴산군수를 상대로 낸 ‘군 계획시설 사업 실시계획 인가 신청 반려 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괴산군의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며 “만약 원고의 주장대로 무허가 건축물에 해당하는 시설의 실시계획 인가 신청을 뒤늦게 받아준다면 행정기관의 재량권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앞서 괴산군은 지난해 9월 중원대가 무단 증축한 기숙사 2개동, 본관동 일부, 경비실동, 휴게소, 누각동 등에 대해 사용중지 및 철거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해당 건축사업의 기간을 늘려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업 기간을 늘려 기숙사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재사용하려는 의도로 법원까지 갔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 ▲ 중원대학교가 기숙사 4인실을 6인실로, 6인실을 8일실로 개조해 침대와 책상이 붙어있다.ⓒ독자제보
    ▲ 중원대학교가 기숙사 4인실을 6인실로, 6인실을 8일실로 개조해 침대와 책상이 붙어있다.ⓒ독자제보

    폐쇄된 2개동의 기숙사에는 1000여명의 학생이 생활해 왔다. 학교측은 기존 기숙사의 2인실을 4인실로 6인실은 8인실로 개조했으며 교수와 교직원들이 사용하던 원룸에 학생들을 입주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700여명의 잠자리를 해결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배정받지 못한 나머지 300여명은 괴산읍과 인근 증평, 청주 등지에 방을 구해 통학해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궁여지책으로 대학측은 이들에게 학기당 100만원의 주거비를 지원하고 동서울, 청주 가경동, 청주북부, 증평에 4대의 무료서틀버스를 운행했다.

    서울이 집인 한 학부모는 “아이 기숙사가 얼마나 좁은지 책상과 침대가 붙어 있어 의자 놓을 공간이 없다”며 “너무 좁고 불편하다고 해서 증평과 청주지역에 방을 알아보고 다녔다”고 토로했다.

    이어 “먼 곳이지만 맘에 드는 학과가 있어 입학시켰는데 이렇게 불편해서 공부나 제대로 하겠나”라며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한탄했다.

    이 사태 해결을 위해 학교측은 관할인 괴산군과 법정 다툼을 벌이며 나름대로 애쓰는 듯 하지만 처음부터 ‘잘 못 꿰어진 불법 건축’에 대한 근본 책임은 학교에 있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괴산군 또한 이번 사건으로 임각수 군수가 재판에 회부되며 궁지에 몰려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지역의 하나뿐인 대학의 학생들을 위한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역의 사회단체가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만이라도’ 사용하게 해달라는 청원도 시도했으나 학교 측과 괴산군은 눈도 꿈쩍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학교와 괴산군의 ‘법정 싸움’ 등으로 타지역의 학생과 학부모들만 피해를 입는 꼴이다.

    고3 수험생을 둔 한 학부모는 “기숙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누가 이 학교를 찾겠는가”라며 “수시에 지원할까 고민하다가 포기했다”고 밝혔다.

    학교측과 괴산군, 더불어 학생들이 헌법에 보장된 학생의 ‘학습권’을 찾기 위해 ‘학생’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학생들 또한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적극 요구해야 할 시점이다.

    괴산군과 중원대, 지역사회는 학생들을 위해 무엇이 우선돼야하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