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매립장’ 사태 여·야 앙금…지방선거 1년 앞두고 한국당 탈당 도미노 우려 등
  • ▲ 충북 청주시의회 전경.ⓒ김종혁 기자
    ▲ 충북 청주시의회 전경.ⓒ김종혁 기자

    충북 청주시의회가 30일 정례회를 폐회하며 후반기 의사일정의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황영호 의장이 후반기를 시작할 때만해도 별다른 잡음 없이 순탄해 만 보이던 시의회는 ‘2017년 본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제2매립장’ 관련 예산을 삭감하며 냉랭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집행부의 사업내용을 꼼꼼히 점검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의회의 기본적인 존재 목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청주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질타 받고 있는 ‘제2매립장’ 사태에 대해 시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자유한국당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의견대립이 너무 강경해 ‘파행’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황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관계자들은 ‘정치적 대결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상임위원회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의결과정에서 이러한 주장은 단순히 개인적인 욕심이 돼 버렸다.

    지난 임시회에서 도시건설위는 추경안으로 올라온 ‘제2매립장’ 관련 예산을 다시 한 번 삭감했다. 한국당 4명, 민주당 4명으로 구성된 도시건설위는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아 과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예결위에서 부활을 기대하던 청주시의 바람은 한국당 7명, 민주당 7명 국민의당 1명으로 구성된 예결위에서 8대 7로 다시 물거품이 됐다. 이때 한국당 소속이던 남연심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옮기며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당 간의 대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을 발한다. 아무리 ‘정쟁’이 아니라고 해도 정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아야하는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안흥수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하면서 시의회는 한국당 19명, 민주당 17명, 국민의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재편됐다. 21대 17석으로 과반을 넘는 의원수로 의회를 이끌던 한국당은 이제 집권당으로서의 의결행사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 같은 한국당 의원들의 탈당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관측된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며 여야가 뒤바뀐 면도 있고 탈당하는 의원들의 지역구 내부의 분열도 감지되기 때문이다.

    선출직인 시의원들에게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천당과 지옥의 좁은 문일 수밖에 없다. 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것은 현재의 정치상황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앞으로 1년이 시의원들에게는 다음 선거를 위한 중요한 시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의정활동이다. 최근에 빚어졌던 행정사무감사 파행 사태를 돌이켜보면 파행의 근본 원인은 ‘제2매립장’ 문제에 대한 의견대립이다.

    이를 두고 ‘골프여행’ 파동에만 집중 부각시키며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대의기관으로서 집행부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며 상임위와 예결위, 본회의를 거쳐 반대의사를 분명히 전달한 점을 면밀히 돌이켜봐야 한다.

    따져보면 의회는 의회의 몫을 제대로 다한 것이다. 이제 ‘제2매립장’ 사태에 대한 문제는 집행부인 청주시로 넘어갔으며 이제 시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날 본회의에서 이완복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지난해의 북부소방서 부지 매입 건을 비롯해 쓰레기 매립장문제, 공무원의 뇌물수수의 건, 공공청사 입찰 담합의혹 사건, 공직윤리를 저버린 지탄받을 사생활 등 청주시가 ‘맑은 청주시’가 아닌 ‘탁한 탁주시’로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남일현 의원도 “청사내 직원 폭행, 공공시설과 직원의 인테리어 업체 금품수수 사건 발생과 구속, 흥덕구청사 건립 관련 금품수수 의혹 등 청주시 청렴은 공염불”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의원들이 집행부에 대한 잘못을 제대로 지적하는 의지가 돋보였다는 평이다.

    이제 남은 기간은 단 1년이다. 의정활동도 해야 하고 선거를 치를 준비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의원들의 언행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황영호 의장은 취임 1주년과 앞으로의 1년에 대해 “시민에게 더 신뢰받는 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의장의 바람이 모든 의원들의 마음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