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대 분수대·조형물·조경·그네·그늘막 등에 100억 공사?…8월 기부채납”품질 좋은 국내산 제품 많은데 수입산 시공?…‘100억 채우기’ 의혹시선?
  • ▲ ㈜신세계 발주하고 신세계건설이 시공한 대전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앞 광장에 분수대와 바닥 돌 공사를 고가 수입산으로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세계는 8월 100억원 규모의 엑스포광장 리뉴얼 사업을 마치고 대전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김정원 기자
    ▲ ㈜신세계 발주하고 신세계건설이 시공한 대전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앞 광장에 분수대와 바닥 돌 공사를 고가 수입산으로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세계는 8월 100억원 규모의 엑스포광장 리뉴얼 사업을 마치고 대전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김정원 기자
    ‘대전사이언스콤플렉스(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민간 사업자인 ㈜신세계가 대전시에 100억원 규모의 ‘대전엑스포기념구역 조성사업(엑스포광장 리뉴얼사업)’을 추진하면서 광장 바닥에 고가의 수입산 분수대와 돌 등을 설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은 대한민국의 ‘과학산업의 상징이자 메카’라는 점에서 값비싼 수입산 돌로 광장바닥을 도배한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인 데다 고가의 수입산 분수대와 돌을 사용해 시공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경기는 물론 지역경제가 바닥을 기고 있고, IMF보다도 더 극심한 경기 침체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광장 바닥에 값비싼 수입산 분수대와 돌을 시공했다는 자체가 난센스이고 시민정서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22일 대전마케팅공사에 따르면 엑스포광장 리뉴얼사업은 신세계가 대전콤플렉스 민자사업 선정에 대한 답례차원에서 100억원의 기부채납에 따라 엑스포광장 리뉴얼사업을 신세계가 발주하고 신세계건설이 시공을 맡아 다음 달 대전시마케팅공사에 기부채납을 앞두고 있다. 

    엑스포과장 리뉴얼사업은 ‘시간의 흔적과 추억’‧‘과학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한빛탑 앞 광장에 △진입광장 △포장광장 △음악(바닥)분수를 설치하고 주변에는 △대형목 식재 △사이언스트리 △문화휴게시설 △산책로 △놀이 및 휴게공간 △분수 관람시설이 각각 조성됐다. 여기에 100억원이 투입된 것이다.

    신의찬 엑스포재창조사업단장은 이와 관련, “최근 신세계가 완공한 엑스포광장 리뉴얼사업은 분수대 30억원, 광장에 돌을 붙이는데 10억원, 설계비와 광장 지하매설물인 전기‧생활하수도 등의 철거비, 그리고 토목공사비 등에 많은 돈이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대전엑스포93의 성과 계승‧발전을 위해 엑스포광장에 실내‧야외전시가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한편 시민들이 와서 조망할 수 있는 공원화, 그리고 축제의 장소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대전엑스포광장 리모델링사업 조감도.ⓒ대전마케팅공사
    ▲ 대전엑스포광장 리모델링사업 조감도.ⓒ대전마케팅공사
    신세계 현장소장은 “‘한빛음악분수대’ 펌프는 덴마크산, 스피커는 독일산으로 사업비중 약 40%를 차지한다. 또 엑스포광장 바닥에 돌을 시공한 것은 이탈리아산으로 자재비와 시공비를 포함해도 그리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돌은 설계대로 모양을 만들어 들여왔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100억원 규모의 공사 중 30~40억원대의 분수대를 설치하고, 수입산 돌로 광장 바닥에 시공하고, 조형물‧그늘막‧그네‧조경 등에 대부분 천문학적인 돈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신세계는 분수대와 광장 공사에 앞서 설계비와 지하매설물 등을 제거하는 작업 등에 100억원 규모의 공사를 마친 뒤 감정평가를 거쳐 대전시에 기부채납을 앞두고 있다.

    대전시의회 A의원은 엑스포광장 리뉴얼 사업과 관련해 “신세계의 100억원 기부채납 공사와 관련,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100억원 기부채납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수입산 시공재료를 들여와 공사를 했다면 심각한 문제다. 차라리 100억원을 대전시가 받아서 공사를 했더라면 이 같은 논란을 잠재웠을 것이다. 대전시가 왜 100억원을 낸 신세계가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에 맡겨 광장 공사를 하도록 방치했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박 모 씨(63 대전시 동구, 개인사업)는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및 지역경기가 극심한 침체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값비싼 분수대와 수입산 돌을 바닥에 깔은 것은 시민정서와 거리가 있다. 너무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냐”며 “대한민국 과학의 상징이자 메카인 대전엑스포광장에 국내산 자재(돌)를 사용해도 모자랄 상황이 아니냐. 그런데 내구성과 질적인 측면에서 수입산 이상의 훌륭한 시공재료가 많은 데도 굳이 외국산 분수대와 돌을 들여와서 광장 바닥에 시공한 것은 두고두고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신세계가 ‘기부채납 100억원’을 채우기 위해 값비싼 수입산 공사자재를 무리하게 들여와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눈총을 받고 있다.

    대전시 한 간부 공무원은 “천문학적인 ‘눈먼 돈(기부채납금액)’이라고 생각하고 원대한 미래를 위한 생각 없이 단순한 겉포장을 하는데 사용했다는 자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대전엑스포광장은 대한민국 과학의 상징적인 곳이다. 1993년 개최됐던 대전엑스포 성과를 기념하고 그 의미를 확산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지 왜 분수대와 화려한 불빛조명이 필요하냐. 엑스포영광재현은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잖으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우택 대전 배재대교수도 “대전엑스과학공원 광장의 리뉴얼 사업 현장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대전엑스포93’는 대전이 과학도시로 발전하게 된 첫 출발점이다. 특히 우리나라 과학박람회장소로서의 상징성과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이런 곳에 외국산 분수대와 돌을 사용해 리뉴얼을 하기보다는 성공적으로 마친 대전엑스포93의 의미와 성과를 기념하고 계승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엑스포 광장에 대해 무조건 화려하고 수입산 위주로 리뉴얼사업을 하는 것은 박람회취지와 상징성에도 맞지 않는다. 대전엑스포93의 성과 계승‧발전을 위해 최대한 살려야 해야 하겠지만, 엑스포광장만이라도 제대로 그 상징성을 살릴 수 있는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신세계는 2017년 11월 대전시와 100억원 규모의 시설 기부채납 협약에 따라 엑스포 한빛탑 앞 1만 3840㎡(4187평) 부지에 길이 310m, 폭 70m에 이르는 이벤트 중심의 상징광장을 조성하고 갑천에 위치한 음악분수를 한빛탑 앞으로 확장,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한편 마케팅공사는 엑스포광장 리뉴얼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자료 제출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