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선 낭성로컬푸드 ‘낭성지역살림’ 운영위원장매주 목요일 판매대금 통장 지급…직장인처럼 ‘안정적 생활’농민 300명 참여 가격 매기고 판매대 진열…수수료 10%
  • ▲ 도정선 낭성로컬푸드 운영위원장이 매장에서 상품을 들어보이며 낭성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도정선 낭성로컬푸드 운영위원장이 매장에서 상품을 들어보이며 낭성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산성로 1357 ‘낭성로컬푸드’(지역살림‧운영위원장 도정선·전 청원군의회 의원). 농민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고 있어 새로운 ‘농촌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 6월 27일 설립된 낭성로컬푸드는 도정선 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면서 현재는 농민 3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농민들이 반기는 것은 이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낭성로컬푸드에서 취급하고 있는 농‧특산물은 낭성지역에서 생산한 잡곡류를 비롯해 과채류, 엽채류, 반찬류를 비롯해 두부, 도토리묵, 쑥깨떡 등 직접 만든 식품류 등도 제조·판매업을 허가받았다. 낭성로컬푸드 30여 평의 매장에는 김치와 장아찌, 들기름, 참기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진열돼 있다. 한약재료, 발효식품 등도 취급하는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재미있는 것은 농민들이 생산한 농‧특산물을 스스로 가격을 매기고 판매대에 진열한다. 또 재배농가는 소비자에게 판매된 농‧특산품은 품질을 책임지고 반품까지 처리한다. 여기 따른 수수료는 일반 농산물 10%, 가공품 15%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낭성로컬푸드는 이 돈으로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 

    도 위원장은 “농민들은 처음에 농‧특산물을 가격을 비싸게 받는 것이 좋은 줄 알았지만, 지금은 품질 좋은 상품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다보니 가성비가 좋아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그러다보니 농‧특산품의 품질도 덩달아 많이 발전하고 좋아졌다. 장류와 김치류 등의 판매 노하우가 생겼고 소비자의 욕구 등을 알게 됐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면서 지금은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더라도 별다른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농·특산물이 많이 진열돼 있다”고 귀띔했다. 

    낭성로컬푸드는 주말에 500~600여 명이 매장을 찾을 정도로 성공했다.

    매장에서 잘 나가는 것은 두부·만두류·도토리묵 등 일일식품이고, 건강한 먹거리인 고추·쑥갓·상추 등 녹색식품은 기본으로 잘 나간다. 특히 농산물은 판매 순위는 노인, 가족농, 소농, 결손농가들이며 이들이 가져오는 물건은 우선적으로 판매해 준다. 대신 수수료를 내야 한다. 가입비는 젊은 층은 10만원을 내야하는 반면, 70대 이상 농민들은 무료다.

    300여 농가가 거래하고 있는 낭성로컬푸드는 어떤 농·특산물 가져와도 받아 준다. 남은 농산물을 가져와도 판매가 가능하다. 물론 소비자의 눈에 들고 상품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소비자들로부터 저농약,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신뢰가 쌓여 외견상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고 모양새가 안 좋아도 사 간다. 두부와 반찬류는 어머니 손맛으로 만들어 판매하니 단골도 많아졌다. 

    운영위원장과 운영위원 9명으로 구성, 운영방식과 마케팅을 결정하고 있는 낭성로컬푸드는 직원 3명이 매장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거래농산물과 식품은 낭성에서 생산된 농‧특산물 판매를 기반으로 하되 이곳에서 생산되지 않는 송고버섯·생강 등은 미원과 가덕 등 인근지역에서 조달한다.

    낭성로컬푸드 회원들과 운영위원들은 즐거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낭성로컬푸드 농산물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매장이 비좁아 더 이상 확대할 수 없어서다. 이들은 최근 농산물 가공공장 설립을 목표로 세웠다. 출범 당시 오흥배 대신택배 회장이 2500만원을 지원한데 이어 가공 공장을 건립할 경우 자부담 부분 1억원을 선뜻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들은 내년에 가공공장을 설립을 서드루고 있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매장 밖에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매출을 올리는데 한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타 로컬푸드장에서 판매가능하다. 

    특히 회원들이 가장 반기는 것은 농촌지역에서도 농산물 판매대금이 매주 정기적으로 통장에 찍힌다는 점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1주일 전에 판매된 농‧특산물을 통장으로 지급한다. 낭성로컬푸드를 거래하고 있는 농민들은 매주 돈이 입금됨으로써 도시의 직장인처럼 경제적인 자립이 가능해 농촌에서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낭성로컬푸드 회원 300여 명 중 누구든지 농사를 지어 매장으로 가져오면 그 다음주 통장에 돈이 들어오니 농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고 농사짓는 맛도 제대로 느끼고 있다. 낭성로컬푸드 회원들은 농사를 지어 벌은 돈으로 생활비로 쓰는 것은 물론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되고 손자‧손녀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다는 기쁨이다. 특히 농사일을 하다 보니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게 되고 농사를 지으려는 의욕도 강해졌다고 한다. 

    도정선 운영위원장(61)은 “낭성로컬푸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농민들에게 매주 정기적으로 농‧특산물의 판매 대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것이 진정한 농민을 위한 복지이자 ‘농촌복지’라고 생각한다. 농민 스스로 돈을 벌어 지출하고 자손들에게 용돈까지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쁘고 행복감도 갖고 있다.농산물을 로컬 푸드 매장에 가져올 때마다 농민들의 얼굴이 밝고 항상 싱글벙글한다. 낭성로컬푸드 운영자 입장에서도 1000, 2000원짜리 아주 저렴하고 품질 좋은 농‧특산물이 하루 평균 200만 원어치씩 팔린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 ▲ 낭성로컬푸드 회원인 한 여성 농민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매장에 진열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낭성로컬푸드 회원인 한 여성 농민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매장에 진열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도 위원장은 “농촌에서 농사지은 것은 농산물시장으로 보낼 수 없는 것이 많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특산물은 자신이 먹기 위해 텃밭에서 재배한 것들이 많고 소농으로 조금씩 재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지금은 농민들이 정성스럽게 가꾼 농‧특산물을 잘 다듬어 가져오고 있고 상품성도 꽤 높아졌다. 대부분이 자기가 먹으려고 생산한 농산물이다보니 농약을 덜 친 깨끗한 로컬 푸드”라고 자랑했다.

    2016년에 직장에서 은퇴한 뒤 낭성면 현암리에 거주하며 농사를 짓고 있는 이홍신씨(64) “쌀·고추·옥수수·고구마 등 농사를 지어 이곳에 가져 오고 있는데, 모두 판매되고 있다.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낭성로컬푸드를 통해 판매하고 있어 농가의 소득증대에 아주 유익하다”면서 “이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팔아주면 그 돈은 대도시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선순환이 이뤄진다. 내 고장 농산물 판매로 농가의 소득증대가 이뤄지고 그 돈으로 지역의 살림이 풍성해진다. 또 지역경기의 활성화도 된다”고 설명했다.

    낭성면 문방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안 모 씨(66‧여)는 “부부가 벼·고추·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는데 싱싱한 채소류 등을 매장에 내놓으려면 날마다 와야 한다. 과거에는 농사를 지어도 판매할 곳을 직접 찾아나서야 했지만, 낭성로컬푸드가 설립된 이후 판로걱정이 없어 좋다. 큰 돈은 아니지만 농가에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농사를 지어 번 돈으로 농약대와 세금 등을 낼 수 있어서 좋고 손주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어 보람이 있다”며 활짝 웃었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농사를 짓는데 문제가 없는 반면, 포장 기술 등이 부족해 연간 교육을 몇차례 받는다. 그러다보니 친환경 좋은 먹거리를 만드는데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가공식품은 전문가와 행정기관으로부터 교육을 받아 친환경인 먹거리를 생산하고 포장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다.

    이들은 행정기관의 지원 확대와 관리·감독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도 위원장 등은 “주변의 일부 로컬 푸드에서 로컬 푸드 답지 않게 운영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외국의 농산물을 판매하고 로컬 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농산물이 아닌 것을 판매하고 있다. 로컬 푸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행정기관의 지도‧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낭성로컬푸드는 현재 고객이 많아지면서 매장이 비좁아 보다 넓은 새로운 매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수수료만으로는 더 큰 매장을 가질 수 없는 상태다. 

    도 위원장은 “현재 운영시스템으로 더 매장을 넓힐 수가 없다. 이익금을 많이 남기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마진을 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여유 돈을 조성하지 못했다. 낭성로컬푸드는 농가소득 증대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만큼 국가 또는 지자체의 시설비 등의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정지원이 된다면, 시청건물인 만큼 과거처럼 전기세만이라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전기세 등 관리비만 연간 700만원(매월 57만원)의 들어간다. 바코드 라벨지 용지만하더라도 연간 200만원이 들고 컴퓨터 수선비까지 감안하면 적잖게 돈이 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숍앤숍이지만 농민 스스로 운영하는 로컬 푸드 매장은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자립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한다. 앞으로 낭성로컬푸드는 로컬 푸드를 이용한 음식점도 낼 계획이다. 우리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소비와 홍보가 저절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 역대 왕중 영조대왕(英祖·1694~1776)이 가장 오래 살았고 그 태실이 낭성에 있는데, 영조가 음식에 대한 서적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쓰신 분이다. 그래서 ‘건강한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점까지 운영할 생각”이라며 “더 많은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가공공장도 필요하다. 지원하는 만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로컬 푸드다. 특히 낭성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우리가 모두 판매해 주는 만큼 회원 중에서 농장을 확인하는 품질관리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농사를 지었는지 현지 확인을 반드시 한다. 품질관리단은 우리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고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주 ‘진지박물관’과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있는 낭성로컬푸드는 2016년 9월 한전동청주지사와 자매결연을 맺고 농·특산물 판매는 물론 매년 가을에 이곳에서 생산된 고냉지 배추 등을 이용해 김장김치를 담아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고 있는데, 낭성로컬푸드 회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