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대나무 지천…조용히 자연 느끼고 가는 느림의 미학 ‘천국’태양광·풍력으로 전기 생산하는 전국 유일 섬…자동차·오토바이 없어
  • 충남 홍성군의 유일한 섬인 죽도. 죽도 둘레길에 조릿대 나무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김정원 기자
    ▲ 충남 홍성군의 유일한 섬인 죽도. 죽도 둘레길에 조릿대 나무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김정원 기자
    섬 여행은 육지와 달리 늘 설렌다. 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미지의 섬이자 환상적인 풍광을 늘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섬에서 만나는 바다는 늘 새롭다. 파도, 바람, 갈매기, 그리고 섬사람들의 삶까지 엿볼 수 있어서다. 이런 환상을 갖고 충남 홍성군의 유일한 섬 죽도(홍성군 서부면 죽도리)로 떠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닫힌 섬이 지난 4월 19일 열리면서 드디어 배가 출항했다. 부처님 오신 날(석가탄신일)을 하루 앞둔 4월 29일 서둘러 죽도로 향했다. 

    죽도는 홍성군 소재지를 거쳐 남당항을 거쳐야 갈 수 있다. 항구라고 해서 배가 많을 줄 알았지만 작은 항구에 불과했고 거친 바닷바람만 휘몰아쳤다. 

    죽도로 향하는 배에는 차를 싣지 못하고 사람만 태우는데 뱃삯은 왕복 1만원이다. 출항한 배는 8~10분만에 죽도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트레킹이 시작된다. 

    함께 탑승한 남녀 여행객들도 뭍과 가깝고 배가 자주 있어 배 시간에 맞춰 트레킹을 하거나 죽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되돌아와도 될 정도로 죽도는 부담없는 여행코스다. 
  • 죽도 해안가 데크길.ⓒ김정원 기자
    ▲ 죽도 해안가 데크길.ⓒ김정원 기자
    죽도라는 지명처럼 바닷가 둘레길에는 대나무(조릿대)가 즐비했다. 크기는 1.5~2m 정도의 대나무가 일렬종대로 바닷가 섬 허리부분에 엄청나게 많았다. 

    생각보다 작은 섬인 죽도는 4개의 산으로 구성돼 있으며, 항구 서쪽에는 작은 섬들이 멋지게 섬을 호위무사처럼 호위하면서 죽도를 지키고 있었다. 

    죽도는 부담 없이 가족이나 연인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기 편한 곳이다. 높은 계단도 없고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아주 편하게 산책하기에 딱 좋다.

    모자처럼 보이는 ‘전도’…그 앞엔 ‘낚시공원’

    죽도는 배에서 내리면 시멘트로 만든 거대한 구조물이자 일직선의 방파제를 따라 조금 가다보면 바로 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둘레길이 시작된다. 

    처음 만나는 죽도는 솔방울이 굵은 소나무 숲을 조금 걷다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죽도는 야트막한 산 정상에 전망대를 설치해 바다를 조망하기 좋다. 
  • 죽도 해안도로의 보리밭에 이어 대나무숲이 펼쳐져 있다.ⓒ김정원 기자
    ▲ 죽도 해안도로의 보리밭에 이어 대나무숲이 펼쳐져 있다.ⓒ김정원 기자
    첫 번째 산에서 죽도 서북쪽에 여러 개의 작은 섬이 보이지만 두 번째 산에서 섬이 더 잘 보인다. 왼쪽 작은 섬, ‘전도’는 사람이 쓰는 모자처럼 보인다. 

    특히 두 번째 산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산과 연결이 시작되는 곳에는 유채꽃이 활짝 펴 있었고 데크길을 따라 조금 걷다보면 두 번째 산이 시작되는데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왜 죽도라고 섬 이름을 지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데크길과 함께 사람 키보다 훨씬 큰 대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1전망대는 대나무가 많고 섬전체 99%에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 전도 우측에는 새가 많이 도래하는 오가도다. 5월부터 백로가 오가도를 덮을 만큼 수십만 마리가 내려 마치 눈이 내린 것 같다.

    이 곳 산 정상의 전망대에 설치된 김좌진 장군 등 충남지역의 주요 인물들과 역사적인 유적지 등을 알리는 사진과 설명을 읽으면 홍성의 주요 유적지와 역사적 인물들을 한꺼번에 알 수가 있고 낚시공원과 모자형태의 섬인 전도 등을 조망할 수 있다.
  • 죽도 갯벌에 바닷물이 빠지자 또다른 물길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김정원 기자
    ▲ 죽도 갯벌에 바닷물이 빠지자 또다른 물길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김정원 기자
    11개 무인도‧본섬 1개로 구성… 43명 거주 

    죽도는 11개 무인도와 본섬 1개 등 12개 섬(대섬)으로 구성돼 있다. 실거주인원은 43명, 주민등록상은 72명으로 죽도에 거주하지 않은 사람들은 외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자식들이다. 

    죽도 주민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고 20%는 민박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2년 전부터 마을공동체사업으로 야영장과 매점, 낚시공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간 낚시공원의 수입은 3000만원으로 그리 많지는 않다. 농사는 텃밭정도이며 쪽파를 많이 재배하고 타 작물은 거의 없다.

    1전망대에서 서북쪽을 바라보면 ‘띠섬’이 보이고 그 다음 멍덕도가 눈에 들어온다. 전도 앞에 ‘낚시공원’이 하얗게 보인다. 

    처음엔 바다 중간에 구조물로 보였지만 많은 사람이 동시에 낚시를 할 수 있는 시설로, 1인 사용료는 4만원(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을 받으며 5~11월 운영한다. 

    죽도는 주말 관광객이 하루 800~900명이 몰려온다. 오는 사람을 막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죽도다. 죽도를 드나드는 홍주호가 평일 하루 왕복 5회, 주말에는 왕복 10회를 운항하지만 관광객을 다 태울 수 없어 아쉽게도 되돌아가는 관광객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 죽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무인도인 전도. 마치 모자처럼 보인다.ⓒ김정원 기자
    ▲ 죽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무인도인 전도. 마치 모자처럼 보인다.ⓒ김정원 기자
    죽도가 갑자기 유명해진 것은 지난해 7월 한화그룹에서 신재생에너지 CF를 찍고 부터다. 죽도는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으로만 전기를 생산하는 유일한 섬이고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없는 유일한 섬이다. 신재생에너지 자립률(78.6%)이 전국 1위다. 

    특히 1전망대는 만해 한용운 전망대, 2전망대는 최영장군 전망대, 3전망대가 김좌진 전망대로 명명하고 홍성군의 역사적인 인물들이 전시돼 있다. 2전망대에는 홍성역사와 홍성8경, 홍성 인물 등 갤러리로 꾸며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죽도는 자연산으로 바지락, 굴이 유명하다. 야영온 사람들이 자연백사장에서 해수욕을 즐기기도 한다.

    태양광‧풍력으로 전기생산… 둘레길 1시간 30분 ‘완주’ 

    죽도 대나무마을영어조합법인 사무국장 이종화 씨(50)는 “도시에서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다니다가 귀어한지 4년째다. 고향 죽도로 귀어하게 된 계기는 도시생활은 나이가 있어 한계가 있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내와 아이들은 교육 때문에 서울 구로에 거주하고 있는데 보름에 한 번씩 만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죽도는 둘레길이 대나무로 된 곳이 전국 유일하고 차량과 오토바이가 없는 섬으로 탄소와 소음이 없고 둘레길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어 많이 찾는다. 또한 둘레길이 멀지 않고 1시간 30분이면 완주할 수 있어 부담 없이 걷기 좋은 것도 한 몫 한다”고 소개했다.

    3전망대에서는 보령화력발전소가 보이고, 우측으로는 멀리 태안군 안면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 홍성 남당항에서 배를 타고 10분만에 도착할 수 있는 죽도. 사진은 남당항에서 죽도를 운항하는 홍주호.ⓒ김정원 기자
    ▲ 홍성 남당항에서 배를 타고 10분만에 도착할 수 있는 죽도. 사진은 남당항에서 죽도를 운항하는 홍주호.ⓒ김정원 기자
    죽도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고령화문제다. 고령화는 죽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나이가 많아 바다에서 일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주민공동체생활이 발전하고 관광객들이 한번 왔다 가는 섬이 아닌 계속 찾는 섬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죽도 사람들의 희망이다. 

    죽도는 조용하고 아늑해 ‘힐링’ 하기에 알맞은 섬이요, ‘느림의 미학’으로 조용히 자연을 느끼고 가는 섬으로 끝까지 남기를 희망한다. 수도권에서 가깝고 배 타는 시간이 10분에 불과해 배 멀미가 없다. 

    죽도에 입항할 때는 썰물로 갯벌이 드러났지만, 오후 5시 뭍으로 출항하는 배에 오를 때에는 바닷물이 죽도 섬 갯벌을 바닷물로 채우기 시작했다. 

    육지 사람들이 바닷물처럼 부담 없이 자주 들락거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죽도 둘레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