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청, 청소년 보호 전문가 자문 없이 K-POP 경연 진행…시비 5000만 원 지원허태정 시장 등 기관장 사전 보고받고 현장 참석…“문제 제기·개선 요구 없었다”
  • ▲ 27일 도마큰시장 제3주차장에서 열린 제8회 쏘맥축제 개최 현장, 이날 청소년들이 'K팝 경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대전서구
    ▲ 27일 도마큰시장 제3주차장에서 열린 제8회 쏘맥축제 개최 현장, 이날 청소년들이 'K팝 경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대전서구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이유로 주류가 판매되는 축제에 초·중학생 청소년을 세운 대전 서구의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청소년 보호에 대한 별도 전문가 자문이나 사전 검토 없이 K-POP 경연을 진행했고, 허태정 대전시장 등 주요 기관장들에게 사전 보고까지 이뤄졌지만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한 기관장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의 최소선을 넘지 않았다는 행정적 판단이 과연 청소년 보호와 공공 행사의 기준까지 충족한 것인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전 서구가 지난 27일 도마큰시장 제3주차장에서 ‘2026년 제8회 도마큰시장 쏘맥축제’를 개최했고, 이는 전통시장에 문화공연과 K-POP 경연 등을 접목해 방문객을 늘리고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허태정 대전시장과 전문학 서구청장, 강정수 서구의회 의장 등 주요 인사와 상인, 주민들이 참석했다.

    문제는 올해 처음 도입된 K-POP 경연대회다. 

    초·중학생 등 청소년들이 무대에 오른 가운데 같은 축제 현장에서는 주류 판매가 이뤄졌다. 

    청소년에게 술을 직접 판매하지 않았다는 법적 판단과 별개로, 청소년 공연과 음주가 한 축제에서 결합된 것이 공공행사로서 적절했느냐는 지적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전화 취재에서 “술을 먹는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진행하는 행사 자체로 판단했다”며 “청소년 보호와 관련한 별도의 전문가 자문은 없었다”고 밝혔다.

    청소년 경연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본격적인 축제 프로그램에 앞서 진행됐으며, 참가팀마다 보호자나 관리자가 동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간대를 일부 달리했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 보호 논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같은 행사 공간에서 청소년이 공연하고 성인이 음주하는 구조 자체가 적절한지에 대한 별도의 판단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축제에는 전액 시비 5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민간 상인회가 주관하는 행사라도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투입된 만큼 행사 운영에 대한 행정의 관리·감독 책임이 뒤따른다는 지적이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주요 기관장들의 인식이다. 

    서구청은 허태정 대전시장 등 참석 기관장들에게 K-POP 경연대회와 시상식 등의 계획을 사전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구청 관계자는 “K-POP 경연대회와 시상식 등에 대해 사전 보고했다”며 “현장에서 기관장들이 청소년 공연과 주류 판매가 함께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선을 요구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동안 주요 기관장들이 현장을 찾아 공연을 지켜봤지만, 청소년 보호라는 관점에서 행사의 적절성을 되짚는 모습은 없었던 셈이다.

    한 서구민은 “지역 상권 활성화도 좋지만 청소년이 동원된 느낌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청소년 대회를 왜 술이 있는 자리에서 펼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구청은 K-POP 경연대회가 상인의 요청으로 올해 처음 마련됐으며 청소년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쏘맥축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문화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행사이다”며 “K-POP 경연대회는 청소년들에게 무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이다”고 밝혔다.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했다”며 “야외 공연은 전체관람 등급에 해당되고 축제의 본질은 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논란이 제기된 만큼 내년 행사부터는 청소년 프로그램 운영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내년에 축제를 한다면 이런 부분을 한 번 더 검토해 상인회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법령이나 도덕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지 좀 더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사’와 ‘공공기관이 책임 있게 운영해야 할 행사’가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상권 활성화와 청소년 문화 참여라는 취지는 존중돼야 하지만, 주류 판매가 이뤄지는 축제에서 청소년을 공연 무대에 세우는 과정에는 보다 엄격한 공공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고 시장과 의회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행사라면 ‘법적으로 가능한가’를 넘어 ‘청소년에게 바람직한가’를 먼저 묻는 행정의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