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임기자 김경태/ 보건학박사.ⓒ뉴데일리
노자는 『도덕경』 제49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聖人常無心 以百姓心爲心(성인 상무심 이백성심위심)''성인은 항상 자신의 고정된 마음을 두지 않고, 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다'
2500여 년 전 쓰인 이 한 구절은 오늘날 지방행정에도 그대로 통한다. 행정의 중심은 권력이 아니라 시민이며, 정책은 시장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시민의 공감과 합의 위에서 완성돼야 한다는 뜻이다.
민선 9기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이 민선 8기 이장우 전 시장이 추진했던 각종 정책과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대전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0시축제 역시 평가와 존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책을 평가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누가 평가했는가.어떤 근거로 평가했는가.시민에게 먼저 물어봤는가.
0시 축제는 단순한 행사 하나가 아니다. 원도심 상권 활성화와 관광객 유입, 도시브랜드 가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함께 담고 있는 공공정책이다. 성과가 있었다면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부족했다면 시민과 함께 보완책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시민 공론화와 객관적인 만족도 조사, 전문가 검증, 상인과 문화예술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속의 과정없이 일부 의견이나 행정 내부 판단만으로 정책 방향이 결정된다면 시민이 이를 온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 
민선이 바뀔 때마다 전임 시장의 정책을 뒤집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누군가는 만들고, 다음은 폐지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시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낭비되는 것은 예산만이 아니다, 행정의 일관성과 시민의 신뢰, 그리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이 함께 흔들린다.
노자는 『도덕경』 제64장에서 또 하나의 경계를 남겼다.
'爲者敗之 執者失之(위자패지 집자실지)''억지로 이루려는 자는 실패하고, 집착하여 움켜쥐려는 자는 결국 잃는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정책도 문제지만, 충분한 검증과 시민의 동의 없이 성급하게 뒤집는 정책 역시 같은 오류를 반복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이전에 숙의가 있고, 결정 이전에 참여가 있으며, 정책 이전에 시민이 존재한다. 시민이 배제된 정책은 오래가지 못하고, 시민이 공감하지 않는 행정은 결국 또 다른 갈등을 낳는다.
0시 축제의 존폐는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론 내릴 문제가 아니다. 축제를 유지할 것인지, 개선할 것인지,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시킬 것인지는 시민이 함께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이며 민주행정의 출발점이다.
오늘 대전시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슬로건이 아니다.시민에게 먼저 묻는 행정이다.
『도덕경』은 다시 일깨운다.'聖人常無心 以百姓心爲心(성인 상무심 이백성심위심)'
시민의 마음을 행정의 중심에 둘 때 정책은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민선 9기의 진정한 혁신은 전임 시정을 지우는 데 있지 않다. 시민의 뜻을 먼저 듣고, 충분한 공론과 합의를 거쳐 정책을 완성하는 데 있다.
0시 축제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정책은 시장의 것이 아니다. 시민의 것이다. 그리고 시민의 정책은 시민에게 먼저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