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시장 ‘청렴’ 강조하지만…직원들이 따라 줘야
  • 충북 청주시청 깃발.ⓒ김종혁 기자
    ▲ 충북 청주시청 깃발.ⓒ김종혁 기자

    ‘출장계 내고 낮 술’ 파동을 일으킨 충북 청주시 간부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일탈이 연속해서 일어나는 청주시 공무원 사회에 대한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청렴’을 화두로 시정에 매진하고 있는 이승훈 시장과 그 기조를 전혀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간부급 공무원들과의 간극이 점점 멀어지고 있어 민선 6기 남은 임기에 대한 행정공백 우려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 시장은 21일 수해 때문에 을지훈련에서 제외된 청주시 공무원들에게 “이 기간 동안 공직기강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간부 공무원들이 일반 직원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특별히 행동에 주의하고 내 행동이 조직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면밀하게 검토한 후 처신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도 공직기강을 확립해 공무원으로서의 올바른 처신과 함께 본인의 명예를 지키라는 추상같은 리더의 직언이다.

    특히 이번 ‘출장계 낮 술’ 파동은 지난 6월 시청 A간부가 청사 내에서 폭행에 시달린 후 투신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난 후 공직사회가 빠짝 긴장하고 있던 차에 벌어진 일이라서 ‘간극’의 차가 확연히 느껴진다.

    더욱이 이들이 술판을 벌인 날은 시 감사관실이 ‘암행감찰’ 이라는 강한 용어까지 사용하며 결의를 발표한 바로 날이어서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승훈 시장이 아무리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고 엄포를 놓아도 직원들은 ‘들은 체’를 하지 않는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시의회도 지난 6월 30일 본회의에서 A과장의 투신을 계기로 공직기강 확립을 잇달아 촉구했다.

    이완복 의원은 “공직윤리를 저버린 직원들 때문에 청주시가 ‘탁주시’로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20여년 가까이 청주시정을 지켜보며 현재와 같은 난맥상은 보인 적 없었다”고 질타했다.

    남일현 의원도 “청주시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공직자 교육과 청렴을 최우선으로 꼽았지만 이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무원의 청렴만 강조하는 편향적인 정책에 치중하다가 조직 강화와 화합을 하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힐난했다. 

    이어 남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청주시 공무원 징계는 2014년 114건, 2015년 323건, 지난해 338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시의회는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일이 발생한 후 감사를 하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감찰과 감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시는 이승훈 시장을 필두로 감사관실에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시의회와 시민들이 견제와 감시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의 ‘일탈’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이 약해서 일까? 조직력이 문제일까?

    시에는 공무원 조직법을 비롯한 각종 법규가 즐비하고 3500명이라는 거대 인원이 85만 시민들을 이끌고 있다. 결코 법과 조직력이 약하고 리더가 없다면 운영되지 않는다.

    결국 공무원 개개인의 ‘인성’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기의 얼굴인 바른 ‘인성’은 끊임없는 교육과 자기 성찰에 따라 이뤄진다. 공무원 개개인이 스스로 법과 규칙을 준수하며 바른 ‘인성’을 갖춰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나간다면 그 조직은 활력을 되찾고 기강이 바로 설 것이다. 

    한 시민단체 간사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기 위해 만드는 것이 법인데 그 법이 약하다고 지키지 않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특히 시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 조직은 더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주시청의 한 공무원은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며 “대다수 공무원들이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데 몇몇 분들이 전체 공무원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억울해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