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은 북한의 대남기구인가?
  • ▲ 소설가 최종웅씨.ⓒ최종웅 작가
    ▲ 소설가 최종웅씨.ⓒ최종웅 작가


    최백수는 모처럼 노트북을 열고 있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반공을 국시로 하던 나라 아니었든가. 김정은 정권의 남침야욕을 분쇄하지 못하면 우리가 죽어야만 하는 운명 아닌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 답은 너무 간단명료하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뭉쳐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우린 핵을 개발할 수가 없다.

    우린 북한의 핵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이상 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북한을 제압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그게 바로 탈북이다. 더 이상 북한 체제에서는 살 수 없다고 탈북하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우리사회에 살고 있는 탈북민이 3만명을 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북한에서 하류생활을 하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최근 탈북민의 성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바로 북한 엘리트들도 탈북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이 탈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해외에 나가 외화벌이에 앞 장 섰던 여종업원들도 집단으로 탈북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이것은 북한정권이 믿고 있는 체제수호세력까지도 동요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얼마 있으면 북한의 주도세력이 대대적으로 이탈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증거이다. 만약 이렇게만 되면 북한은 빈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아무리 핵무기로 무장한다고 해도 백성이 없는 세습왕조는 사상누각이다.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싸워서 이기기는 어려워도 주도 세력이 동요하면 자멸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자멸케 하는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우린 탈북민들이 우리로 편하게 올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다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생사를 걸고 탈북에 성공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만약에 이런 일을 못하게 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김정은 정권이거나 그를 수령으로 받드는 졸개들뿐이다. 문제는 그런 세력이 북한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최백수는 큰일 났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간신문을 읽고 있다. 큰일이 아니라 김정은 정권과 싸우는 대북전선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일이 통한다면 비슷한 세력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여기까지 온 것일까? 우리가 사즉생의 각오로 김정은 정권과 싸우는 중이라면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어떻게 그런 말을 입 밖에 꺼낼 수 있을까? 혼자서 그런 생각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직적으로 행동에 옮길 수는 없어야 한다. 어떤 조직이 그런 생각을 하고 내적으로 토론은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렇지만 감히 법원에 탈북민이 자유의사로 넘어온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신청을 할 수는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정부의 말은 믿지 않으면서 북한의 말은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탈북 여종업원들을 법정에 불러내는 것은 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다. 자유의사로 넘어왔다고 하면 가족이 보복을 당할 것이고, 국정원 공작에 속은 것이라면 강제 송환될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분명한 이적행위이고, 김정은 정권의 대남적화통일 전략을 돕는 행위가 분명하다. 생사를 걸고 탈북하면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게 아니라 법원에 불려 나와 재판을 받게 되고, 무슨 말을 해도 죽게 된다는 피해의식을 갖게 될게 뻔하다.

    그렇다면 누가 탈북을 하겠는가? 탈북대열이 끊기면 북한이 자멸할 수도 있다는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언론에 보도되면 난리가 나야 된다. 데모가 나고 군중들이 몰려가 돌팔매질을 해야 한다.

    주동자들은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밖에서 벌벌 떠는 모습이 대서특필되어야 마땅하다. 6·25전쟁을 일으켜 수백만 명의 동족을 살상하고도, 그 보다도 더 큰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 핵을 개발하는 게 바로 김정은 정권이다.

    그런 김정은 정권을 비호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도 무서운 일인데 세력화되어 조직적으로 활동한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더구나 법원에 탈북자의 자유의사 여부를 묻는 재판까지 청구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이보다 놀라운 일은 이렇게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안보불감증이다. 최백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조간신문을 읽고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