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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 시사칼럼] ‘가덕도’와 ‘가덕가덕 지지’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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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3-04 15:13 | 수정 2021-03-05 14:47

▲ 박규홍 서원대 명예교수.ⓒ서원대 명예교수

#1. 시절이 하 수상하니까 오래된 썰렁 아재 개그로 한번 웃어보자.

연인 사이인 대구 청년과 서울 아가씨가 서울에서 만나 데이트 겸 삼성과 엘지팀의 프로야구경기를 관전하러 갔다. 대구 청년은 지역 연고 팀인 삼성팀을 응원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대구 청년이 주먹 쥔 손을 높이 휘두르며 “필성, 삼성”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옆에 앉아서 경기를 관전하던 서울 아가씨가 남친의 응원 구호가 이상해서 옆구리 쿡쿡 찌르며 물어봤다.
“오빠, ‘삼성’은 알겠는데 ‘필성’은 무슨 말이야?”
그러자 대구 청년이 답했다.
“엉, ‘필성’은 ‘성리’야.”

이번엔 ‘필성’보다 ‘성리’라는 말이 더 이해되지 않아서 “오빠, ‘성리’는 무슨 뜻이야?”라고 다시 물어봤다. 그러자 대구 청년은 서울 아가씨의 질문에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표정으로 손가락 두 개 벌려 V자 모양을 보이며 대답했다.
“엉, ‘성리’는 ‘버이’야.”

신라 때 쓰던 말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전해온 탓인가는 몰라도 1000년 넘게 세월이 흐른 현대에 와서도 좁은 우리나라 땅 안에서조차도 언어소통 하는데 지역 간에 적잖이 어려움이 있다. 

흔히 남쪽 지방인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은 ‘으’와 ‘어’ 발음을 잘 구별하여 쓰지 못한다. 그런 탓에 ‘필승(必勝)’이라고 할 것을 ‘필성’이라 말해도 자기들끼리는 의사소통이 된다. ‘승리(勝利)’라고 할 것을 ‘성리’라 말하고, ‘브이(victory)’라 말할 것을 ‘버이’로 말했으니 신라 지역 밖인 서울에서 자란 여친 아가씨가 그 말을 알아들을 턱이 없다. 중모음(中母音)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해 ‘관광’을 ‘간강’으로 발음한 고 김영삼 대통령의 지독한 사투리가 한때 우스개로 회자된 적도 있었다.                          

#2. 엊그제 3월 2일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부산 가덕도를 찾았다. 요즘은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어서 고속열차를 타면 빠르게 갈 순 있지만, 그래도 부산은 국토 남단에 있는 먼 곳이라 이낙연 대표가 부산을 찾는 수고를 많이 하는 거 같다. 지난 2월 25일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본 지 닷새 만에 다시 갔으니 평소와 달리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가덕도의 한 장소에서 열린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경선대회’에서 “민주당은 가덕도에 항공 물류가 가능한 국제공항을 들어서게 하고, 그것을 앞으로 8년 안에 완공해서 2030년 부산 엑스포까지 성공하게 하는 일을 해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의 변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끌 인물에게 여러분의 지지를 ‘가덕가덕(표준말로 가득가득)’ 담아달라”고 했다.       
 
#3. 민주당 소속 전임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파문 낙마로 치르는 보궐선거라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면 스스로 만든 당헌에 어긋나 논란이 많은데도 버젓이 후보를 냈다. 그것도 모자라 보궐선거에서 기필코 이기기 위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가덕도 신공항을 띄우는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민주당은 2월 26일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국회에서 처리했다. 25일에는 문 대통령과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국토교통부 장관 등 공항 건설 관련 장관들을 대동하고 가덕도를 방문했다. 선거에 이긴다면 무엇이든 다 하겠다는 태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는 아직 예측이 분분하지만 부산지역의 여론은 가덕도 띄우기에도 불구하고 여당에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선지 하루가 멀다고 당 대표가 나서서 부산 시민에게 가덕도 카드 등 예산 뒷감당이 의심스러운 약속을 남발하고 있다. 이런 걸 ‘혹세무민’한다고 말해야 하지 않나? 

가덕도 공항 건설이 훗날 엄청난 국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신공항 건설을 하려고 달려들면 어떻게든 할 수야 있겠지만 토건에 대하여 약간의 상식만 가지고 있어도 가덕도 공항 공사가 얼마나 어렵고 부질없는 공사인지, 또 훗날 세금 먹는 하마가 되어 국고가 얼마나 많이 들어갈 건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선거용 혹세무민 공약이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여론조사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잘못되었다는 평가가 53.6%였다. 이에 비하여 잘된 일이라는 평가는 33.9%였다. 심지어 수혜 대상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부산·울산·경남에서도 54.0%대 38.5%로 잘못되었다는 평가가 월등히 높았다.

여론이 이렇게 부정적으로 돌아가니까 당 대표가 가덕도에 가서 격에 안 어울리는 사투리로 “‘가덕가덕’ 지지를 해달라”고 호소한 것 같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가덕도 공항 건설이 쉽지 않음을 부산 시민이 더 잘 알고 있다는 평가인데 이 대표가 신라 말로 ‘가덕가덕 지지’를 말한다고 보궐선거에서 부산 시민이 여당을 열렬히 지지할지는 의문이다.     
   
#4. 요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외에도 180여 석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의 입법 폭주는 거의 무소불위 지경이다. 야당이 100석 조금 넘은 머릿수로 여당의 입법 폭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법이 발의되고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것만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는 형국이다.

초선의 젊은 여당 의원들이 나서서 벌이는 입법 소동은 나라의 근간을 흔든다. 건국 후 70년간 하나하나 쌓아온 나라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들의 막무가내 법안 발의와 절대다수 의석의 머리 숫자로 아무런 저항 없이 그냥 통과되고 있다. 여당이 통과 강행하는 쟁점 법안의 대부분은 나라의 미래보다는 여당에 유리하고 권력 연장을 위한 포퓰리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라 곳간은 이미 거덜 났고, 후대가 써야 할 돈을 미리 빚내서 돈 뿌리는 정책과 법안을 마구 쏟아낸다. 공수처법, 중수처법, 대북 전단 금지법, 5.18 법, 임대차법 외에도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반민주, 반법치적 법안을 절대다수 의석의 머리 숫자로 여당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것이다. 

이런 무소불위 여당은 국민 여론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여론이 나빠지자 오죽 다급했으면 여당 대표와 간부가 뻔질나게 부산에 드나들면서 쑥스러운 사투리로 ‘가덕가덕 지지해달라’면서 머리를 조아리겠나.

결국 민주주의를 야금야금 파괴하는 반민주적 입법을 일삼는 정권에 대한 심판은 국민이 할 수밖에 없다. 반민주 반법치적 권력에 심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건 국민만이 할 수 있다. 국민이 선거에서 반민주 반 법치 정치세력 퇴출에 가덕가덕(가득가득) 지지를 모을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경상도 말로 우짜던동(어찌 되었건) 우리 정신 똑바로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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