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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의 시사칼럼] 세상이 천박해져서 서로 함부로 대하니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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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9-06 08:23 | 수정 2021-10-04 22:49

▲ 박규홍 서원대명예교수.ⓒ서원대

#1. 세상이 혼탁하여 상례(常例)를 벗어난 소동이 빈번하고, 패륜적 범죄가 빈발한다. 고교 시절 한문 시간에 배웠던 문장 첫 구절 ‘근세천박 이상환압(近世淺薄, 以相歡狎)’이 기억나서 출전을 찾아봤더니 조선일보 ‘정민의 세설신어(世說新語)’에서 마침 그 문장이 인용되었다. 

송나라 때 정이천(程伊川)이 속류들의 우정에 대하여 말한 내용이다. 

“요즘은 천박해져서 서로 즐기며 함부로 대하는 것을 뜻이 맞는다고 하고, 둥글둥글 모나지 않는 것을 좋아하여 아끼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같은 것이 어찌 능히 오래 가겠는가? (近世淺薄, 以相歡狎, 爲相與, 以無圭角, 爲相歡愛. 如此者, 安能久?)”

허물없이 함부로 대하고, 싫은 소리 안 하면 금세 지기라도 만난 듯이 속없이 군다. 그러다 사소한 일로 틀어져서 다시 안 볼 듯이 원수가 된다는 의미이다.

장횡거(張橫渠)도 비슷한 문장을 남겼다. 

"오늘날의 벗은 나긋나긋하게 잘하는 사람만 가려서 서로 어울리고, 어깨를 치며 옷소매를 잡는 것을 의기가 투합한다고 여긴다./ 그러다가 한마디만 마음에 맞지 않으면 성을 버럭 낸다. 벗과의 사이에는 서로 부지런히 낮추려 해야 한다. 벗의 사이에서는 공경에 힘쓰는 사람만이 날마다 서로 친해져서 효과를 얻는 것도 가장 빠르게 된다./ 처음에는 기운이 경박해서 마음에 맞기만을 구하려 애쓰다가, 나중에는 등을 돌려 서로 낮추려 들지 않으니, 이와 같은 것이 과연 내게 유익함이 있겠는가? (今之朋友, 擇其善柔, 以相與, 拍肩執袂, 以爲氣合./ 一言不合, 怒氣相加. 朋友之際, 欲其相下不倦. 故於朋友之間, 主其敬者, 日相親與, 得效最速./ 始則氣輕, 而苟於求合, 終則負氣, 而不肯相下, 若是者, 其果有益於己乎?)"

글 속의 '박견집몌(拍肩執袂)'는 상대의 어깨를 툭툭 치거나, 옷소매를 당기며 친근함을 표시하는 행동을 말한다. '우리가 남이가?' 하다가, '누구시더라?'로 돌아서기는 잠깐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이 바른길로 이끄는 도리, 잘못을 나무라는 충고는 벗 사이에서 찾기 어려운 일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조선일보 ‘정민의 세설신어(世說新語) [578], 박견집몌(拍肩執袂)’에서 발췌 인용)

#2. 팬데믹이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1년 반 이상 이어지면서 지금 국민이 많이 지쳐있고 민심이 예전 같지 않아서 상궤를 벗어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전자발찌를 끊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 여성 2명을 살해한 성범죄자 강윤성은 취재하는 기자의 마이크를 발로 차고 뻔뻔스럽게 사람을 더 못 죽인 게 한이라고 했다. 경찰과 법무 당국이 좀 더 민첩하고 책임 있게 대응했더라면 희생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 더 안타깝다. 별거 중인 아내를 장인이 보는 앞에서 일본도로 살해한 40대 남자의 범행도 너무 끔찍하다. 세상이 너무 천박하고 척박해졌다. 

민노총 귀족 노조의 횡포도 상궤를 벗어난 지 오래다. 40대 김포 택배 대리점주는 민노총 소속 노조원들의 태업과 업무방해를 견디지 못하고 부인과 세 자녀를 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택배기사들끼리 가족처럼 지냈다는데, 노조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살벌해졌다는 게다. 민노총이 장악한 택배업계 세계에서는 아프간처럼 적막강산으로 세상이 바뀐 게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민노총이 저지르는 패악 때문에 더는 못 견디겠다면서 “법 위에 군림하는 민노총을 해체해달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탈레반이나 홍위병 같은 집단행동으로 무법천지로 만든 민노총의 횡포에 노동계 원로는 ‘양아치 같은 노동 귀족 주사파’라고 비판한다. 도가 지나치고 법을 무시하는 민노총은 횡포의 반작용으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행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게 세상이 천박해져서 삶이 척박해진 탓이다.

#3. 국민의 존경을 받는 101세이신 김형석 원로 교수께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51세의 새파란 변호사 정철승은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 하던 짓을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현상이라면 딱한 일”, “100세가 넘어서도 건강하다는 사실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모양”, “최근에 하다하다...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해 비판 아닌 비난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제는 저 어르신 좀 누가 말려야 하지 않을까? 자녀들이나 손자들 신경 좀 쓰시길”이라고 패륜적 막말 내 쏟았다.

그는 정상적 사고로는 쓸 수 없는 글을 SNS에 내갈겼다. 반성은 커녕 더 심한 말을 내뱉는다. 좌파적 이념에 빠진 자들의 패턴대로 위아래 구분이 없다. 나이는 이념 앞에서 쓰레기일 뿐임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는 짓이다. 

그런 싸가지 없는 짓을 한 자가 또 있다. 꼼수로 제1야당 없이 상임위를 통과시킨 언론재갈법을 두고 대내외적으로 악화한 여론 땜에 본 회의 상정을 늦춘 국회의장에게 SNS로 ‘GSGG’라는 막말 쌍욕을 올린 초선 여당 의원 김승원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하더라도 초선이 6선의 국회의장에게 막말 쌍욕을 한 사례도 정철승에 못지않은 패륜이다. GSGG라는 욕설에 여론이 급속히 나빠지니까 해명이랍시고 다시 올린 변명이 더 구차하고 비열하다. 게다가 그를 도와준답시고 거들은 몇몇 여당 의원들의 궤변은 국민을 뭐도 모르는 바보 취급한 듯하여 여론이 더 나빠졌다. 국민 수준을 못 따라가는 어리석은 짓을 골라서 하고 있다.

그래서 한 신문의 칼럼에선 김승원 의원이 ‘경기 수원 갑 국회의원’이므로 이를 영문 머리글자로 쓰면 GSGG가 되므로 앞으로 ‘GSGG 김승원’으로 쓰라고도 했다. 아마도 앞으로 김 의원이 정계에 있는 동안은 GSGG가 그에게서 지워지지 않고 그의 상징처럼 따라다닐 거 같다. 공인의 경거망동 대가가 이렇게 크다. 이 모든 게 조그만 권력이나 한 줌의 능력에 도취하여 제멋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세상이 천박해지고 권력이 법치를 무너뜨려서 상식이 통하지 않고 인성이 황폐해진 탓이다. 무너진 상식과 법치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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