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님을 찾아가자!
  •  

  • 최백수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급하게 읽어 내려간다.  

    “만고강산 유람할 제 삼신산이 어디 메뇨.
    죽장 집고 풍을 실어 봉래산을 찾아갈 제
    서산에 해는 지고 월출동령 달이 뜨니
     어화 벗님네야 우리 님은 어디 갔나?
     어화 좋다, 어화 좋다, 우리 님을 찾아가자…“

    혼자 사는 여자가 명승지를 유람하다가 달 밝은 밤이 되니 임을 찾아 헤맨다는 뜻이다. 만고강산이라는 말은 임이라는 대상과 결합할 때 비로소 공감이 간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사는 여자가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임을 찾아 떠도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래서 혼자 사는 여자를 만고강산이라고 비유했을 것이다. 기가 막힌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최백수의 생각은 다시 혼자 사는 여자를 역학의 원리에 대입시켜 보려는 시도를 한다. 여자에게 관(官)은 남편이고, 관이 잘 발달한 여자가 남편 덕(德)이 있다.
    반대로 관이 없는 여자는 한 남자에게 종속되는 삶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관이 약하거나 전혀 없는 여자는 결혼이 늦거나 결혼을 해도 일부종사(一夫從死)하기가 힘들다는 게 역학의 기본이론이다.
    관이 없다는 것은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간섭은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지만 자신을 쓸모 있게 다듬어 주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필요악(必要惡)이라고 하는 것이다. 남편은 여자의 자유를 구속하지만 돈을 벌어다 주고, 아이들을 보호해 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울타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최백수는 옛날 역학을 처음 배울 때 열정적으로 관(官)을 설명하던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린다.

    “관(官)은 천간에 투간(投刊) 되는 게 좋고, 재(財)는 지지(地支)에 감춰져 있는 게 좋은 겁니다.”
    그땐 그 이유를 잘 몰랐다. 그저 그런 것이려니 하고 암기만 했을 뿐이다. 세상을 살다가 보니 그 말이 일리(一理)가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여자에게 관은 남편인데 남자가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천간에 나와 있으면 외간 남자들이 꼬이지 않는다.
    외간 남자의 유혹을 받지 않는 여자는 가정을 잘 지키면서 일부종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였다. 반면 재(財)는 감추어져 있어야 좋다는 말은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과 연관되어 있다.
    값비싼 패물을 울타리 밖에 내놓으면 도심(盜心)을 발동케 하여 도둑이 들끓게 마련이다.
    그래서 재산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자고(自古)로 관(官)은 투간 되는 게 좋고, 재(財)는 숨겨져 있는 게 좋다고 했던 것이다.
    아무튼 여자에게 남편은 귀찮은 존재이지만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젊어서 아름답고 향기가 날 때는 벌 나비가 몰려들지만, 시들었을 때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게 여자의 운명이다.
    꽃과 같은 신세다. 바로 이런 때 남편이나 자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젊은 여자가 수많은 사내의 유혹을 뿌리치고 저축을 하듯 한 남자에게 구속을 당하면서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다.
    일부종사한다는 뜻은 노후를 대비해서 저축을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실제로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가 혼자되면 하늘을 올려다볼 수가 없을 만큼 부끄럽게 생각했다. 아직도 나이 든 여자들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는 여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혼자 사는 것을 당당하게 생각하고, 혼자 사는 것을 무기로 자유분방한 남성 편력을 즐기기까지 한다. 그런 현상이 일반화된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여자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려서부터 남녀가 평등한 교육을 받고, 남자들과 경쟁해서 취직하면, 직장에서도 남자들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한다. 그러니 남편과 이혼을 하거나 사별한다고 해도 먹고 사는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최백수는 역학이 사람의 성격을 맞추는 데는 신통해도 운명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역학은 발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역학의 이론과 인간관계의 원칙에 괴리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역학의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
    최백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역학 서적을 뒤적인다. 아무튼 역학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금(金)에게 여자는 목(木)이다. 금은 목을 힘으로 지배할 수 있다. 그게 자연의 섭리다.
    비슷한 원리로 화(火)에게 여자는 금이다. 화극금(火克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를 재(財)로 보는 데는 돈을 주고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의식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많은 남성이 돈을 주고 여자를 산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비밀이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로 출세한 사람이나 기업가로 대성한 사람이 내연녀를 감춰놓고 혼외자식까지 낳으며 인생을 즐기는 게 아닌가.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최태원 SK 회장 등이다,

    남자가 여자 복이 있는지도 사주의 재(財)로 판단한다. 강력하고 뿌리 깊은 재가 딱 하나만 있고, 내가 그것을 지배할 수 있으면 처복(妻福)이 많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재가 너무 많거나 전혀 없으면 여자 문제로 평생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고 감정한다.
    여자가 너무 많으면 가지 많은 나무처럼 바람 잘 날이 없고, 재가 전무하면 한 여자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경향이 있다. 관이 없는 여자가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떠돌 듯, 남자도 재가 없으면 모든 여자를 자기 여자처럼 생각하는 바람둥이 기질이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