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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 시사칼럼] 가재‧붕어‧개구리로 ‘청산에 살으리랏다’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입력 2020-06-23 00:01 | 수정 2020-06-23 00:59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1. 문재인 정부 들어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지난 6월17일에 발표되었다. 6‧17 부동산 대책은 비규제지역에 몰린 투기 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이란다. 30·40 젊은 세대가 어떻게든 집하나 마련해보려고 전세 안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많이 했다는데, 이걸 투기 수요로 보고 갭투자 차단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란다. 그러기 위해서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실수요 요건과 전세자금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과 절차도 더욱 강화하고 정비사업 조합원의 분양요건을 강화하여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거란다.

#2. 4‧17 부동산 대책의 규제 핵심은 갭투자 차단이다. 앞으론 갭투자를 못 하게 3억 원 이상 주택은 현금으로만 사야 한다. 지위가 높으신 정치인, 고위 공직자들은 3억 원이라는 돈을 혹시 ‘껌 값’ 정도로 여기고 있는지 몰라도 서민에겐 현금으로 보유하기엔 3억 원이 엄청 큰돈이다. 선진국에서도 서민들이 30만 달러의 현금은 만져보기 쉽지 않은 큰 액수의 돈이다. 3억 원 이상의 집을 살 땐 현찰로만 사야한다는 걸 부동산 규제 대책이라고 내놓은 건 내 집이 없고 3억 원 현찰 없는 사람은 앞으로 집 살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3. 내 집 마련은 서민의 평생 소망이다. 필자 세대는 대부분 산꼭대기 단칸 셋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그동안 주택환경도 좋아지고 국민 소득이 늘어서 요즘엔 젊은이들이 신혼 가정을 집다운 곳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는 있지만, 살림집 장만은 여전히 젊은이나 서민에게는 큰 부담이다. 

우리 서민들은 월세나 전세로 시작해서 알뜰히 저축하여 월세는 전세로, 전세는 좀 더 나은 전셋집으로 옮기는 과정을 거쳐서 내 집을 마련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었다가 몇 년간 고생을 감수하면서 경제적으로 전세입자를 내보낼 형편이 되면 그제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게 보통의 서민들 삶이었다. 소위 갭투자라도 해야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데 21번째 부동산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그런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길목을 막아버린 게다.

남달리 높은 교육열로 자녀 교육환경도 무시하지 못하므로 내 집 마련을 하면서 좋은 교육환경을 찾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 그런 곳의 집값이 당연히 뛸 테고 투기가 발생하지만, 경제 논리로 보면 그런 현상은 시장의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모자라는 현금을 자신의 형편과 신용도에 맞게 은행에서 대출받아 내 집 마련하려는 서민들 소망은 소위 6·17 대책이라는 21번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투기대책의 단속 대상이 되었다. 어떻게든 잘살아 보려는 서민들 생활에 나라가 도움을 못 줄망정 서민이 가지고 있는 쪽박까지 밟아서 깨버리는 졸속 대책을 21번째 부동산 대책이라고 정부가 내놓은 게다. 

#4. 투기 과열과 뛰는 부동산 잡으려고 탁상머리로 쫓기듯 만들다 보니 인천 중구의 무인도인 ‘실미도’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는 코미디 같은 일까지 발생했다. ‘실미도’라는 영화에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섬은 과거 대북작전 요원을 비밀리에 훈련시켰던 곳이다. 21번이나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다 보니 이제 수도권에서 접경지역을 빼고 투기지역이 아닌 곳이 거의 없게 되었다. 수도권에 사는 것만으로도 수도권 주민 모두 투기꾼이나 잠재적 투기꾼이 될 판이다. 

대저 집값은 물론이고 경제라는 것도 손을 댈수록 덧나서 악화하는 상처와 같다. 땅 위에 물을 부으면 물이 스며들 곳에는 스며들거나, 낮은 곳이나 틈새로 물이 흘러가서 땅을 골고루 적시는 자연현상처럼 부동산 정책도 규제보다는 자연적 경제 원리에 맞게 정부는 보조만 해주는 게 정상이다. 

위압적 부동산 대책으로 국민 위에 군림할 게 아니라 민간이 짓는 주택은 소득과 수요에 따르는 시장 기능에 맡기고 형편이 어려운 계층이나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을 요소요소에 많이 공급해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만기친람식 시장 간섭으로 주택거래 허가제까지 내놓은 6·17 대책은 자유시장 경제를 해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조치이다.

#5. 중고등학교 수학 과목을 싫어하는 학생이 많다고 수학 교과 내용을 쉽게 만들라는 정책에 외려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더 많이 생겨났다. 그런 것처럼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청포자(청약포기자)가 생기고 있단다. 잘못된 교육제도가 출세 사다리를 걷어차게 했듯 문재인 정부 21번의 부동산 대책이 외려 집값을 치솟게 하고 대출을 죄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30·40세대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꼴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정상화되려면 교육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처럼, 흙수저 무주택 서민이 따뜻한 보금자리라도 정상적 계획으로 마련하려면 건설교통부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판이다. 조 모 씨의 말처럼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고 서민이 그냥 가재, 붕어, 개구리로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가재, 붕어, 개구리가 사는 개천 바닥을 헤집어서 아주 못살게 만들고 있다. 나랏일 보는 높은 사람들은 청산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려는 서민의 작은 소망의 바가지를 밟아 깨뜨리진 말아야 하지 않는가?

아! 살으리 살으리랏다. 청산에 살으리랏다. 가재, 붕어 개구리로 청산에 살으리랏다. ‘코로나 19’ 사태와 ‘부동산 대책’ 사태에 지친 서민의 이런 간절한 소망을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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