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회·직원들, 30일 오경나 총장 출입 막아…이사회 전격 취소충청대 “경쟁 대학 전 총장 임명 자존심도 없다”…보과대도 ‘황당’
  • 충청대교수협의회 등이 30일 오경나 총장 후임으로 송승호 전 충북보건과학대학 총장을 임명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오 총장 등의 출입을 막기 위해 대학 본부 1층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충청대교수협의회
    ▲ 충청대교수협의회 등이 30일 오경나 총장 후임으로 송승호 전 충북보건과학대학 총장을 임명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오 총장 등의 출입을 막기 위해 대학 본부 1층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충청대교수협의회
    충청대학교가 신임 총장 선임 문제로 놓고 내부 갈등이 격화되면서 대학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학교법인 충청학원은 30일 이사회를 열어 오경나 충청대 총장 후임으로 송승호 전 충북보건과학대학 총장 임명을 승인하려 했지만, 교수회와 직원들의 반대로 이사회는 전격 취소됐다. 

    오 총장이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본관 건물로 들어가자 교수와 직원들이 출입을 막았고, 오 총장은 넘어져 다친 상황도 발생했다. 

    이사회 장소인 대회의실 앞에는 여교수와 여직원들이 겹겹이 서 출입을 막은 채, 총장 임명 철회와 오 총장의 사퇴 등을 촉구했다. 

    충청대 내부 갈등은 4년 임기가 다음 달 30일에 끝나는 오 총장이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신임 총장에 송 전 충북보과대 총장 임명을 추진하려다가 대학 구성원들에게 알려지면서 극심한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교수와 직원들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나 협의 없이 새로운 총장을 임명하려는 자신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특히 지역 전문대학으로 경쟁을 벌여온 충북보과대 전 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총장은 “송 전 총장의 능력 등을 고려해 총장 임용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교수회와 직원들의 반발로 사실상 송 총장의 임명은 무산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윤호 충청대 교수협의회장은 “오늘 이사회 개최를 못 하게 막았다. 오 총장이 혼자 판단한 송 전 총장의 임명은 상도에도 맞지 않고 우리 대학과 충북보과대가 모두 불행해진다”며 “오 총장이 신임 총장 임명을 독단적으로 혼자 결정한 것은 크게 잘 못 됐다”고 비판했다. 
  • 30일 충청대 신임총장 임명과 관련해 대학 본관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기 위해 오경나 총장 등이 교수와 직원들에 막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충청대교수협의회
    ▲ 30일 충청대 신임총장 임명과 관련해 대학 본관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기 위해 오경나 총장 등이 교수와 직원들에 막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충청대교수협의회
    이 교수협의회장은 “사전에 총장 추대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총장에 대해 도덕적으로 검증했어야 했다. 오 총장이 이사장과 총장으로 재임(12년간)하는 동안에 대학 구성원들은 대학발전을 위해 여태까지 참아왔다. 이번 사태는 대학이 망한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교직원들이 들고 일어났다”고 밝혔다.

    충청대 A 교수는 “오 총장이 내부에도 훌륭한 총장 후보가 있는데도 경쟁 관계 대학인 충북보과대 전 총장을 임명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오 총장은 자존심도 없다. 이런 발상 자체가 너무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충북대학총장협의회에서 만난 송 총장이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오 총장의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것을 이용해 자신의 총장 욕심을 채우려다 화를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충북보과대 B 교수는 “충북보과대 총장을 역임한 사람이 충청대 총장으로 간다는 것이 제정신이냐. 우리 대학에서 각종 정보와 노하우가 쌓여 있는 사람이 충청대 총장으로 가서 그 노하우를 그대로 써먹고 기밀을 누출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적으로나 경우 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송 전 총장의 충청대 총장 임명을 반대했다.

    한편 충북보과대도 지난달 8일 명예 퇴임을 한 송 전 총장의 충청대 이직 사실에 당혹감과 함께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양 대학 모두 송 전 총장 임명에 거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