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질환·검사치료 능력 부족한 상급병원, 요양기관 지정 개선돼야”
  • ▲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김숙자 원장.ⓒ김숙자소아청소년병원
    ▲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김숙자 원장.ⓒ김숙자소아청소년병원

    “한명의 아이라도 더 살리고 싶어 40대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신생아 대사질환·극희귀난치병 등 생소한 의학전문용어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 김숙자 원장이다.

    충북 청주에서 김숙자소아청소년병원과 한국유전자연구소를 운영하는 김 원장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충남대 의대에서 석·박사를 마친 후 청주의료원에서 근무하다가 개인병원을 개원해 비교적 안정된 의사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한집에서 세 명의 아이가 이유도 모르고 숨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김 원장은 40대의 적지 않은 나이에 ‘유전적 희귀 난치성’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안정된 병원 운영을 뒤로한 채 감행한 ‘학구열’에 대해 주변의 만류와 걱정도 많았지만 처음 의사가 됐을 때 “유명한 의사가 아닌 엄마 같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의지가 이유를 모른 채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학자로서의 용기’로 전환됐다.

    김 원장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6년여에 걸쳐 생화학유전학 특수전문의와 임상유전학 특수전문의를 취득하고 국내로 돌아와 그동안 미개척분야였던 신생아에 대한 ‘유전적 대사질환’ 검사의 중요성을 알리려 많은 노력을 기울렸다.

    “국내에 들어와 대학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대사질환’에 대한 공동 연구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며 “그래서 병원 옆에 ‘한국유전학연구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신생아 검사를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원장이 주장하는 ‘신생아 대사질환 검사’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지정해서 검사를 거치는 보편화 수준에 이르렀지만 국내에서는 국가의 지원도 미약하고 전문적으로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는 병·의원도 극소수에 달한다.

    김 원장은 “희귀난치성질환과 선천성 유전대사질환은 원인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우리 몸의 생화학적인 대사 경로를 담당하는 효소 등의 결핍으로 인해 여러 가지 대사 이상 질환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먹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3대 요소들 중 어느 하나가 지나치게 넘치던지 부족해 대사가 되지 않고 쌓여 병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선천성 유전대사질환은 신생아시기에 증상이 많이 나타나며 특히 수유를 시작한지 2~3일후에 구토, 경련, 혼수상태 등 특이증상이 폐혈증과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나 이시기에 정확한 검사와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유전적 원인이 대부분이므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 식이요법과 알맞은 효소 등을 통한 정확한 치료가 이뤄져야 유전적인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모든 희귀난치성 질환이 불치병은 아니다. 치료가 가능하며 혹여 치료가 가능하지 않더라도 후유중이 없도록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천적 대사질환을 겪는 아이나 부모가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대사질환에 대해 현재 국내 대형 병원 몇 곳을 비롯한 치료가능 병원이 있기는 하지만 전문적인 연구와 분석 및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은 김 원장의 병원이 유일하다. 실제로 전국 곳곳에서 대사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김 원장을 찾고 있다.

    “청주는 전국 어디서나 2시간대면 올수 있어서 많은 환자들이 찾고 있다”며 “멀리서 찾아오는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야간과 공휴일에도 항상 전화를 받고 있으며 응급환자 등의 즉시 치료를 위해 진료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 ▲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김숙자 원장.ⓒ김숙자소아청소년병원
    ▲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김숙자 원장.ⓒ김숙자소아청소년병원

    신생아 대사질환에 대한 검사와 치료 등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가고 있지만 국내의 의료 정책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극희귀 및 상세불명 희귀질환의 건강보험 산정특례 확대’를 목적으로 ‘희귀질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요양기관과 진단의사’ 신청 공고를 냈다.

    당연히 김 원장도 요양기관 신청에 응모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불가”였다.

    기가 막힌 김 원장은 해당 기관에 정식 답변을 요청했으며 기관은 “지정 요건인 ‘상급종합병원’이 아니어서 자격이 않된다”고 답변했다.

    김 원장은 “상급병원은 전국의 몇 안 되는 대학병원 급이다.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 능력을 갖고 있어도 병원의 등급을 미리 지정해 놓고 공고를 내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분노했다.

    상급종합병원인 대학병원에서도 제대로 검사와 치료를 못해 김 원장을 찾는 환자가 태반인 실정을 보면 국내 의료계와 관련 기관들의 무지와 무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국민신문고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직접 대화를 신청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김 원장을 찾은 환자가 다시 상급병원을 방문해 확진을 받고 치료를 받기위해 김 원장을 방문해야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한편 김숙자소아청소년과 병원은 최근 중국 길림성의 위생당국과 현지의 봉황산부인과라는 대형 병원과 ‘신생아 대사질환 검사’와 관련한 MOU를 맺었다.

    때마침 충북도가 해외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는 터라 특성화된 신생아 검사 분야에 대한 해외 진출과 해외환자의 유입으로 인한 경제적 가치가 높게 평가 됐다.

    그러나 중국 당국에서 검사를 위한 혈액의 국외 반출을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고 있어 관계 당국 간의 조율이 필요하다.

    길림성 위생국과 봉황산부인과는 혈액반출이 안되면 현지에 ‘유전학연구소’ 설립까지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신생아 대사질환 검사와 치료’에 김 원장을 신뢰하고 있다.

    김 원장의 꿈은 특별한 아이들을 위한 클리닉을 여는 것이라며 “희귀난치성 아이들만을 위한 전문 클리닉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엄마 같은 의사로서의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