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깔린 새벽 시간부터 어린이집에 아이 데려다 주고 부모는 직업 현장으로…“유치원 교육비땐 어쩔 수 없이 가야하지만…아이들 위해 어린이집 지원됐으면”원장님,“교육 충실하려해도 현실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히는 것 너무 속상하다”안치영 도의원 “정서 안정 위해 어린이집에서 교육 마땅…보육료 지원책 시급”
  • ▲ 청주시내 한 어린이집 놀이시설.ⓒ양승갑 기자
    ▲ 청주시내 한 어린이집 놀이시설.ⓒ양승갑 기자

    30일 새벽 6시쯤 청주시의 A어린이집. 아직 어둠이 가시지않은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A어린이집 원장은 불을 켜고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60명 어린이집 원생 대부분이 외국인 0~7세 아동이다. 수 년전부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거주가 늘면서 거리 모습도 바뀌었다. 

    상점과 식당·주점 등 대부분이 외국어로 표시될 정도로 이곳은 외국인 거주자가 많다. 그 때문에 아동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원생들도 대부분 외국인이다. 부모들이 새벽부터 일터로 향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다. 

    학부모들은 “부모들이 일찍부터 직장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을 새벽부터 늦은 저녁시간까지 돌봐주기를 원해요. 사정을 듣고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부모들이 원하는 시간까지 봐주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집은 대부분 오전 7시 30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운영된다. 오창이나 진천지역 공장에 다니는 어머니들이 많아 셔틀버스로 출퇴근을 한다. 이들은 오전 7시쯤 출근을 하기 때문에 A어린이집 원장이 아이를 돌봐주기 위해 새벽에 문을 열기로 한 것이다. 

    이날 6시 30분이 지날 무렵 7세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들어섰다. 아이는 익숙하게 교실로 향했고, 어머니는 원장님과 인사를 한 후 어린이집을 나셨다. 이어 3세, 5세 남매와 함께 온 어머니도 아이에 대한 부탁과 함께 원장님 손에 아이 손을 이어주고 갔다. 0세 아이를 어머니로부터 안아 받은 교사는 한 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아이를 돌보며 다른 아이들도 살피느라 바빴다. 7시 쯤에는 10명의 아이가 한 교실에서 장남감과 블록 놀이를 하며 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풍경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해맑은 얼굴로 놀이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어린이집 원장님의 표정이 밝지 않다. 

    A 어린이집 원장은 “요즈음 외국인 아동들이 다니는 도내 어린이집 원장들 모두가 아이 부모들로부터 ‘외국인 아동 교육비 지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지만 아무런 답을 줄 수 없어 답답해요. 어린이집연합회 차원에서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잖아요. 나름대로 교육에 충실하려해도 현실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히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외국인들의 경우 맞벌이를 해서 주거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마련하다 보니 일이 없으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어린이집 원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외국인들에게는 교육비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유치원생 외국인 아동에게만 교육비가 지원될 경우 대부분 부모가 아이들이 원하지 않아도 유치원으로 옮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근 지역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유보 통합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관리 기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육비 지원에 차별을 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7시 쯤 7세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는 초조한 모습으로 ‘어린이집에서도 아이 보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올 때마다 교육비 지원에 대한 결정이 났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요즈음 이웃 어머니들과 최대 관심사가 ‘아이들을 유치원으로 옮겨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귀띔했다.

    이 어머니는 “아이가 이 어린이집에 3년째 다니면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한국말도 잘해서 우리에게도 가르쳐줄 정도로 너무 좋지만 유치원에서 교육비를 지원해준다고 하면 비용 절감차원에서 유치원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부부가 모두 새벽에 일터로 가야하는데 유치원에서도 이곳처럼 아이들을 일찍부터 돌봐줄지가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어린이집을 나섰다. 

    이처럼 새학기를 앞두고 외국인 아동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어린이집 보육 현장에서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치원과 함께 어린이집에 다니는 외국인 아동에 대한 교육비 지원도 신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안치영 충부도의원은 지난 25일 열린 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에서 ‘유보통합을 준비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충북도가 충북도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외국 유아 학비 지원에 발맞춰 선도적으로 외국 국적 영유아들을 위한 보육료 지원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안 의원은 30일 “교육 기회의 형평성 문제보다 사회에서 미래 우리 아이들과 함께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해가야 할 외국인 아동에 대한 교육의 정서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현재 교육받고 있는 곳에서 교육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관 간의 협의를 통해 보육료 지원 방안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