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삶의 결론은 ‘인맥은 금맥’…“사람이 사람을 키우고 사람 속에서 살아야”초고령사회 해법은 교육과 관계…노인을 복지 수혜자가 아닌 지역사회 주체로
  • ▲ 박상도 대한노인회 대전시연합회장.ⓒ김경태기자
    ▲ 박상도 대한노인회 대전시연합회장.ⓒ김경태기자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노인복지의 방향도 ‘돌봄과 지원’에서 ‘참여와 자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지는 7일 박상도 대한노인회 대전시연합회장과의 만남을 통해 80년 삶과 현장 경험에서 비롯된 그의 노인복지 철학을 들었다. 

    박 회장이 강조한 핵심은 분명했다. 노인은 보호받는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지혜를 다시 사회에 나누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자신의 삶을 한마디로 정리하며 “인맥이 금맥이다”고 말했다. 이는 돈이나 지위보다 오래 이어온 사람과의 관계가 삶의 가장 든든한 자산이라는 의미다.

    그는 “사람이 사람을 키우고, 사람 속에서 사람이 산다”며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또 후배들에게도 “사람을 떠나지 말고 곁에 서 있어야 한다”며 관계와 신뢰의 가치를 당부했다.

    박 회장이 말하는 노년의 역할은 더욱 분명하다. 

    그는 ‘받는 노인에서 주는 노인으로’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건강과 역량을 갖춘 노인은 일과 봉사, 교육, 지역사회 활동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의 풍부한 경험을 지역사회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지역 경로당을 단순한 여가 공간이 아니라 배움과 소통의 공간으로 전환하고, 전직 교장·교수·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노년층이 다른 노인을 가르치는 ‘노노교육’도 확대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박 회장은 노인복지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으로 ‘교육’을 꼽았다.

    “80이 넘어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교육”이라는 그의 말에는 단순한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존엄한 노년을 만들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그가 말하는 교육은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인성, 효, 공동체 의식, 세대 간 소통과 존중을 포함하는 생활교육이다.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역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노년층이 배우고 관계를 회복하며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거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대 갈등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훈계보다 상호 소통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7은 듣고 3은 말하자”는 원칙을 제시하며 노년층이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는 동시에 젊은 세대의 변화와 가치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삶에는 이 같은 철학이 형성된 계기도 있다. 

    젊은 시절 눈 속에 쓰러진 홀몸 노인을 발견하고 직접 부축해 돌본 경험은 이후 복지와 교육의 길을 걷는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됐다.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는 그의 회고는 복지가 거창한 구호보다 사람을 향한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박 회장은 공직 생활과 교육자로서의 삶 속에서도 청소년과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오랜 기간 야간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퇴직 이후에도 대학에서 사회복지와 행정 등을 가르치며 배움과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 역시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자신을 비판하거나 험담한 사람과도 식사를 함께하며 관계를 끊기보다 이해와 용서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미워하고 싸우기보다 먼저 손을 내밀면 결국 관계가 달라진다”는 경험을 강조했다.

    그가 강조하는 노인복지의 궁극적인 목표도 여기에 닿아 있다. 경제적 지원과 건강관리뿐 아니라 노년의 고립을 막고, 사회적 역할과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복지라는 것이다.

    박 회장의 가훈은 ‘웃으며 살자’다. 

    그는 이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자”는 삶의 원칙으로 확장했다.

    80년을 살아온 그가 후배 세대와 노년층에 남기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실력이나 학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이며,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견디면서도 사람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초고령사회에서 노인복지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그가 걸어온 길에서 찾을 수 있다. 돌봄의 대상에서 사회의 주체로, 복지의 수혜자에서 경험을 나누는 참여자로 노인의 역할을 확장하는 것. 이것이 박 회장이 말하는 ‘존엄한 노년’은 결국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다시 사회에 사랑을 돌려주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