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 직원, 도지사 페이스북 보는 것이 ‘일?’ 돼선 안돼
  •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7일 정부의 강제징용해법 발표와 관련해 국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김영환 충북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7일 정부의 강제징용해법 발표와 관련해 국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김영환 충북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 글로 인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 지사가 말과 글(SNS)을 공개하기 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충북 도정(道政)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되 즉흥적인 말부터 하는 식은 즉각 바꿀 것을 권고한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하다가는 계속 논란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강제징용 문제해법’을 내놓자 김 지사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국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라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을 빚으면서 야당과 공무원 노조, 시민단체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급기야 김 지사의 발언 논란으로 충남 공무원 노조의 반발로 인해 충남도청 교차 방문 특강 및 ‘일일 명예도지사(16일)’ 행사가 전격 연기되고, 김동연 경기지사의 충북도청 방문(17일)도 무기한 연기되는 등 안팎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또, 충북도내 시·군 방문도 연기됐다.

    김 지사가 김태흠 충남지사에게 충남도청 방문 연기를 요청하는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충남도청 방문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김 지사의 친일파 발언은 굳이 ‘반어법’을 써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문제해법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할 수 있었음에도 꼬투리를 잡힐 말을 하다 보니, 야당은 반색할 수밖에 없고 소위 정쟁(政爭)의 대상인 먹잇감을 만들어 준 셈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도 대표이사가 불필요한 발언으로 예금 대량인출(뱅크런)을 촉발했다. 즉, ‘말’ 때문에 은행이 망한 것이다. 김 지사도 굳이 불필요한 발언으로 사회적 파문으로 번지게 만들어 이를 해명하고 주워 담느라 충북도정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간부들이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게 해서는 않된다.

    물론 김 지사의 속 뜻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치는 항상 상대가 있고 생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김 지사가 왜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말이 앞서는가? 뭐가 그렇게 조급한가? 도청 간부들은 어디에 써먹으려고 뜬금없는 발언으로 도청 간부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가? 

    김 지사가 하는 것이 다 옳다고 해서는 안 된다. 발언할 때도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때도 그 파장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페이스북에 글을 공개하기 전에 필터링 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 지사의 말과 글이 개인 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청 공무원들은 김 지사의 취임 후 도정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2년이 족히 걸린다고 전망했다. 지금 생각하니 이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공무원들이 김 지사의 도정 운영을 아슬아슬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도청공무원들은 업무보다는 아침에 김 지사의 페이스북을 보는 것이 일과라고 한다. 도정 방향은 김 지사의 페이스북만 보면 되고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는 말이 나온다. 굳이 공무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참모가 필요하고 간부회의는 왜 하는지 의문이다. 

    김 지사에게 묻고 싶다. 충북 도정을 왜 이렇게 끌고 가는가. 충북 도정은 도민을 위한 행정이지만 경영이고 시스템에 의해 도정이 운영돼야 한다. 업무는 간부들에게 위임할 것은 과감하게 넘겨줘야 한다. 

    김 지사의 즉흥적인 발언이 더는 앞서서는 안 된다. 이렇게 가다가는 충북도정 방향이 엉뚱한 길로 빠져 불필요한 논란으로 에너지를 낭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지사는 잠시 호흡을 멈추고 6‧1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어떤 일부터 해야 하는지, 공무원과는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지,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김 지사가 취임한 지 벌써 9개월째다. 4년은 금세 지나간다. 

    김 지사는 ‘나는 국익을 위해라면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라는 글이 반어법이라고 항변만 하지 말고, 즉각 도민들에게 잘못된 표현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이 ‘친일파 논란’을 잠재우는 첫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