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추억의 가락국수’‧성심당 ‘소보로빵’‘소보로빵’ 사기 위해 줄선 모습만…“노래비조차 볼 수 없어 안타까워”
  • 대전의 상징인  대전역에서 가수 한정애 씨가 불렀던‘대전부르스’를 들으며 새벽에 먹던 추억의 가락국수집의 모습.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코레일
    ▲ 대전의 상징인 대전역에서 가수 한정애 씨가 불렀던‘대전부르스’를 들으며 새벽에 먹던 추억의 가락국수집의 모습.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코레일
    잘 있거라 나는 간다 /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 대전발 영시 오십분 / 세상은 잠이 들어 고요한 이밤 / 나만이 소리치며 울 줄이야 / 아-붙잡아도 뿌리치는 / 목표행 완행열차(1959년, 가수 안정애).

    대전역은 가장 먼저 ‘대전발 목포행 0시 50분’이라는 대전의 상징인 ‘대전부르스’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공전의 히트를 친 ‘대전부르스’는 열차 승무원이었던 최치수 씨(아세아레코드 대표)가 작사를 했다. 최 씨는 자정이 넘은 시각, 비 오는 플랫홈 열차 앞에서 이별을 앞 둔 남녀의 모습을 보고 노랫말을 썼다고 한다. 이후 대전부르스는 1983년 조용필 씨가 리메이크해 더 유명해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전역 광장의 노래비는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 대전역 추억의 가락국수. 지금은 1층, 2층 2곳에서 가락국수를 판매하지만 옛정취를 느낄 수 없다.ⓒ뉴데일리 D/B
    ▲ 대전역 추억의 가락국수. 지금은 1층, 2층 2곳에서 가락국수를 판매하지만 옛정취를 느낄 수 없다.ⓒ뉴데일리 D/B
    새벽녘 대전역 플랫홈에 열차가 들어오면 7~8번 승강장에 있었던 가락국수집이 바쁘게 움직인다. 

    열차 정차는 단 2분. 승객들이 1분 20~30초 사이에 출출한 뱃속을 채우기 위해 가락국수를 재빨리 먹어야 한다. 가락국수를 국물까지 후루룩 들이켜야 한다. 서둘러 먹지 않으면 기적 소리와 함께 곧 출발하는 열차를 탈 수 없기 때문이다. 

    가락국수를 다 먹지 못하고 열차를 타는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심지어 열차를 놓치는 승객까지 있었다고 한다. 열차를 놓치고 얼마나 황당해할까. “스톱, 스톱!” 하고 소리를 지르며 서지 않는 열차를 쫓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기도 하지만 쓴 웃음을 짓게 한다. 호남선은 가난과 이동으로 고향을 떠난 수 많은 서민의 애환을 상징하기도 한다.

    최근 기자가 찾은 대전역에는 이런 추억과 낭만이 서려 있는 옛 모습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다. 가락국수를 팔았던 7~8번 승강장은 확인조차 어려웠다. 대전역사 1‧3층에 추억의 가락국수를 팔기는 하지만 과거 열차에서 내려 후다닥 먹는 맛하고 같을 수가 없다. 과거 가락국수를 먹던 추억과 흔적을 되찾기 위해 대전역을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맛과 정취를 느껴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발길을 돌린다고 한다. 
  • 성심당 대전역점에서 직원들이 소보로빵을 만들고 있다.ⓒ뉴데일리 DB
    ▲ 성심당 대전역점에서 직원들이 소보로빵을 만들고 있다.ⓒ뉴데일리 DB
    대전역은 중부권 최대 규모의 역으로 하루 평균 이용객이 5만 명(코로나 팬데믹으로 2020년 하루 평균 3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임석규 대전역장은 “KTX가 운행되면서 지금의 대전역사는 대부분 바뀌었다. 추억의 가락국수를 먹던 곳은 7~8번 승강장으로 추정된다”며 “목포행 완행열차도 없어졌다. 지금은 교량노후로 인한 교체공사 중이서 그렇지 대전역에서 서대전역을 거쳐 목포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대전역 플랫홈에서 옛날 가락국수 맛은 볼 수 없지만 ‘성심당’이 인기 상한가를 구가하고 있다.

    성심당은 대전의 유명한 빵집이다. 충북 청주 ‘서문제과’, 전북 군산 ‘이성당’이 유명하듯이 대전에서는 성심당을 모르면 시쳇말로 ‘간첩’이다.

    성심당의 대표 빵은 ‘소보로빵’이다. 이 빵은 속에 팥을 넣은 뒤 기름에 튀기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앙금 빵에 소보로빵의 절묘한 조합으로 통팥 앙금이 가득하고 겉은 바삭하다. 소보로빵 맛을 느껴보지 않고서는 설명이 어렵다.  

    성심당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빵도 소보로빵이다. 대전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선물로 성심당의 빵이 제격이어서 성심당의 빵 봉지를 든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평일에도 성심당의 빵은 줄을 서야 맛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 
  • 성심당 대전역점 매장에 진열된 빵.ⓒ뉴데일리 D/B
    ▲ 성심당 대전역점 매장에 진열된 빵.ⓒ뉴데일리 D/B
    성심당 대전역점은 유리창 넘어 소보로빵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아주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마치 공장의 컨베이어벨트처럼 빵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그런지 빵 맛이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65년 역사의 성심당이 2012년에 문을 연 대전역점은 하루 평균 3000여 명이 찾는다. 주말에는 4000여 명이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 그러다보니 직원이 1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빵만 120가지라고 한다. 

    대전역점 개점 당시부터 근무해온 박병선 이사(59‧제빵사)는 “대전역점은 밤 11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늦게 구운 빵은 판매도 하지만 다음날 복지시설과 취약가정에 전달된다. 이 빵은 하룻밤을 지냈을 뿐 아주 신선한 빵”이라고 귀띔했다.     

    대전시민들은 ‘성심당’을 한화이글스보다 더 사랑한다. 성심당은 1956년 창립 이후 300개의 빵을 만들면 200개는 팔고 100개는 항상 굶주린 이웃에게 나눠줬다. 성심당의 경영철학은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눔을 위한 사업이다. 그래서 대전 사람들에게 성심당은 자랑과 자부심의 대상이다.

    대전역의 추억의 가락국수는 없지만 성심당 빵이 그 추억의 가락국수를 채워주고 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들의 대전역 플랫홈에서 먹던 가락국수 추억은 이젠 머릿속에서나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게 돼 무척이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