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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 시사칼럼] 나는 몰랐네, 저 달이 날 속일 줄…

입력 2020-12-29 08:35 | 수정 2020-12-30 00:10

▲ 박규홍 서원대 명예교수.ⓒ서원대

#1.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뒤숭숭했던 2020년도 세밑이 사흘 남았다. 그 팬데믹 와중에도 문 정권은 적폐 청산의 대미(大尾)로 정치인을 법무부 장관으로 내세워 권력기관 개혁(사실상 개악)에 드라이브 걸었다. 그 드라이브로 일년내내 국민은 좌·우로 갈라져서 나라가 시끄러웠고 뒤숭숭했다.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 간의 갈등으로 국민 혈압지수가 급등한 아파트값만큼 급상승했다. 정치인들이 국민 건강마저 해친다. 

비록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고통을 겪었더라도 다가올 새해엔 고통을 보상받고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어야 정상인데, 정치판이 하는 짓을 보면 새해에 대한 희망보다 앞으로 닥칠 시련에 대한 걱정이 더 많다.

#2. 인간성의 파괴와 이성 몰락의 끝이 어디까지일까? 정의와 공정을 입에 달고 살았던 한 지식이념 팔이 인사 가족이 저지른 입시 비리에서 반정의(反正義) 불공정(不公正)한 행적이 드러나 법원이 이를 엄정히 판결했다. 그런데도 그 인사는 승복하는 태도를 전혀 안 보인다. 

대다수 국민과 재판 담당 판사가 검찰 수사로 밝혀진 그 가족의 입시 비리 행적을 중대한 범죄로 판단했는데 당사자는 본인의 잘못이 무엇인지 판단을 못 하는 것 같다. 강남에선 흔히 있는 일인데 왜 자기 가족한테만 까탈스럽게 구느냐는 태도이다. 인지부조화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또 그런 인사를 열렬히 받드는 그의 팬덤과 여권 정치인의 적반하장(賊反荷杖) 적 망언이 도를 넘는다. 

그들은 변호사 비용 100억 원을 모금하여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대법원까지 가면 그 인사 가족의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선동한다. 죄업이 얼마나 커서 100억대 큰 비용의 변호사 수임료를 산정하고 모금하려 했을까? 허망해 보이는 통 큰 배포가 블랙코미디이다. 100억 정도의 돈이면 그 지식이념 팔이 인사의 죄업 정도는 얼마든지 면할 수 있다는 발상도 경망스럽고 매우 웃긴다. 세상이 이러하니 이성 있는 국민이 어찌 화를 내지 않겠는가. 이게 2020년 세밑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3. 지난 일 년 동안 뜨겁게 달구었던 정권에 의한 검찰총장 힘 빼기와 내쫓기 소동 끝에 원님 판결처럼 내린 징계 양형은 ‘검찰총장직 정직 2개월’이었다. 그것도 행정법원이 ‘정직 2개월 징계에 대한 효력 정지’로 판결을 했고, 상급심 재판에서 결과를 더 봐야 하겠지만 서울중앙지법은 가족 입시 비리 혐의를 받는 인사의 부인인 정 모 교수의 죄업을 징역 4년 형과 법정 구속으로 단죄했다. 

정권의 예상을 뒤집은 재판 결과를 두고 여당 정치인들과 문파들의 꼭지가 돌아버렸는지 그들의 망언이 도를 넘는다. 그들은 현 사태를 보는 국민의 심중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일부 함량 미달 정치꾼에게는 국민의 들끓는 분노의 함성이 안 들리는지 여론 따위는 안중에 없다. 그저 차기 정치 일정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하려는 절박함에 ‘세 치 혀’로 권력 상층부를 향해 ‘영끌 충성 경쟁’을 하는 속내가 훤히 보인다. 참 딱하고 가련하다. 

국민은 권력기관 개혁이 권력 장악을 위한 숨은 의도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국민은 국회와 국회의원을 더 크게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국민은 어쩌다 줄 잘 서서 얻은 배지를 완장으로 달고 권력의 나팔수처럼 설치는 4류 함량 미달 의원을 잘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이름으로 국회 개혁을 해야 한다. 개 꼬리는 3년 묻어놔도 황모(黃毛)가 되지 않는다. 

#4. 요즘 대한민국이 좀 잘하는 분야엔 앞머리에 곧잘 K를 붙인다. 그 백미가 ‘K-방역’이다. 정부는 나라 문을 걸어 잠그지 않고, 일상생활에 제한을 두지 않고도 능히 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면서 널리 국제사회에 K-방역의 효율성과 우리 의료수준의 우수성을 알려 왔다. 그게 계속 정부의 뜻대로 좋은 결과로 나타나야 하는데 3차 팬데믹에 죄다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K-방역’ 이름도 무색하게 지금은 하루 1,000명 이상 양성 확진자가 발견되면서 의료체계가 붕괴할 위기이다. 3차 팬데믹으로 지난 일 년간 애써온 거국적 국민 협조도 허사가 되었다. 방역 앞에 자랑스럽게 붙였던 알파벳 글자 K가 민망하다.

지금 주요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에서도 일찌감치 코로나 백신 주문과 구매에 사활을 건 결과 그들은 가까운 시일에 국민 접종을 개시한단다. 외신으로 코로나 백신 맞는 사진을 보면서 우리 국민은 새해에도 백신 접종의 희망을 접고 속절없이 마스크만 쓰고 손 씻기나 열심히 해야 할 판이다. K-방역이 무색해졌다.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가 물론 효과가 있겠지만 공기로 전염하는 코로나19와 치르는 전쟁에서 인류의 최종병기는 예방약과 치료약이다. 마스크와 손 소독은 보조일 뿐이다. 백신 구매를 안일하고 소홀히 다룬 보건 당국과 정부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백신 생산량과 주요 선진국의 예약 주문량을 따져보면 단순 산술로도 우리 국민의 백신 접종 시기는 내년 중에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청와대 비서실장은 엊그제 기자회견에서 내년 2월에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국민은 거짓으로 알아듣는다.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언에도 국민은 ‘대국민 불안 해소용 말치레’로 알아듣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생각하고 있다. 

#5. 창과 방패를 함께 파는 장사치가 “방패는 모든 창을 막을 수 있고, 창은 어떤 방패라도 뚫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가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답을 못하여 생긴 양립(兩立)불가 비논리의 의미로 모순(矛盾)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원래 창(矛)은 공격, 방패(盾)는 방어의 의미이지만 현대전에선 외려 양립히여 창과 방패가 함께 갖춰줘야 승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창과 방패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3차 팬데믹에 휩쓸리고 있다. “터널의 끝이 보인다”라던 대통령의 호언(豪言)이 허언(虛言)이 되었다. 국민이 재난지원금이라는 합법적 선심 속임수에 넘어가서 지난 총선에서 범여권 출마자에게 표를 찍었고 개헌선 가까운 역대 최다 의석의 ‘슈퍼 여당’을 만들어 주었다. 그에 대한 문 정권의 보답은 독재적 국회 운영과 입법 만능 폭주이다. 이 정권이 정말 나라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는다. 절대 의석의 여당이 장난하듯 별의별 입법으로 나라를 우습게 망가뜨리고 있다. 나라가 위태롭다. 국민이 이를 견제해야 한다. 

‘나는 몰랐네, 나는 몰랐네, 저 달이 날 속일 줄.’
요즘 민심을 잘 나타내는 유행가 가사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틀린 가사가 아니다. 요즘 우리 국민의 심중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결국 달에 속아 우리 국민 가슴엔 큰 상처가 생겼다. 그러면서 또 한 해가 저문다. 
‘나는 몰랐네, 나는 몰랐네, 저 달이 날 속일 줄. 나는 화났네, 나는 화났네, 저렇게 무능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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