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황새 잇단 사고에 주민·학계 등 안타까워해
  • ▲ 사진제공 한국교원대학교 ⓒ뉴데일리
    ▲ 사진제공 한국교원대학교 ⓒ뉴데일리

    ‘한국산 황새’의 잇단 사고 소식에 학계는 물론 지역민들이 크게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일본에서 갑자기 소식이 끊겨 10여일째 생사가 불투명한 ‘산황(일련번호 K0008·가락지 개체식별번호 B02)’이가 온 국민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집나간 황새’로 널리 알려진 ‘미호(개체식별번호 B49)’마저도 이미 죽은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한반도 황새복원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생물교육과. 황새생태연구원)는 8일 아시아뉴스통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지난달 24일 한반도 남쪽에서 날아올라 25일 일본 오키나와 인근 오키노에나부 섬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된 뒤 26일 이후 위치추적기로부터 아무런 신호 없이 연락이 두절된 일명 ‘산황’이가 이날 현재까지 12일째 소식이 없는 상태”라며 안타까워 했다.

    박 교수는 “일본 환경성 등 관계당국이 적극 나서서 산황이를 찾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이미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산황이가 워낙 먼 거리를 비행하느라 체력이 고갈된 데다 일본 현지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자연사 했거나 포식자로부터 잡아먹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5일 뒤인 오는 14일쯤 브리핑을 갖고 ‘산황’이가 죽은 것으로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또 ‘미호’ 황새에 대한 비보도 함께 전했다.

    그는 “지난해 4월28일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에서 다리 인식표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사육장을 탈출했다가 올해 3월20일 충북 진천의 미호천 관내에 모습을 드러낸 뒤 약 3개월 동안 머물렀던 ‘미호’ 황새도 지난 6월 말 이후 5개월여째 위치 및 생사 여부가 일절 확인되지 않고 있어 이미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호’가 당시 진천 백곡천 상류(백곡저수지 내 논)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나타냈을 때 사람이 다가가도 100m정도밖에 달아나지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매우 나빴다”며 “그런 상태에서 모습을 감춘 지 5개월이 넘도록 목격자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이 황새 역시 자연사했거나 너구리, 삵, 들고양이 등 포식자에게 잡아먹힌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박 교수는 “현재 ‘미호’가 살아 있다면 월동을 하기 위해 한반도의 남쪽 등 월동지로 이동해 있을 시기”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새들이 모이는 월동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죽은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미호’ 황새가 건강을 잃게 된 것은 ‘농약 중독’ 때문인 것 같다”며 “추후 이같은 불상사가 되풀이 되지 않게 하려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업의 보급 및 확산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호’가 진천 백곡천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인근 농경지(논)에 농약이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는 것을 목격했다”며 “그 결과 이 일대 논에는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거의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미호’가 죽었을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환경단체 회원을 비롯한 일부 주민들은 "충격적이다", "믿겨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주충북환경연합 회원인 김모씨(청주시 상당구)는 “충북 청주의 한국교원대에서 태어나 사육장을 탈출한 뒤 고향 인근인 미호천 상류(진천 백곡천 일대)에 모습을 드러내 지역민에게 희망을 전해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미 죽었을 것이라니 도저히 믿어지질 않는다”고 슬픔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