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평가사들이 콩 재해평가를 위해 사전 현장교육을 받고 있다.(24년 10월24일)ⓒ손해평가사협회 누리집 자료
농축산분야에서 재해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평가하는 손해평가사들이 손해평가업무 배정과 보상체계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거세다.특히 최근 수년간 누적돼 온 관행을 고착 시키려는 계약방식이 추진되고 있어 손해평가사 단체 평가사 등을 중심으로 실력행사 분위기 마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정부(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의 위탁을 받은 재해보험사업자인 농협손해보험은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 위탁 계약을 위한 입찰을 진행하면서 손해사정사 중심의 손해사정법인과 손해평가사 중심의 비영리 민간 법인(한국농어업재해보험협회와 한국손해평가사협회, 이하 손해평가사 협회)를 구분해 입찰공고를 냈다.
그러면서 농협손보는 2015년부터 적용해 오면서 일부 수정·보완한 내용을 토대로 손해사정법인과 손해평가사 협회 간의 차별적 내용을 그대로 인정할 것처럼 보이는 내용을 담은 단가제안서와 제안평가서를 입찰기일전 제출하도록 했다. 농협손보가 제시한 입찰기일은 손해사정법인은 5월 6일, 손해평가사협회는 7월 20일이고, 손해사정법인들은 입찰결과 지난 6월 초 29년 3월말까지 3년단위 계약체결을 완료했다. 이같은 농협손보의 입찰진행에 대해 일선 손해평가사들은 수년째 반복돼 온 불공정 계약이 이번 입찰로 인해 고착화 될 것이라며 거센 반발을 쏟아 내고 있다.
▲ 농협손보 농업재해 손해평가 위탁사 선정 주요 내용.ⓒ문종배 평가사 정리 제공
◊보유인력은 손해평가사협회 2.3배 많은데 물량 배정은 손해사정법인이 60% 넘게 차지
우선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보유 인력 대비 왜곡돼 있는 손해평가 대상 건수다.25년말 기준 손해평가협회는 3064명(69.5%)으로 손해사정법인(1347명, 30.5%)보다 2.3배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그러나 인력수가 훨씬 적은 손해사정법인은 617억3200만 원(61.9%)을 가져가는 반면, 협회는 380억2300만 원(38.1%)에 그쳐 물량 배분에서 심각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종배 손해평가사(6회)는 “손해사정법인들의 경우 평가에 참여하는 손해사정사는 약 195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손해평가사 약 982 명, 기타 업무보조인 170여 명으로 손해사정법인 손해평가 참여인력의 상당수가 손해평가사인력임에도 협회소속 평가사들에게 적은 평가업무를 배정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그는 또 “단순 인력 비중을 계산하면 전체 평가인력대비 손해평가사는 84%, 손해사정사는 4.3%, 기타 업무보조인은 3.7%, 농협 등 직접 위촉 현지평가인 8.0%로 구분되고 있어, 실제 현장에서 평가는 손해평가사가 담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같은 손해평가사인데 원예시설 평가는 손해사정법인 소속 손해평가사만 가능
손해평가사협회 손해평가사들은 소속에 따라 업무영역에서도 철저히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현재 손해사정법인 소속 손해사정사와 손해평가사 등은 인보험, 물적보험, 시설원예(13구간), 인수점검, 풍수해, 농기계 등 전 영역에서 손해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반면에 손해평가사협회 손해평가사들은 가축재해보험에서 적용되는 일반민영보험은 참여기회 조차 박탈되어 있고, 농업정책보험(가축 등)에서도 오직 '소' 품목에만 제한적으로 참여(26억2700만 원, 12%)하고 있다.또한 시설 하우스(시설 원예) 손해평가나 보험 인수 점검, 피해사실확인 업무 등에도 참여가 원천 차단돼 있다.
이기우 손해평가사(6회)는 “손해평가사는 농어업재해보험법 등의 규정에 의해 전문 자격인으로 인정된 전문가 집단임에도 평가 영역에서 차별을 두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원예시설이나 가축 재해평가에서 보다 더 전문적인 소양이 필요하다면 국가 차원에서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이수한 사람에게 평가 업무를 부여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농어업재해보험법 시행령 제12조의 8(손해평가 등의 교육)에서는 ‘농식품장관은 손해평가사의 손해평가능력 및 자질향상을 해해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농식품부, 농금원, 농협손보는 더 이상 자질 운운하며 손해평가협회 소속 손해평가사의 평가업무 확대를 방기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농협손보 측은 “원예시설과 소 이외의 축종 같이 조사 건별 손해사정서 작성 등이 필요한 조사에 대해서는 손사법인에 위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수당 구조의 불평등 심각 ... 관리비+이윤 손해사정법인에만 지급
수당 지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불평등도 심각하다.농작물 현장조사에서 손해사정사법인은 관리비와 이윤을 일별로 보장받지만, 협회는 관리비와 이윤 항목이 제외돼 왔다.이번 입찰 공고 단가제안서 항목에도 손해평가사협회는 관리비와 이윤을 적어 낼 수 없게 되어 있다.손해평가협회는 농작물과 가축(소)에 한정해 단가를 제안하도록 한 반면에, 손사법인들에게는 현장조사 전 항목(환산농지수당, 계약자수당,관리비, 인건비 등), 시설, 인수점검(저경력/일반) 항목에 대해 단가 제안을 하도록 하고 있다,
제안평가서도 손해평가협회는 서비스 만족도(직무 및 CS 등 조사자 교육 프로그램 연수), 손해평가사와 업무지원 인력 현황, 지점(지회) 운영현황 등을 적어내도록 한 반면, 손사법인은 서비스 만족도, 내부통제기준, 업무역량, 인적자원(손해사정사수와 손해평가사수), 매출액 등 경영안정성, 전산인프라 및 전담조직 인프라를 적도록 했다.이에 대해 농협손보 측은 “손사법인은 조사자를 직원으로 고용하여 운영하는 영리법인으로 그에 따른 관리비 및 이윤의 발생하나, 협회의 경우 조사자를 회원제로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으로 협회 및 현지 평가인은 별도의 관리비와 이윤은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하지만 일선 손해평가사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윤우종 평가사는 “동일한 위험과 노고가 수반되는 현장조사임에도 비영리법인이라는 이유로 관리비와 조직 운영 이윤을 배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 협회소속 평가사들은 조사 수당에서 10%(원천징수 3.3% 포함)를 공제해 사무처 직원 인건비, 조직운영비 등에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손해평가사들이 복숭아 농장을 방문, 착과수 조사 요령등을 교육받고 있다.(2026년 6월 26일)ⓒ뉴데일리
◊해묵은 숙제 해결책은 ‘농업재해보험 손해 평가 및 손해평가사에 관한 법률’ 제정
정기옥 손해평가사가 최근 내놓은 ‘손해평가사!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에서 보험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손해평가 업무를 보험사가 주도하는 구조에서 정부의 핵심 정책사업인 농업재해보험이 불신과 비효율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고 진단한다.그는 이어 “손해평가사는 법률에 근거한 전문자격사임에도 불구하고, 공적 기관이 아닌 비영리사단법인 소속으로 업무에 참여하거나, 손해사정사의 손해평가보조인(업무보조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의 수탁자인 협회가 공신력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쓰고 있다.  또한 오랜 경험과 기득권을 인정하는 농협손보의 ‘잘못된 관행’은 손해평가사 절대 다수가 소속된 협회보다 개인 기업인 민간 손해사정법인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 과정에서 협회 조사수수료보다 1.68배 높은 단가를 책정하여 연간 250억 원 이상의 추가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 평가사는 결론으로 “손해사정사 및 그 보조인들(손해사정사 소속 업무직원 등)이 주인행세를 하거나 ‘갑질’을 일삼으며 피해율이 높은 농지를 중심으로 검증을 실시하거나 피해율 상한을 정해놓고 지키도록 요구하는 한 손해평가사들이 공정한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농업재해보험 손해 평가 및 손해평가사에 관한 법률’제정을 제안하고 있다.
◊"(가칭)한국농업재해보험공단의 설립 필요"
정 평가사는 해묵은 숙제의 해결의 귀결점으로 ‘농업재해보험 손해 평가 및 손해평가사에 관한 법률’에는 손해평가사 자격, 권한, 의무, 보수 체계 등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근거로 손해 평가업무를 총괄할 (가칭)한국농업재해보험공단을 설립을 제시한다.공단은 손해평가 업무총괄, 전문성 관리(교육/자격), 평가품질 관리, 데이터 분석 활용 등 손해평가와 관련된 모든 공적 기능을 수행하며, 보험사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평가를 보장하게 된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