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불·개심사 왕벚꽃 등 봄꽃 향기 ‘물씬’…오순도순 걷기 좋아 순교의 고장 해미읍성~개심사~보원사지~마애불까지 4시간 30분
  • ▲ 서산 아라메길 설경.ⓒ서산시
    ▲ 서산 아라메길 설경.ⓒ서산시
    산과 바다가 있는 충남 서산은 멋스로운 해미읍성만큼이나 여유로움이 넘친다. 서산은 ‘세월 네월 놀며 쉬며 문화재’와 함께 나를 찾아가는 길이 많다. 

    산에 오래다니다보면 바람골을 알게 된다. 맞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몸으로 느껴지고 ‘바람길’도 눈에 보인다. 진정, 걷는 자 만이 누릴 수 있고 맛볼 수 있다. 복잡다단한 찌든 도시의 생활을 잠시 접고 주말이나 휴가를 서산에서 여유로움으로 찾는다면 묵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보내며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조선시대 서산에 왜군이 자주 출몰했다. 당시 세종은 왜군을 물리치기 위해 충청지역 육군의 최고 지휘기관인 병마절도사를 해미읍성에 충청병영을 설치했다. 이순신 장군도 1579년 군관으로 10개월 동안 해미읍성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해미읍성은 1652년 충청병영을 충북 청주로 이전하면서 읍성(邑城)의 역할만 맡게 된다. 

    600년 전 크고 작게 쌓은 돌로 축조된 성곽 중 가장 오래 남은 해미읍성 진남문(성의 정문) 등은 1491년 성종 22년에 일부 보수는 했지만 아직도 성곽이 그대로 남아 있어 조선시대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 ▲ 서산 아라메길 솔향기길.ⓒ김정원 기자
    ▲ 서산 아라메길 솔향기길.ⓒ김정원 기자
    바다의 고어인 ‘아라’와 들러본다는 ‘메’자를 붙인 ‘아라메길’은 8개의 봉우리가 서해안 갯벌과 바다를 굽어보는 아기자기한 산인 팔봉산이 가장 인기가 높고 4코스 중 1-1코스는 봄꽃으로 유명하다. ‘유기방가옥’에는 매년 3만평에 수선화가 활짝 핀다. 마애삼존불~공원사지, 개심사, 해미읍성까지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아라메길 도보순례길은 대치2리 입구~한티고개~송덕암교차로~한서대 입구~해미교~해미읍성 진남문~해미읍성 서문~해미1로 입구~해미순교성지 구간으로 한서대 방향은 11.1㎞, 옛길 구간은 11.1㎞다. 

    이 길 중 녹색길은 해미읍성 주차장~해미읍성 북문~쉼터~개심사 주차장~개심사 입구 구간으로 해미읍성 북문 방향은 6.1㎞, 해미향교 방향은 6.6㎞를 걸을 수 있으며, 아라메길 솔바람 길은 전망대 입구 삼거리~용현자연휴양림~보원사지 삼거리~개심사입구 구간까지 9㎞에 이른다.

    한서대~전망대 구간의 임도를 걷는 것도 좋다. 이 길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도로폭이 넓다. 가야산 산자락을 걸으며 서해와 서산시가 한 눈에 보인다. 이어 일락산~용현자연휴양림, 일락산 삼거리에서 석문봉~옥양봉~수정봉~운산고풍저수지가 나온다. 이 도로는 서산, 예산, 내포로도 갈 수 있다.
  • ▲ 서산 산수저수지 해미성지순례길.ⓒ김정원 기자
    ▲ 서산 산수저수지 해미성지순례길.ⓒ김정원 기자
    한서대 앞 산수저수지 ‘해미성지순교길’ 코스도 걷기 좋다. 저수지에는 과거 천주교 신도들이 많이 살았던 곳으로 지금은 수몰돼 그 흔적은 없어졌다. 둘레길 중간에는 천주교 신자들이 관군에 의해 잡혀 끌려가는 모습을 ‘철판’에 재현해 놓았다. 

    서산은 ‘순교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천주교 해미순교 성지는 1866~1872년 천주교 박해 당시 1000여 명의 무명신자를 생매장한 곳으로 지금도 천주교인들의 순례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방문, 순교자들의 혼과 넋을 달래기도 했다.

    서산은 주말 시티투어로 역사 체험코스는 마애삼존불에서 개심사~해미읍성~해미순교성지~동부시장까지 투어를 한다. 일요일 가족체험코스는 해미읍성~간월암~버드랜드~유방택 기상과학관~동부시장까지 투어할 수 있고, 전통시장인 동부시장은 호서지방의 5번째로 큰 시장이다. 목요일 산업투어는 서산 ‘동희오토’를 둘러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승용차 ‘모닝’, ‘레이’를 1분에 한 대씩 만들어 낸다. 그야말로 떡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만들 듯 차량을 생산라인에서 밀어내고 있다. 

    또한 국내 최대  민간 정유회사인 현대오일뱅크 투어를 마친 뒤 점심은 삼길포에서 먹은 뒤 삼길포항 투어에 이어 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으로 되돌아온다.

    1코스 중 마애삼존불, 보원사지, 개심사 구간도 걷기에 좋고, 한티고개~해미읍성~해미순교성지 구간은 부활절에 천주교 신자들이 많이 걷는다. 과거 천주교 신자들을 해미읍성으로 잡아들였다가 여숫골 순교현장으로 거쳐 가는 곳이 바로 해미순교 성지다.
  • ▲ 충남의 4대 사찰 중 하나로 ‘마음을 여는 절’뜻을 품고 있는 서산 개심사 경내에 만개한 왕벗꽃.ⓒ김정원 기자
    ▲ 충남의 4대 사찰 중 하나로 ‘마음을 여는 절’뜻을 품고 있는 서산 개심사 경내에 만개한 왕벗꽃.ⓒ김정원 기자
    ‘진둠봉’은 한티고개에서 해미읍성으로 잡혀온 신자들이 서문으로 나갈 때 관원들이 길 위에 십자가와 묵주를 깔아놓고 침을 뱉고 묵주를 밟고 가면 살려주겠다고 협박했던 순교의 현장이다. 

    또한 성문 밖 냇가에 돌다리가 있었는데, 관군 4명이 순교자를 들어 올려 내리친 곳이 ‘자리갯돌’이고 해미성지의 진둠범에 팔이나 다리를 묶어 둔 곳이 ‘여숫골’이고 해미순교성지 ‘여숫골’로 불렸다. 

    해미읍성에서 시작하는 트레킹은 개심사~보원사지~마애불까지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이곳의 겨울산은 침엽수와 활엽수만 있어 마치 산 고지도를 보는 것 같고 소나무 잎이 지천으로 깔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아 좋다. 

    개심사에서는 선원 아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유기방가옥은 4월 중순 3만평의 거대한 면적에 자란 수선화 군락지를 보고 쭉 걸어오다 마애불 주변에 만개한 왕벗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봄에는 전국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봄꽃 향기를 맡으며 문화재를 관람한다.

    아라메길은 마애불 스님들의 보원사 가던 길, 보원사와 개심사 가던 길, 개심사 스님들이 해미장을 보로 가던 길이 이어지는데 두 사람이 이야기 하며 오순도순 손을 잡고 걷는 길이다. 
  • ▲ 서산 해미읍성 진남문.ⓒ김정원 기자
    ▲ 서산 해미읍성 진남문.ⓒ김정원 기자
    이 코스는 겨울은 겨울대로 좋고 봄에는 새순이 움트면 어린 싹이 더욱 예쁘다. 궁궐의 담색이 연초록인 것처럼 여름엔 햇빛으로 신록이 우거진 길을 걸어가서 좋고, 가을엔 단풍이 예뻐서 좋다. 겨울에는 고지도를 보는 것처럼 산의 속살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마치 사람의 힘줄처럼 산줄기를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일락산 정상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면 수정봉을 비롯해 옥양·성문·원효봉이 보이고 겨울에 눈이 내리면 뽀득뽀득 눈 밟는 소리와 함께 발자국의 흔적을 남기며 걷는 것도 운치가 있다. 

    산은 마주보고 있지만 음양의 조화를 이뤄 수정·옥양·성문·원효봉이 남성적인 산이라면 반대쪽인 일락산 줄기는 높낮이가 틀려 여성스럽다. 험하지 않으면서 충청도의 산은 ‘어머니 젖무덤’ 처럼 둥글둥글 여성스럽고 예쁘다. 

    아라메길은 당진 아미산과 다불산, 그리고 예산의 내포숲길, 홍성과도 연결되는 중심축이다. 가야산은 행정구역으로 70%가 서산에 속해 있고 예산 25%, 나머지 5%는 홍성이다. 고개를 들어 높이 원효봉에는 KBS 중계탑이 보인다.

    아라메길 조성 당시부터 참여한 김재신 해설사는 해미읍성과 문화재 등 서산의 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었다. 그는 “충청도가 여유로움의 도시다. 백제시대부터 평지인 데다 물산이 풍부하고 사람이 아주 여유롭다. 아라메길은 세월 네월 놀며 쉬며 문화재와 함께 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혼자 다녀도 괜찮을 정도로 험하지도 않는 완만한 길로 30분 정도 걸으면 땀이 나고 포근포근 적성솔밭길로 가도 된다. 이 길을 걷다보면 아직도 인정이 많이 남아 있어 산에서 보면 서로 인사를 하고 산모퉁이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무섭지 않은 곳이다. 그만큼 산세가 유정하고 인심도 아주 넘쳐난다”고 아라메길을 자랑했다.

    김 해설사는 “서산에는 양반별장이 많았다. 조선시대 세도가들이 한양까지 하루 만에 갈 수 있을 만큼의 가까운 거리여서 별장을 많이 뒀다. 임금이 부르면 하루 만에 달려 갈 수 있고 태풍 등 천재지변이 없어 물산도 풍부하다. 마애삼존불은 우아하고 우둥퉁하다”고 했다. 
  • ▲ 서산 해미순교성지와 성당. ⓒ김정원 기자
    ▲ 서산 해미순교성지와 성당. ⓒ김정원 기자
    신라는 척박하지만, 백제 나주평야와 서산 A‧B지구는 남한 인구가 싱글침대를 놓고 누울 만큼 면적이 크다. 봄에 자전거를 타고 ‘벼’가 20㎝정도 자라면 ‘연초록의 바람’을 눈으로 보며 달릴 수 있는 곳이다. 가을에는 논에 누런 벼를 보면 황금색으로 물들어 ‘진정한 단풍’을 볼 수 있는데 금색보다 더 예쁘단다. 

    서해의 산이 여유로운 만큼 먹을거리로도 풍부하다. 서산은 바다와 가까워 해산물이 펄떡일 정도 신선하고 우럭과 꽃게장, 낙지, 4계절 음식이 풍부하고 봄에는 주꾸미‧꽃게‧바지락, 여름에는 박속낙지‧우럭, 가을에는 대하‧전어, 겨울에는 간제미가 유명하다. 집 뜰에서 숯불을 피워 아나고 소금구이나 대하를 구워 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없어져도 모를 정도로 맛이 일품이다. 그곳이 서산이다. 어서 서산으로 오라.