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도청’실패 소중한 ‘시간 낭비’…‘첫 단추 잘 못 꿰’ “김 지사,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썼다’ ‘道政動力 저하 자초’”
  •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달 ‘차 없는 도청’공간 조성을 시행하자 승용차 대신 도청버스를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충북도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달 ‘차 없는 도청’공간 조성을 시행하자 승용차 대신 도청버스를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충북도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취임 후 첫 프로젝트인 ‘차 없는 도청’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가 직원들의 반발로 물러섰다. 

    김 지사의 첫 작품인 ‘차 없는 도청’은 일단 미완성(실패)으로 끝났다. 이는 사전에 도청 직원들과 주차공간 확보 등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은 채 밀어붙였다가 후퇴한 것이다. 

    충북도청 주차장에 ‘차 없는 도청’ 조성은 환영할 일이다. 도청 주차장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탄소를 줄인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김 지사가 사전에 직원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뒤 일을 추진해도 늦지 않았지만, 김 지사가 전후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밀어붙인 것이 사달이 난 것이다. 이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결과적으로 ‘차 없는 도청’은 뒤로 미뤄졌고, 도청 간부들에게만 불똥이 튀었다. 김 지사가 더 꼼꼼한 계획도 아쉽지만, ‘내부 고객’인 도청 직원 등의 수렴과정을 건너뛰고 하다 보니 이들의 저항을 끝내 돌파하지 못했다. 

    최근 추석 연휴에 만난 사람들은 김 지사를 두고 예상외로 “어, 이게 아닌데…”하고 말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차 없는 도청’ 사태와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추진과정을 보면서 그의 생각과 면모를 엿볼 수 있어서다. 김 지사의 생각이 더 현실적이지도,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이지도 못하고, ‘김영환 지사=이상론자’라는 지적을 여러 사람부터 들었다. 심지어 ‘충북도지사를 잘 못 뽑았다’. ‘앞으로 4년이 걱정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취임 초 연착륙을 기대했던 도민들은 김 지사가 의욕만 앞세우다 난관에 봉착한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김 지사는 최근 이런 영향 등으로 전국 17개 시·도지사 직무평가에서 15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김 지사는 취임 초, 관사를 폐지하고 도지사 집무실은 축소하는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런 상황에서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임기 내내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차 없는 도청’을 멋지게 성공시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겠다는 그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빗나간 것이다. 

    문제는 충북도청 공무원들이 ‘차 없는 도청’ 추진과정에서 김 지사를 보는 시각이 ‘되지도 않는 일을 한다’며 불신을 키웠다는 점이다.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 첫 인상이 크게 좌우하듯이, 김 지사 역시 도지사 취임 후 첫 프로젝트의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김 지사의 감성적이고, 낭만적이며, 이상적인 충북도정 추진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충북 도정과 지역의 현안, 그리고 미래 먹거리는 이상론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의 계획은 충분히 검토해 수립하되 보다 현실적인 감각을 갖고 추진하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 없는 도청’은 관련 부서에 김 지사의 아이디어를 주고 디테일하게 추진토록 했어야 했다. 김 지사는 취임 초 한가하게 ‘차 없는 도청’ 실험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며 동력을 떨어뜨렸다. 즉,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 전국 광역단체는 생존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김 지사는 그런 만큼 전국의 17개 시·도지사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들은 고물가·고유가에 원·달러 환율급등 등 당장 코로나 범유행으로 인한 경제 침체로 도탄에 빠진 국민의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또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김 지사가 도민들의 걱정거리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불철주야 고민해도 모자를 시간에 취임 초부터 ‘차 없는 도청’에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한 것은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충북도 공무원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좋든 싫든 도민이 선택한 도백이 첫 사업인 ‘차 없는 도청’에 대해 김 지사에게 반기를 들고 길들이기를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정중하게 해법을 제시하고 풀었어야 했다. 취임 초 김 지사의 아이디어가 다소 앞뒤가 안 맞고 선후가 뒤바뀌어 불협화음을 조장했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실패는 충북도정의 실패요, 충북도 공무원들의 실패로 귀결된다.

    충북도청 참모들도 김 지사에게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을 했어야 했다. ‘미운털’이 박혀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김 지사에게 무리한 추진에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 도청 간부들 역시 김 지사와 공동운명체라는 점에서 차 없는 도청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함께 망신을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노조는 ‘차 없는 도청’ 추진 불발로 기세가 등등하고, 김 지사는 ‘최면을 구겼다’면 결코 충북 도정에 도움이 안 된다. 자칫 김 지사가 ‘차 없는 도청’으로 인해 ‘취임 동력’을 잃고 갉아 먹히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김 지사도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사전에 참모들과 충분히 검토한 뒤 ‘도정화 작업’에 나서야 한다. 그가 4선 국회의원과 장관을 했으니 중앙 정치 무대와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귀가 얇아 밖에서 들은 이야기를 냅다 숙의 과정 없이 도정에 즉각 도입·반영해서는 안 된다. 그 첫 실패 사례가 ‘차 없는 도청’이다. 김 지사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는다면, 앞으로 4년 내내 도청 안팎에서의 불협화음으로 ‘충북 도정이 산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걱정이 또 하나 있다. 충북도청과 산하단체의 인사 문제다. 선거 당선자의 ‘논공행상(論功行賞)’은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도민들이 상식에 맞고 이해할 수 있는 인사를 하라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도 전문성이 있고 격에 맞아야 한다. 벌써부터 인사 잡음이 나오는 것을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런 문제 등이 하나하나 쌓여서 김 지사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충북 도정 동력’을 약화시킨다. 김 지사가 앞으로 남은 3년 9개월 동안 ‘차 없는 도청’의 실패를 교훈 삼아 ‘말은 무겁게, 행동은 전광석화’처럼 충북도민과 따뜻한 동행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