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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 시사칼럼] 이런 식으로 무슨 짓인들 못 하겠나?

입력 2020-11-19 07:52 | 수정 2020-11-20 15:03

▲ 박규홍 서원대 명예교수.ⓒ서원대

#1. 지난 11월 17일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 소위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라는 위원회를 통해 국토교통부의 김해 신공항 추진 계획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김해 신공항 안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임 정권 때인 2016년에 세계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랑스 업체가 1년간 조사 끝에 김해 신공항을 최적지로 결론 내려 10여 년의 논란을 매듭지었는가 했는데 그 ‘김해 신공항 안’이 4년 만에 백지화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 동남권 신공항 안이 제기되어 14년 동안 선거 때마다 표심 따라 출렁이더니 국제 용역으로 결정된 국책사업을 이 정권이 기어이 엎질러 버리려고 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나라를 또 한 번 경험하고 있다. 

#2. 2016년 동남권 신공항 사업 타당성 연구 용역의 책임자로 김해공항 확장안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던 공항 설계 전문가 ‘장 마리 슈발리에’ 씨는 한 일간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한다. 

“4년 전 내가 내린 결론은 여전히 최선이며 바뀔 이유가 없다고 확신한다. 만약 김해공항 확장안을 보류하고 가덕도 공항을 추진한다면 난센스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기술적인 합리성보다 정치적인 고려를 우선하지 않기를 바란다. 해외에 맡겨 선택한 용역 결과를 뒤집는다면 한국의 국제적인 신인도가 손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한다면 바다 위 태풍이 몰아치는 곳에 있으므로 항공기 이착륙 시 위험이 가중된다는 문제부터 주목받을 것이고, 가덕도에 공항을 만들려면 전체의 80%를 인공 매립해야 하는데 주변 바다 수심이 깊은 데다 가파른 산을 깎아야 하므로 홍콩 첵랍콕공항을 건설했을 때보다 어려운 공사를 해야 한다.”

“홍콩이나 싱가포르같이 비좁은 도시국가라면 메워서 바다 위에 공항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한국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 철도와 고속도로를 통한 공항의 접근성도 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이런 관점에서도 김해 신공항이 가덕도 공항보다는 우월하다. 4년 전 가덕도 공항 건설안이 밀양에 공항을 만드는 것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은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검증위원회가 김해 신공항 완공 이후 30년 뒤인 2056년 기준 여객 수요와 관련해 “변화를 수용하기에 입지가 제한적”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하여 ‘슈발리에’ 씨는 “어떤 공항이든 30년 후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건 똑같다. 김해공항을 확장하고 나면 연간 이용객을 4000만 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으므로 상당 기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추가 확장이 필요하더라도 김해 신공항이 가덕도 공항을 늘리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더 쉽다. 미래 수요가 걱정되면 동남권 신공항 계획을 바꿔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김해 신공항 확장 공사에 착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동남권 거주 국민보다 수도권 거주 국민은 김해이든 가덕도이든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고 기왕에 결정된 중요 대형 국책사업을 선거용으로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꾸려는 것에서 문 정권의 독선과 행정 난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무슨 짓이든 못 하겠냐는 우려이다.        

검증위원회는 “김해 신공항은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역할 하는데 최소한의 기본 요건을 갖추었지만, 미래 확장성 때문에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했다. 오랜 논의 끝에 정상적으로 결정이 난 멀쩡한 국책사업을 뒤집으려니 그 변명이 매우 구차하고 유치하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논술식 문제 답안지에 쓸 정답이 구차해서 쓸데없는 문구로 길게 칸을 채우는 수법과 무엇이 다른가?
       
#3. 필자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천문학적 세금이 들어갈 백년대계 국책사업인 만큼 ‘장 마리 슈발리에’ 씨의 인터뷰에 관심이 있어 자세히 읽었다. 인터뷰 중 “가덕도는 바다 위 태풍이 몰아치는 곳에 있으므로 항공기 이착륙 시 위험이 가중된다는 문제와 가덕도에 공항을 만들려면 전체의 80%를 인공 매립해야 하는데 주변 바다 수심이 깊은 데다 가파른 산을 깎아야 한다”는 말을 유념해야 한다고 보았다. 

공항이 태풍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도 문제이고, 최근에는 한반도로 오는 슈퍼태풍의 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 깊은 수심의 바다를 매립하는 공사로 공항 건설이 큰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크다. 당연히 그에 따라 공사비는 추정치의 몇 배가 더 들고도 공사 기간이 많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완공 후에도 매년 슈퍼태풍으로 공항이 자주 초토화된다면 이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피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누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질 텐가? 

그런데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 안을 ‘김해공항’ 안처럼 추후에 뒤집지 못하게 특별법을 신속히 만들겠다고 한다. 이 또한 ‘블랙코미디’이다. 나라의 미래보다 표 앞에 사족을 못 쓰는 건 여(與)나 야(野)나 다 그놈이 그놈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4. 초헌법적 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선출하는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18일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자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으로 개정해서 여당이 선호하는 인물로 공수처장을 뽑겠다고 한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헌법을 제외한 어떤 법이라도 만들고 고칠 수 있으니 공수처법 개정은 여당 마음먹기에 달렸다. 

태클이 기술인 어떤 운동 경기에서 힘이 약한 상대편이 자꾸 태클로 맞서자 경기를 중단하고 태클을 못 하게 경기 규칙을 바꿔서 다시 경기하자는 꼴이다. 운동 경기의 묘미는 규칙을 준수하는 페어플레이 때문인데 그 규칙을 뭉개면 경기의 묘미는 사라지고 종국에는 관중에게 외면당하고 퇴출당하고 만다. 아무리 절대 의석을 가진 여당이라 하더라도 기껏 4년 동안 위임받은 권력인데 그 사실을 망각하고 정치를 제 맘대로 하다간 국민으로부터 분명히 버림받을 거다.

“그 어떤 권력기관도 무소불위 권력 행사를 하지 못하게 견제장치를 만들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취임식 때 국민 앞에서 말했던 약속 여러 개 중의 몇 개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그런데 지금 건건이 모두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문 정권 여당이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의 뜻과 달리 이런 식으로 정치한다면 앞으로 무슨 짓인들 못 하겠느냐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뒷감당하려고 이러는가? 이게 과연 옳은 일이고 바른길이라고 여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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