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세종역 신설’만 제외하면 ‘약’… “상생의 지원군”
  •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당대표가 27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 악수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당대표가 27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 악수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이해찬 의원(세종시)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충청권은 그에 대한 견제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이해찬 ‘독’·‘약’ 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대표가 25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돼 2020년 차기 총선까지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 정부의 정책 결정을 이끌게 된다.

    이러한 이 대표를 바라보는 충청권의 시선은 우려 반 기대 반이다.

    ◇ ‘독’ 설

    이 대표가 ‘독’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다. 이유는 하나다.

    이 대표가 ‘KTX세종역’ 신설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2017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벌인 ‘KTX세종역 신설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B/C(비용편익분석) 0.59’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100이라는 돈을 투입했을 때 59원의 효과 밖에 못 건진다는 ‘확정 판결’이지만 ‘KTX세종역’을 신설했을 때 대전 유성구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에는 이 지역을 포함시켜 ‘예타’를 다시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충북은 물론 충남도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충북은 ‘KTX오송역’이 이미 세종시의 관문역으로 성장했고, 신설되는 세종역을 오송역에서 불과 22㎞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이격 거리인 46㎞이상에 절반 밖에 안 되는 거리다.

    충남도 같은 이유에서다. ‘KTX공주역’이 ‘KTX세종역’에서 마찬가지로 22㎞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다.

    충북이나 충남모두 ‘KTX세종역’은 서로 돕는 ‘상생’이 아니라 서로 망하는 ‘상살’의 원인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 대표의 선출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측면도 부각된다.

    당 대표가 되면 지역구 챙기는데 눈치가 보여 오히려 평의원만도 못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 ‘약’ 설

    ‘KTX세종역’에 대한 고집만을 제외한다면 양 지역은 이 대표가 상생의 지원군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역정을 보면 고집이 세지만 반대로 강한 추진력을 가진 기관차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다.

    교육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 야간자율학습이나 월말고사 폐지 등 학교 현장의 논쟁거리를 정리했고, 교사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낮추는 등 거센 반발에도 사회적 논란거리를 해결했다.

    그가 만약 국가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국가균형발전 정책 실천 의지를 보인다면 그동안 영·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 받아온 충청권의 이익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대의원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연설회’에서 ‘강호축’을 지원해 충북의 발전을 돕겠다고 공언했다.

    충북이 균형발전에서 소외됐다고 보는 강원~충청~호남권 균형발전 정책에 공감하고 이를 지원하겠다는 뜻이어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충북선 고속화에서 출발한 ‘강호축’ 발전 구상은 국가 미래 X축 철도망을 선점하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널뛰기’하는 상황이 계속되지만 경기와 강원도가 남북접경지역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동북아 철도구상’을 통해 서울 이북의 경의선과 경원선 연결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철도 노선 연결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반대로 국내·외적 장애물이 철거된다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예타 조사와 같은 국가재정법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이 대표는 중앙 정치권에서 미미한 충북의 정치력을 뒷받침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러한 약속을 저버린다면 충북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그를 견제할 충북의 정치력이 미미하고, 당 대표에게 공천장을 얻어야 하는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 처지가 될 수 있어서다.

    지역 야당의 우려가 이 대표 선출 후 이틀 만에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27일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선출된 것에 대해 반갑지 않다고 했다.

    이날 한국당은 “‘KTX세종역’ 신설 문제로 세종시와 날선 대립을 하고 있는 충북 입장에서는 반가울리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의 대표를 맡게 된 이해찬 의원이 집권당 대표의 입장에서 ‘KTX세종역’ 신설을 포기하고 지역 간 상생발전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며 “본인이 당선 일성으로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한 만큼, 야당과 충북도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뜨거워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