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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의 시사칼럼] 테스 형(兄), 나라 꼴이 왜 이래?

입력 2020-10-11 22:04 | 수정 2020-10-12 07:17

▲ 박규홍 서원대 명예교수.ⓒ서원대

#1. 2020년 개천절과 한글날에 본 광화문 거리 풍경은 21세기의 대한민국이 맞는가 눈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뉴스 화면으로만 그 광경을 본 시민들과 달리 실제로 볼 일이 있어서 광화문 인근에 가야만 했던 시민들은 과도하게 검문하는 공권력의 위세를 체험하고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실없이 공권력을 낭비하는 정권의 과잉대응에 화가 많이 났을 거다.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아도 국민이 깨어 있어서 코로나 대비를 잘하고 있는데 화가 날 정도로 과잉 정치 방역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30년 이상 거꾸로 돌려놓은 듯 한 광경이 2020년 10월 대한민국 심장부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니 외신들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다. 남북과 대비하며 조롱하는 외신 기사를 보며 꼭 그렇게 광화문 거리를 봉쇄해야 할 만큼 정권이 위협을 느끼고 있는가 반문해본다.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국민은 외신에 비친 광화문 광장의 거대한 버스 장벽과 철제 펜스의 남사스럽고 부끄러운 장면과 겹쳐져서 허물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2. 요즘 시중에 가장 많이 회자(膾炙)되고 있는 단어가 공정(公正)이다. 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한쪽으로 이익이나 손해가 치우치지 않고 올바름’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정치 이념에도 공정이 큰 비중으로 들어 있다.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공정의 의미를 국민 누가 들어도 공감이 가게 잘 표현하였다. 과연 그렇게 실천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희망을 품어봤던 그때의 대통령 취임사 연설이 아직 기억에 맴돈다. 

“(전략)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습니다. (중략) 그 어떤 권력기관도 무소불위 권력 행사를 하지 못하게 견제장치를 만들겠습니다.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중략)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습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중략)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되어 국민과 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2017년 5월 10일 오늘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합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됩니다. (후략)” 

2017년 5월에서 2020년 10월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취임사에서 들었던 약속을 현실에 서 곱씹어 보면 취임사가 얼마나 허언인가를 알 수 있다. 

#3. 지난 3년 반의 시간 동안 이 나라에서 벌어진 수많은 권력 비리 사건이 제대로 파헤쳐지지 않고 묻혀가는 건 제 편을 감싸는 권력의 힘 탓임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지난 4.15 총선에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은 수의 여당 의원이 당선되었고 그 후에 벌어지고 있는 정치 상황은 과거 독재 시대의 정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의회 권력을 독점하여 무소불위의 근육질로 밀어붙이는 여당의 힘쓰기에 야당은 존재감이 전혀 없다. 

여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니 취임사에서 최대한 나누겠다던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에 권력이 더 집중되고 있다. 그 어떤 권력기관도 무소불위 권력 행사를 하지 못하게 견제장치를 만든다고 하고서 ‘공수처’라는 무소불위의 또 다른 권력기관을 만들고 있다. 강화하겠다던 한미동맹에는 균열이 심해지고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 

한 여당 국회의원이 입법 추진하고 있는 ‘민주유공자 예우법’으로 운동권 인사 후손들에게 진학과 취업 특혜를 주려고 한다. 국민은 그게 평등이고 공정이며 정의인가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라던 대통령의 취임사 약속을 무색하게 만드는 내 편 챙기기의 오만함이다. 

#4. 서해상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공무 수행 중이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불상의 원인으로 배에서 실종되었다. 그는 표류 끝에 북한 영해에서 사살되었고 불태워졌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취한 역할이 전혀 없었다. 해경과 군 당국이 경계와 자국민 보호에 소홀히 한 무능을 숨기려고 실종 사망 공무원을 월북자로 결론 내놓고 앞뒤도 안 맞게 사건 상황을 짜 맞추려다 스텝이 꼬이고 있다.

실종자 고교생 아들이 오죽하면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하셨는지 묻고 싶다.”라고 했겠나?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라던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내놓은 답변은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였다. 

이 사건에 5000만 국민 모두 마음이 아프다. 청와대는 개인적으로 아들에게 답변하겠다지만 대통령은 국민 5000만 명 누구나 느끼는 마음과는 다른 마음의 표현을 해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공무원 유족에게 특별한 마음의 표현을 하기보다 실현 불가능하고 호응도 받지 못하는 ‘종전선언’이라는 공허하기 짝이 없는 정치적 행동에 더 무게를 두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대통령이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유야 어찌 됐든 공무 수행 중이던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군에게 사살, 소각되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공권이 북한군에게 사살 소각된 거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북한의 해명 아닌 해명 통지문에 외려 감격해 하는 정권 일부 인사의 행태가 국민을 분노케 한다. 북한과 막혔던 대화의 물꼬를 터는 계기가 될 거라고, 계몽 군주라는 망언도 거침없이 한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교만이다. 

사망한 공무원의 아들이 대통령에게 썼던 것처럼 고통의 주인공이 망언한 자들의 자녀나 손자였더라도 감히 그런 망언을 할 수 있었을까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 생각해봐야 할 게다. 대통령이 취임사에 언급했던 나라다운 나라가 되었으면 이런 사건이 생겼겠는가? 

이런저런 나랏일들이 국민을 화나게 했지만 지난 추석 연휴 때 한 공영방송에서 국민 위로 공연을 했던 나훈아 가황(歌皇)의 사이다 발언과 노래가 국민에게 위안을 준다.

“테스 형(兄), 나라꼴이 왜 이래, 누구 때문이야?”

대통령과 여권 정치인들이 나훈아 씨의 이 말을 새겨듣고 국정에서 무엇이 중한지 각성해야 한다. 정말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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