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상 이유’로 청가서 제출…본회의 불참하고 23명 부부동반 중국여행“사전에 약속된 일정” 해명…개인의 자유와 군민에게 맡겨진 공적 책임 어디까지인가
  • ▲ 부여군의회 백용달 의장(국민의힘)ⓒ부여군의회
    ▲ 부여군의회 백용달 의장(국민의힘)ⓒ부여군의회
    사람에게는 자신의 시간이 있지만, 공직자에게는 자신만의 시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회기 첫날 ‘일신상의 이유’로 청가서를 제출한 부여군의회 백용달 의장(국민의힘)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농협 전·현 이사 23명이 함께한 부부 동반 중국 여행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의 자유와 공적 책임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부여군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백 의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청가서를 제출하고 지난 24일 본회의가 열린 회기 첫날부터 참석하지 않았다.

    백 의장은 같은 날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방문했고, 이번 여행은 지방자치단체나 부여군의회의 공식 일정이 아닌 사적인 단체 여행이었으며, 농협 전 이사 등을 포함해 모두 23명이 부부 동반으로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의장은 “해외여행은 사전에 약속된 일정이었다”며 “회기가 시작하는 것을 보고 출발했다”고 해명했다.

    출국을 전후한 건강 문제도 있었다. 

    백 의장은 24일 이전 홍산면의 한 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저혈당 쇼크로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갈비뼈 2개에 금이 갔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숨쉬기가 힘든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논란에서 군민이 묻는 질문은 중국 여행의 목적이나 장소가 아니다.

    ‘일신상의 이유’로 청가서를 제출한 의회 의장이 회기 중 사전에 계획된 사적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공적 책임의 기준에서 적정했느냐​는 것이다.

    공직은 개인의 신분을 빼앗는 일이 아니다. 개인의 삶과 가족의 약속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직이라는 이름을 얻는 순간 개인의 선택에는 공적인 의미가 따라붙는다.

    특히 의회 의장은 단순히 한 명의 의원이 아니다. 군민의 뜻을 모아 토론하고 결정하는 의회를 대표하는 자리다. 의장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한 사람의 부재를 넘어 의회를 대표하는 상징의 부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여행을 갔다는 사실보다 그 자리를 비우는 과정이 얼마나 투명했느냐다.

    청가서는 언제 제출됐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 처리됐는지, 회기 중 의장 직무는 누가 대행했는지, 본회의와 의정활동에 공백은 없었는지 등을 군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

    특히 23명이 함께한 사전 약속된 단체 여행이었다면 회기 일정과 개인 일정이 충돌할 가능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의장으로서 이를 어떻게 조정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사적인 해외여행 자체를 위법행위로 볼 수는 없다. 

    회기 중 여행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상 직무 유기나 범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또 법적 책임은 청가 절차와 직무대행, 관련 규정 준수 여부, 공적 경비 사용 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법이 묻는 책임과 군민이 묻는 책임은 때로 다르다.

    법은 최소한의 선을 정하지만, 공직자의 책임은 그보다 높은 곳에 놓일 수 있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군민의 상식과 신뢰라는 기준에서 설명이 필요한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여군의회는 △청가서 제출 및 승인 시점 △청가 절차의 적정성 △회기 중 의장 직무대행 여부 △의정활동 공백 △여행경비 부담 주체 △의회 윤리규정 및 관련 조례 준수 여부 등을 공개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직은 권한을 갖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절제하는 일이다.

    개인의 여행은 자유일 수 있다. 가족과의 약속 역시 소중하다. 그러나 군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에게는 그 자유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공적인 시간이 있다.

    이번 논란이 불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에 갔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회기라는 공적인 시간과 개인의 약속이 겹쳤을 때 의장이 어느 쪽을 선택했는가 라는 질문을 남기기 때문이다.

    백 의장은 사전에 약속된 일정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여군의회 역시 청가와 직무대행 등 관련 절차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군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결국 공직의 신뢰는 거창한 말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리를 지켜야 할 때 자리를 지키는 것, 자리를 비워야 할 때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 공직자의 품격은 어쩌면 그 단순한 원칙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