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권 지방정부가 세수 감소와 지방교부세 축소 등으로 재정난에 직면하면서 민선 9기 출범을 앞둔 새 단체장들의 공약 이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표윤지 기자
민선9기 충청권 지방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공약보다 재정을 먼저 들여다보고 있다. 국세 감소에 따른 지방교부세 축소와 지방세 둔화, 대형 사업 추진에 따른 지방채 증가가 겹치면서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강도 높은 재정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인수위원회마다 "곳간이 비었다", "사실상 부도·파산 위기", "재정 공백 1조원" 등의 진단이 잇따르면서 재정 건전성 회복이 민선9기 첫 과제로 떠올랐다.
◇ 충북 "알곡은 없고 빚만 남았다"
신용한 충북지사 당선인 측은 민선8기 재정 운영을 최우선 점검 과제로 꼽았다.
이강일 인수위원장은 24일 "도청 곳간에 당선인이 쓸 수 있는 알곡이 있을 줄 알았는데 돈이 거의 없고 지방채를 더 발행해야 할 상황"이라며 "충북도정이 모라토리엄(지급유예)과 유사한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충북도의 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1조 2330억원이다. 올해 편성된 지방채 2283억원까지 반영하면 누적 채무는 1조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림책정원1937, 당산 생각의 벙커, 일하는 밥퍼, 옛 청풍교 정원화 사업 등 일부 사업은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신 당선인은 취임 직후 재정정상화위원회와 재정전략운영단(TF)을 설치해 신규·계속 사업 전반에 대한 재정 적정성을 원점에서 점검할 방침이다.
충남 "하반기 재정 공백만 1조원"
충남도 역시 세입 감소와 채무 증가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됐다.
박수현 충남지사 당선인은 "올해 하반기에만 약 1조원 규모의 재정적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취임 후 현재 재정 상황을 도민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충남준비위원회는 세입 부족과 추가 지출 등을 반영할 경우 올해 재정 부족 규모가 1조 304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일반회계 순세계잉여금 결손과 보통교부세 감액, 산림자원연구소 부지 매각 차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박 당선인은 선거 공약 178개를 100여 개 핵심 과제로 재편하고 재정전략회의를 구성해 사업 우선순위를 전면 재조정한다는 입장이다.
대전 "사실상 부도·파산 위기"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충청권 4개 시·도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위기 진단을 내놨다.
박정현 인수위원장은 "현재 대전시 재정은 사실상 부도와 파산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며 "대형 토목·건축사업이 시비와 지방채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고 주장했다.
대전시 채무는 2022년 말 1조원에서 지난해 말 1조 58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인수위는 기존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올해만 5482억원, 내년부터는 연평균 6955억원의 재원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선9기 대전시는 100억원 이상 대형사업과 미착공 사업을 중심으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고 국비 확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정 운용 기조를 바꿀 계획이다.
세종 "채무비율 25% 턱밑"
세종시는 구조적인 재원 부족을 민선9기 최대 과제로 꼽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채무는 4840억원으로 올해 5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도 18.5%로 행정안전부 재정위기 '주의' 기준인 25%에 근접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잔액도 1억 2500만원에 그쳐 재정 운용 여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인 측은 조치원 제2청사 건립과 종합경기장 조성 등 대형 공약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하는 한편, 보통교부세 정률제 도입과 국비 지원 확대를 정부에 건의해 구조적인 재정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 정치권에선 민선9기 충청권 지방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재정 청구서'를 받아든 만큼 당분간은 신규 사업 확대보다 예산 구조조정과 재정 건전성 회복에 행정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채 증가와 세수 감소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출발하는 만큼 재정 정상화 없이는 공약 이행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선9기의 성패는 결국 재정 운영 능력에 달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